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에 춤춘 ‘휴대전화 폭발’ 논란 _최종 파라 레코드_krvip

당초 휴대전화의 배터리 폭발로 숨졌을 것이라는 추정과 함께 휴대전화의 안전성 논란으로 큰 파장을 몰고 왔던 충북 청원의 굴착기 기사 사망사건은 동료 중장비 기사의 운전실수와 거짓말이 빚어낸 `해프닝성' 안전사고로 귀결됐다. 청주 흥덕경찰서는 지난 28일 청원군의 한 채석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서모(33)씨 사건과 관련,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한 동료 중장비 기사 권모(58)씨로 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고 30일 밝혔다. 당초 이 사건이 큰 관심을 끈 것은 휴대전화 폭발로 서 씨가 숨졌을 지도 모른다는 추정을 낳게 한 권 씨의 진술 때문이었다. 권 씨는 28일 오전 채석장의 발파 현장에 쓰려져 있는 서씨를 발견했고, 당시 서씨의 셔츠 왼쪽 주머니 안에 배터리가 녹아 달라붙은 휴대전화가 들어 있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결론적으로 권씨의 이같은 진술은 자신의 잘못을 숨기기 위해 지어낸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 어쨌든 권 씨의 진술을 믿은 경찰이 `휴대전화 배터리 폭발'로 사건을 규정하고 나가자 대다수 언론은 `휴대전화 폭발로 인한 국내 첫 사망 사례'로 대서특필했고, 인터넷에서는 젊은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휴대전화의 안전성 논란이 급속히 퍼져 갔다. 근본적으로는 권씨의 허위 진술이 엉뚱한 파문을 몰고 셈이지만, 경찰이 경솔하게 `휴대전화 폭발' 쪽으로 결론을 몰고 갔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경찰은 "권 씨 이외에 다른 목격자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권씨의 말을 전적으로 믿을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최소한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사실 휴대전화 제조업계는 처음부터 `자연적 환경에서 휴대전화 배터리가 폭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의구심을 갖고 사건의 추이를 지켜봤다. 그나마 경찰이 사건 발생 하루만에 나온 국과수 부검 결과를 보고 수사의 방향을 튼 것은 다행이었다. 경찰은 서 씨의 직접적 사인이 `척추 절단과 심장, 폐 파열'이지만 휴대전화 배터리 폭발에서 기인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장기손상 정도가 심하다는 국과수의 부검 소견에 주목, 최초 신고자이자 유일한 현장 목적자인 권 씨에게로 눈길을 돌릴 수 있었다. 권 씨는 경찰 조사에서 "너무 당황해 말을 바로 하지 못했다.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할 생각은 없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권 씨의 황당한 거짓말에 온세상은 만 하루 이상을 놀아난 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