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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2015년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명숙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는 핵심 증인 故 한만호 씨의 비망록과 육성 인터뷰 내용이 뒤늦게 공개되었기 때문입니다.

한만호 씨가 남긴 1,200쪽 분량의 비망록에는 자신이 왜 검찰에서 한 진술을 번복했는지에 대한 이유가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조기 석방을 통해 사업 재기를 도와주겠다는 검찰의 회유, 한명숙 전 총리 관련 진술을 해달라는 집요한 압박이 있었다고 한 씨는 적었습니다.

사실 한만호 씨의 이 같은 주장은 9년 전 한명숙 전 총리의 1심 재판 때 대부분 나온 얘기입니다. 하지만 그때는 지금과 같은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한 씨 주장의 신빙성에 대해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한만호 증언 "검찰 진술은 조작"…재판에서 증언 반박한 동료 수감자들

검찰 조사에서 한명숙 전 총리에게 9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고 진술했던 한만호 씨는 2010년 12월 20일 열린 1심 2차 공판에 나와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을 번복했습니다.

증인으로 법정에 선 한 씨는 "한 전 총리에게 어떠한 정치자금도 제공한 사실이 없다, (9억 원을 줬다는) 제 검찰 진술은 조작해낸 이야기"라고 주장했습니다.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의 결정적 증언자였던 한 씨가 말을 바꾸자, 검찰은 이후 열린 재판에서 한 씨의 동료 수감자들을 추가 증인으로 내세우며 한 씨의 주장을 적극 반박했습니다.

사기 혐의로 수감돼 있던 김 모 씨와 마약 관련 수감자 최 모 씨가 바로 그들입니다.

이들은 당시 서울구치소에 한 씨와 함께 수감돼 있었습니다. 수감된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한 씨와 같이 출정을 나가게 되며 친해졌다고 합니다.

김 씨는 지난 2011년 2월 1심 7차 공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김 씨는 이 자리에서 "한만호 사장님이 한명숙 총리 집에 간 내용까지 저에게 설명해주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만호 씨는 적극 부인했습니다. '김 씨의 뇌를 쪼개보고 싶다'는 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이어진 2011년 3월 8차 공판에는 최 모 씨가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최 씨도 "한만호가 한 전 총리에게 9억 원을 줬다는 말을 둘이 처음 만난 날 들었다", "사실이냐고 묻자 한 씨가 내가 준 것을 줬다고 하지 안 준 걸 줬다고 하겠습니까?'라고 했다"라는 취지로 증언했습니다.

김 씨보다 한발 더 나아간 셈입니다.

당시 언론들도 두 사람의 증언을 비중 있게 보도했습니다. 한 씨 주장의 설득력도 그만큼 약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 말고도 구치소에서 한만호 씨의 말을 들었다는 사람은 또 있었습니다. 김 씨와 최 씨 모두 법정에서 한만호 씨가 이 사람에게도 사건 얘기를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특히 최 씨는 이 사람이 자신들보다 한만호 씨와 더 가까웠고, 진술 번복에 대해서도 내밀한 얘기를 나눴다고 했습니다.

확인해 보니 이 사람은 현재도 교도소에 복역 중인 죄수 H 씨였습니다. 그런데 한만호 씨의 진술 번복에 대해 김 씨와 최 씨보다 더 잘 아는 H 씨는 왜 당시 법정 증언대에 서지 않았을까요.

죄수 H 씨, 한만호로부터 "의사에 반해 검찰의 개가 되었다" 얘기 들어

KBS 취재진은 최근 뉴스타파가 한만호 씨의 비망록을 공개한 이후, 죄수 H 씨가 한 전 총리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 관계자들을 상대로 고소를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또 H 씨의 주장이 담긴 문건도 입수했는데, 오늘 뉴스타파를 통해 공개된 H 씨의 인터뷰 내용과도 일맥상통했습니다. 그 내용을 여기에 소개합니다.

H 씨는 2010년 한만호 씨가 통영교도소에서 서울구치소로 이송 온 직후 알게 됐고, 운동 시간과 검찰청 출정 등을 통해 친해졌다고 합니다. 한만호 씨가 한명숙 사건으로 막 검찰 조사를 받기 시작한 시점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련 대화도 나누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H 씨에 따르면, 한만호 씨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와 특수2부에서 나에게 조직적으로 허위진술을 하게 한 후 언론을 통해 서울시장 선거에 검찰이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의사에 반해 검찰의 개가 되었다'고 하소연을 했다고 합니다. 한만호 씨의 주장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H 씨는 또 한만호 씨가 자신에게 다른 검사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가 특수1부와 특수2부에 전달되게 해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했고, 이에 H 씨는 2010년 9월경 서울중앙지검 조사에 나가 검사들에게 '한만호가 진술 번복을 고민하고 있다'고 얘기를 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죄수 H 씨 "검찰이 아들·조카 별건 수사 압박…허위 증언 강요"

이후 2010년 12월 한명숙 전 총리 2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선 한만호 씨가 실제로 검찰 진술을 전면 부정하는 증언을 하게 됩니다. 그러자 검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H 씨는 말합니다.

다음 달인 2011년 1월, 검찰이 이후 한명숙 재판의 검찰 측 증인으로 나서게 될 김 씨와 최 씨를 통해 '추가 사건을 없애주고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형집행 정지 처리도 해줄 테니 협조해달라'는 취지로 회유했다는 겁니다.

이런 제안을 거부하자 검찰 관계자가 자신의 재판에까지 찾아와 '왜 출정을 거부하느냐'고 말한 일도 있다고 했습니다.

급기야는 자신의 아들과 조카까지 다른 사건을 수사한다는 명목으로 검찰에 불렀는데, H 씨는 '아들과 조카까지 처벌하겠다'는 검찰의 압박에 결국 마음을 바꿔 검찰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런 다음 H 씨는 검찰에서 미리 작성된 진술조서를 베껴 쓰고, 이를 토대로 김 씨와 최 모 씨와 함께 수차례 진술 암기·답변 연습을 한 뒤 여러 차례의 수정과 보완을 거쳐 '짜맞춰진' 진술조서를 완성해 한명숙 전 총리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합니다.

이후 실제로 김 씨와 최 씨가 이런 '시나리오'에 맞춰 재판에 증인으로 나갔는데, 검찰은 '요구대로 잘했다'며 만족감을 표시하면서 '한두 가지 부족한 부분은 H 씨를 통해 실현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고 H 씨는 주장합니다.

하지만 H 씨의 법정 증언은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H 씨는 2011년 3월 말부터 4월 초 사이 검찰의 소환을 거부하면서 '증인으로 나가게 될 경우 검찰이 나를 협박하여 모해 위증을 교사했다는 취지의 양심선언을 할 것'이라고 했고, 이에 검찰 관계자들이 H 씨를 설득했지만 실패하고 결국 증언이 없던 일이 됐다는 겁니다.

당시 수사팀 "H 씨 진술은 당시에도 과장되고 황당…명백한 허위"

이에 대해 당시 검찰 수사팀은 오늘(25일) 입장문을 통해 H 씨의 주장이 "객관적 사실관계와 배치되는 명백한 허위 주장"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수사팀은 "H 씨는 한 전 총리에 대한 재판 당시부터 현재까지 장기 수감 중인 사람으로, 당시에도 그 진술이 과장되고 황당해서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판단하고 증인신청도 하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일축했습니다.

다만 한 전 총리 기소 이후 검찰 출입기자들이나 타 부서 검사 등 여러 경로로 '한만호가 자주 접촉하는 동료 재소자에게 검찰 진술을 번복하겠다고 말하며 다녀 구치소에 소문이 났다, 검찰에서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풍문이 전달된 사실은 있다고 했습니다.

이에 H 씨 등을 소환해 물어봤는데 H 씨는 "자신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고, 수사팀도 '교도관들이 엄격하게 관리하는 구치소 내에서 재소자들끼리 진술 번복 모의가 가능하겠느냐', '이렇게 물증이 많은데 진술 번복 시도가 말이 되느냐'고 판단했다면서 그렇지만 이후 실제로 한만호 씨가 법정에서 검찰 진술을 전면적으로 번복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따라서 수사팀으로선 구치소에서 한만호 씨와 자주 접촉한 것으로 확인된 H 씨, 최 씨, 김 씨 등을 조사해 진술 번복 모의가 있다는 풍문이 사실인지 조사할 필요가 있었고 이는 검찰의 정당한 수사 활동이라고 수사팀은 밝혔습니다.

이후 세 사람을 조사해보니 김 씨와 최 씨 두 사람의 경우 진술이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 하다고 판단돼 재판부에 증인 신청을 했고, H 씨는 '야권 인사인 법조인이 한만호가 진술을 번복해주면 돈을 돌려주기로 약속했다'는 등 황당한 주장을 많이 해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판단돼 증인으로 부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수사팀은 또 이들에 대해 특정한 진술을 반복해서 교육시키거나 특정한 진술을 유도했다는 주장도 전혀 터무니없다고 반박했습니다.

H 씨의 아들과 조카를 별건으로 소환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H 씨가 한만호 씨에게 '일산에서 회사를 인수할 생각인데 한 전 총리로부터 돈을 돌려받으면 그 돈으로 동업을 하자'고 해 그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불렀을 뿐, H 씨를 압박하기 위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H 씨 vs 검찰 '진실 게임'…사실 여부 확인 위한 '재조사' 불가피

앞서 살펴봤듯이 H 씨의 주장은 검찰이 한 씨의 진술 번복을 반박하기 위해 죄수들을 시켜 거짓 증언을 하게 했다는 겁니다. H 씨는 조만간 이런 내용의 주장을 정리해 정식으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H 씨의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입니다. 수사팀은 입장문을 통해 H 씨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횡령)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징역 20년 이상의 확정형을 선고받은 사람이라며 증언자의 신뢰성을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로서는 양측이 진실게임을 벌이는 양상인 겁니다.

최근 한만호 씨의 비망록이 뉴스타파를 통해, 육성 인터뷰가 KBS를 통해 공개되기는 했지만, 이는 과거 한 씨가 법정에서 증언했던 주장과 큰 틀에서는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뉴스타파 인터뷰와 입장문을 통해 새롭게 제기된 H 씨의 주장은 사실일 경우에는 한명숙 사건 수사 당시 검찰 수사팀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지게 되는 것으로, 결과에 따라서는 한명숙 사건의 재심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한명숙 사건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높아진 현재 상황에서 한만호 씨와 H 씨의 주장에 대한 조사는, 그 주체가 어디가 됐든 피할 수 없는 수순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H 씨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는 '주장'만으로는 이 사건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만호 씨 비망록 공개가 불러온 파장은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