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전국에서 보디빌더들이 모여든 이유는?_베타 아드레날린 수용체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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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의 한 창고형 스튜디오에 아침부터 수백 명이 몰려들었습니다. 한 피트니스 업체가 주최하는 전국 단위 보디빌딩 대회의 참가자들. 나이와 체급으로 나눠 대회가 치러져 시간대별로 참가 인원은 달랐지만. 가장 많을 때는 170명이 동시에 모이기도 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면서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 집합이 금지된 상황인데 이 사람들은 어떻게 모일 수 있었을까요?

■ 주최 측 "방역 수칙 철저히"…2m 거리두기는 안 지켜져

주최 측은 대회가 열린 스튜디오 건물 2곳의 공간을 분리해 한 곳당 50인 이상이 동시에 몰리지 않도록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참가자들의 인적사항을 기록하고 발열 체크, 마스크 착용 후 입장을 시키는 등 방역 수칙을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29일 파주에서 열린 보디빌딩 대회. (출처:운동생활 유튜브 생방송)
취재진이 직접 현장을 찾아봤습니다. 방역 수칙을 잘 지키고 있다면서도 대회 관계자들은 취재진에게 극도의 거부감을 보였습니다. "아무리 방역 수칙을 잘 지키고 있다고 해도, 보도가 나가면 욕을 먹을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이유였습니다.

촬영하지 않는 조건으로 관계자와 함께 대회장을 둘러봤습니다. 주최 측 설명대로 한 공간에 50인 이상이 동시에 모여있지는 않았지만, '2m 거리두기'는 지켜지기 힘든 환경이었습니다.

중대본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지침상 실내에 50인 이하로 모여야 한다는 의미를 완전히 분리된 공간 안에 50인 미만의 인원이 머물러야 하고 다른 공간에 머무르는 인원과의 접촉이 없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대회장은 공간은 분리됐지만, 참가자들끼리 동선은 겹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심지어 대회를 앞두고 준비 운동을 하는 참가자 중엔 마스크를 벗고 있거나 턱에 걸치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 대회장 바깥에선 서너 명씩 모여 담배를 태우거나 커피를 마시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 "전국에서 몰려든 참가자 보고 걱정돼서 식당 문도 닫아"

전국에서 수백 명이 몰려들면서 파주 스타벅스 집단 감염 등을 겪은 인근 주민들은 불안을 호소했습니다.

"파주 스타벅스에서 많은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이후 주민들은 되도록 외출도 자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디빌딩 대회를 하겠다고 수백 명이 전국 각지에서 파주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취재진이 만난 한 식당 주인은 다른 지역에서 방문한 차량과 참가자를 보고 불안한 마음에 식당 문을 닫았다고 밝혔습니다.

"(대회 참가자가) 밥을 먹으러 왔는데 전북에서 왔더라고요.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어서 아예 식당 문을 닫았어요. 내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되면 식당 테이블 수도 절반으로 줄이고 밤엔 영업도 못 합니다. 하루하루 너무 힘듭니다."

파주시 측에서도 주민들의 불안과 코로나 19 확산세를 고려해 대회 연기를 거듭 요청했지만, 업체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파주시는 방역 수칙을 어기지 않는 한 대회를 강제로 막을 방법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공무원 4명이 나가 대회장에서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확진자 나오면 욕은 내가 먹겠다"는 대회 주최 측

보디빌딩 대회 하루 전, 관계자가 SNS에 올린 글
대회를 주최한 업체 측 관계자도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자신의 SNS에 "코로나 때문에 확진자가 나오면 욕먹을 일은 다 제가 먹겠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방역 당국은 이번 주말을 코로나 19 확산의 중대 고비로 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내일부터는 식당과 주점, 제과점 등은 밤 9시 이후 배달과 포장만 허용되고 학원과 독서실, 실내 체육관 등도 모두 문을 닫습니다. 자영업자들의 손실과 주민 불편이 예상되지만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에서 모여든 대회 참가자 사이에 확진자가 생긴다면 관계자 말처럼 혼자 "욕을 먹고" 끝날 일일까요?

참고로 대한보디빌딩협회는 지난 6월 온라인 보디빌딩 대회를 열었고, 가을에 열릴 예정이던 다른 보디빌딩 대회는 연기됐습니다. 보디빌딩 대회뿐 아니라, 탁구, 골프, 승마 등 많은 종목의 스포츠 대회가 코로나로 취소되거나 연기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