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이 대체 뭐야?”…‘경찰공화국’ 벗어날 해법 ‘지역’서 찾는다_체중을 늘리기 위해 섭취해야 할 유청_krvip

“자치경찰이 대체 뭐야?”…‘경찰공화국’ 벗어날 해법 ‘지역’서 찾는다_빙고 영화 평론_krvip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지 66년 만에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휘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거셉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에 따라 커지는 경찰 권한도 민주적으로 분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를 위해 요구되는 것 중 하나가 '자치경찰제' 입니다.

'자치경찰제'가 뭐길래 경찰 권한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걸까요? 자치경찰제란 국가경찰과 별도로 지방자치단체에도 경찰권을 부여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자치경찰의 설치·운영·유지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겁니다. 치안사무와 일부 수사업무를 이양해 경찰청 중앙으로 모인 권력을 지방으로 분산시키겠다는 거죠.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3월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한 '경찰법 전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는데요. 경찰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분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되다 행안위로 돌려보내진 뒤 진척이 없는 상황입니다.

사실 자치경찰제는 지난 1991년 지방자치 실시 이후부터 지방 분권을 위해 줄곧 요구됐는데, 자치경찰의 도입 단위(광역 또는 기초)와 자치경찰 사무 범위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2003년에서 2008년 사이에는 기초단위 선택적 도입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임기 종료로 폐기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주도의 경우 2006년부터 이미 자치경찰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설치가 가능했던 걸까요? 자치경찰 운영 효과는 있었을까요? 자치경찰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개선해야 할 점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들여다봤습니다.

제주특별법 근거로 2006년 출범…12년간 '무늬만 경찰' 신세


제주도가 자치경찰제를 시행할 수 있었던 건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입니다. 제주특별법 88조에 '자치경찰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도지사 소속으로 자치경찰단을 둔다'고 명시하면서 우선 시행이 가능했던 겁니다.

여기서 말한 자치경찰사무는 △생활안전을 위한 순찰 △재해·재난 사고 시 주민보호 △교통법규위반 지도·단속 △가정과 학교 폭력 예방 등입니다.

2006년 7월 출범 당시 조직은 국가경찰에서 특별채용한 38명이 전부였는데, 이후 5차례 신규 채용을 거쳐 150여 명까지 늘어났습니다. '주민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자치경찰은 관광객이 많은 제주도 특성에 맞게 공항과 주요 관광지에서 주변 질서를 유지하고, 지역특산물인 감귤 관련한 비상품 감귤 단속으로 지역 농민과 소비자를 보호하는 역할도 했습니다.

그런데 자치경찰이 수사할 수 있는 범위가 △산림 △식품·위생 △수산업 △농·축·수산물 △환경 △관광 등 19개 분야로 한정돼 있다 보니 업무 수행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특히, 교통질서 유지 업무를 하면서 음주 운전자를 확인해도 적발하지 못하고, 통제가 필요한 구간에 대해 통행금지나 제한 권한도 없는 상황 속에서 '무늬만 경찰'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습니다.

권한 강화를 위해 지속해서 제주특별법을 통한 제도 개선에 나선 결과, 출범 9년 만인 2015년에야 국가경찰과 마찬가지로 음주측정과 보행자나 차량의 통행금지·제한 권한을 부여받았습니다. 또, 범칙금 납부를 이행하지 않은 경범죄 처벌법과 도로교통법 위반 사범에 대한 즉결심판 청구권도 얻었습니다.

하지만 국가경찰(제주지방경찰청) 대비 8%에 불과한 인력 규모에 수사권 없는 순찰·예방 중심의 제한적 권한, 초기 이관 인력에 한정된 국가재정 지원 등으로 본연의 자치경찰 역할 수행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계속됐습니다.

2018년 국가경찰 인력·조직·업무 일부 넘겨받아


자치경찰제는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며 다시 불이 지펴졌습니다. 자치경찰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건 문 대통령은 전국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전면 실시를 위한 시동을 걸었는데요.

2017년 11월 경찰청 소속 경찰개혁위원회가 자치경찰제 도입 방향을 발표하고, 2018년 3월 설치된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가 자자치경찰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같은 해 4월부터 제주 자치경찰을 대상으로 확대 시범 운영에 나섰습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이원화 운영을 검증하기 위한 겁니다.

이를 위해 국가경찰 260명을 3단계에 나눠 파견하고, 국가경찰 소속이었던 3개 지구대와 4개의 파출소를 자치경찰로 편입시켰습니다. 제주 동부권에 산지자치지구대·함덕자치파출소, 서부권에 연동자치지구대·한서자치파출소, 서귀포권에 서귀포자치지구대·서부자치파출소·신산자치파출소를 두게 한 겁니다.

본격적으로 경찰 조직의 틀을 갖춘 자치경찰은 국가경찰의 일부 업무도 넘겨받았습니다. 경찰사무 중 생활안전(유실물 처리, CCTV 관제 등), 여성·청소년(학교폭력예방, 아동안전 등), 교통(교통 외근, 싸이카 등)은 자치경찰이 담당하도록 하고, 112신고 중 경미한 범죄에 출동하도록 했습니다.

112신고 유형 55종 중 긴급하거나 중대한 신고 43종(범죄, 교통사고, 성폭력·가정폭력·아동학대 등)은 국가경찰이 맡고, 비교적 긴급하지 않은 일상신고 12종(주취자, 보호조치, 교통 불편, 분실물, 위험동물 등)은 자치경찰이 맡았습니다.

지방 행정-경찰력 결합으로 교통 사망사고↓


그렇다면 자치경찰 확대 시범 운영의 효과는 있었던 걸까요?

먼저, 병원에 설치된 주취자응급의료센터에 24시간 자치경찰이 상주하며 보호가 필요한 주취자를 중점적으로 관리하게 됐습니다. 또, 기존엔 학교폭력 예방사무에 그치던 학교안전전담경찰관이 학교 주변 위험요소(교통, 방범 등) 안전까지 책임지는 역할을 하게 된 것도 성과로 꼽힙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경찰력과 지방행정의 결합으로 교통 사망사고 사망자를 2018년 82명에서 지난해 66명으로 1년 새 19.5%나 줄게 한 건데, 2016년과 2017년에도 80명이었는데 60명대로 감소한 건 처음입니다. 이는 현장과 예산집행을 일원화한 결과로, 사고 요인을 분석한 뒤 지방재원을 투입해 중앙분리대 설치 등 적재적소에 예방책을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중복 출동·출동 지체 등 한계…긴급체포권도 없어


그런데 곳곳에 한계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경찰청이 제주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253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45%는 긍정 평가를, 35%는 부정 평가를 했는데, 주민밀착형 서비스는 개선했지만, 권한과 인력이 부족하고 업무 구분이 불명확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습니다.

모호한 업무 구분은 중복 출동으로 인한 행정력 낭비로 이어졌습니다. 자치경찰이 주취자 신고를 받고 출동하더라도 폭행이나 술값 미지급(사기) 등으로 번지면 국가경찰이 다시 출동해야 하는 겁니다.

혼선이 빚어지면서 담당 업무가 아니더라도 자치경찰도 초동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우정식 제주지방경찰청 기획예산계장은 "자치경찰이 국가사무에 대해 출동한 경우에도 국가경찰을 재차 중복 출동시키지 않고 자치경찰이 현장에서 초동조치를 하고 필요한 영역은 서류로 인계하도록 개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7개 자치지구대·파출소가 신설됐다고는 하나, 제주 전역을 담당하다 보니 출동 거리 등을 고려할 때 현장 도착이 지체되는 문제도 있습니다. 국가경찰 5개 지구대·파출소가 맡는 구간을 한 자치지구대가 도맡기도 합니다.

오광조 제주자치경찰단 기획팀장은 "신고 출동 지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범죄 통계를 근거로 순찰차를 거점 배치해서 한 곳에 몰리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처음 112 시범사무를 할 땐 출동시간이 9분대였지만 지금은 7분대까지 줄였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국가경찰 기준 전국 평균 출동시간이 5분대인 점을 감안할 때 안심할 순 없는 상황입니다.

자치분권위원회 자치경찰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당초 현 정부에서 마련한 자치경찰제 도입안은 지구대와 파출소는 원칙적으로 자치경찰로 이관하고, 국가경찰은 거점별로 순찰대를 두는 것이었다"며 "현재는 반대로 시행하다 보니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복의 문제가 발생하고 신속한 현장 대응도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황 교수는 이어 "도입안에는 일부 경미 범죄에 대한 수사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나 현재는 수사사무가 이관되지 않았기 때문에 반 토막짜리 시범운영"이라며 "관련 법률안이 통과되면 수사 담당 조정 등에 대한 실질적인 검증과정 없이 시행되면서 혼선을 빚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또, 현행범 체포 권한만 있다 보니 수배자를 발견하더라도 긴급체포를 할 수 없다는 허점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계류 중인 '경찰법 전부 개정 법률안'에도 빠져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지방권력 유착 우려…중립성 확보 어떻게?


자치경찰제를 통한 치안체계 확보 문제와 별개로, 지자체에 경찰조직을 떼어주면 과연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를 놓고 여전히 불신이 큽니다. 자치단체장이나 지역 토호세력 등 지방 권력과 유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어제(28일) 자치경찰제 내용을 담은 보도('자치경찰제' 첫 시행 제주…자치실현 곳곳서 한계) 이후 포털사이트에는 "자치경찰제는 비리를 하게 만드는 정책" "지역 실세를 수사할 힘은 없을 것"이라는 등 유착 가능성을 우려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습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추진하는 게 시도지사 1명, 시도의회 2명, 대법원 1명, 국가경찰위원회 1명 추천 등 총 5명으로 구성된 합의체 행정기관 '시·도 경찰위원회'를 만드는 겁니다. 독립된 합의체 행정기관이 자치경찰을 관리·감독함으로써 중앙 정부의 지도·감독, 시정명령, 직무이행명령 등 법령에 따른 견제와 균형 장치를 마련하기 위함입니다.

지난해 9월 제주자치경찰 현황과 개선 방향을 연구한 국회입법조사처는 "자치경찰 도입의 성공 여부는 전국 단위 자치경찰의 빠른 시행에 달린 것이 아니라 현재의 치안 수준을 유지하거나 향상할 수 있는 치안체계 발굴과 그 효과성 검증에 달렸다"며 "안정적인 치안이 확보돼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와 공감 등을 토대로 자치경찰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습니다.

경찰 개혁을 위한 입법 절차를 앞두고, 자치경찰이 비대해지는 국가경찰을 견제하기 위한 도구 뿐만이 아니라, 애초 취지대로 치안행정의 효율성과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로 안착할 수 있도록 권한과 역할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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