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이제는 기관·외국인에 당하지 않는다_은퇴한 축구선수는 얼마를 벌까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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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들이 사면 고점이다'란 주식시장 격언은 이제 옛말이 됐다. 올 들어 코스피가 급등락하는 와중에 개인들은 오히려 단기고점을 절묘하게 찾아내 팔고 단기 저점일 때 기민하게 매수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조차 `개인들이 누구보다 발 빠르게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할 정도다. 이는 개인들이 외국증시 분석정보와 전문가들의 예측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매매를 할 수 있는 `스마트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개인들은 막대한 정보와 다각도의 분석력을 갖춘 `집단 지성'이 됐다. 따라서 일부 펀드매니저가 홀로 판단해 투자하는 기관과 외국인보다는 훨씬 현명한 매매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의 영리한 매매 각종 악재가 쏟아지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한 올해 주식시장에서 개인들은 급락장에서 매수하고 단기 고점에서 파는 위기관리 능력을 보였다. 8월 초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코스피가 6거래일 만에 370.96포인트 폭락하자 개인은 8월10일 1조5천559억원을 순매수했다. 당시에는 개인이 `상투'를 잡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많았지만, 개인은 짧은 방망이를 휘두르며 민첩하게 움직였다. 다음 달 16일 코스피가 66포인트(3.72%) 급등해 1,840대로 오르자 1조1천35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대로 9월23일 코스피가 올해 최대폭인 103.11포인트(5.73%) 폭락해 1,600대 후반으로 주저앉자 9천71억원을 사들였다. 개인투자자들은 10월 코스피가 1,900선에 근접하자 매도에 나섰다가 11월 1,700 후반~1,800 초반으로 떨어질 때는 매수해 코스피 상승에 대비했다. 12월1일 코스피가 68포인트(3.72%) 급등해 1,916으로 껑충 뛰자 역대 최대규모인 1조6천809억원을 순매도하는 과감함을 보였다. ◇온라인커뮤니티ㆍSNSㆍ메신저 등으로 실시간 대응 정보의 비대칭성 개선과 온라인상에서 만난 개인들 간의 정보 교류가 개인들의 `머무름 장세'(박스권 장세) 대응력을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8월 이후 국내주식시장은 미국과 유럽의 신용등급 강등,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 등 거시환경변화에 따라 널뛰기를 반복했다. 개인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메신저, 인터넷 뉴스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접하며 의견을 교류하고 전략을 짰다. 트위터 '증권당'에는 5천700여 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방문자 상위 증권사인 삼성과 현대 블로그에는 하루 2천500여 명이 방문해 투자정보를 확인한다. 온라인 메신저를 통한 정보교류는 일상화됐다.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회사 내부에서만 유통되던 정보가 온라인 수단을 통해 실시간으로 개인들에게 전달되다 보니 개미들이 안정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개인들이 단기 고점에서 무작정 뛰어들 수 있었을 텐데 유럽 재정위기가 당장 해결되기 어렵다는 분석을 공유하면서 1,900선 매도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직접 매매가 어려웠던 직장인 등이 언제 어디서든 주식매매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달라진 점이다. 시장점유율 1위인 키움증권의 전체 거래대금에서 모바일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 초 5.70%에서 8월 10.42%, 10월 12.55%로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폰 월간 거래액도 급증하는 추세다. 작년 12월 10조9천641억원에서 불과 10개월만인 지난 10월 29조8천470억원으로 172.22%(18조8천829억원) 늘어났다. 이트레이드증권 김봉기 리서치그룹장은 "기관들은 리스크 관리 때문에 급락하면 손절매를 해야 하지만 개인은 투자기간과 위험 관리가 자유롭다. 장기적으로 과거에는 우리나라 시장이 상승할 때 계속 매수한 외국인이 승자였는데 이제는 개인이 승자다"라고 말했다. ◇ "개인 선전, 일시적 현상" 의견도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개인들의 선전은 시기적으로 운을 잘 만난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개인들이 투자 판단을 예전보다 잘했다기보다는 원래 하던 대로 단기 매매에 충실했는데 마침 시장이 개인에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여줬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올해는 박스권 장세가 주기적으로 나타나 개인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했을 수 있다는 추정은 가능하다. 하지만, 개인들의 저점 매수와 고점 매도 매매 형태를 보인 것이 투자정보의 질이 높아져 투자를 잘했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지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는 예전처럼 단기 매매를 계속했다. 하락하면 사고 오르면 파는 매매는 일시적인 충격이 왔을 때는 이익을 낼 수 있지만 장의 흐름이 대세하락이나 대세상승으로 크게 바뀔 때는 좋은 투자전략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