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노선 비행기, 다시 늘어난다고요?” 제주도의 고민_파란색과 빨간색 카지노 장식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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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살구 빛깔 꽃이 만개했던 제주의 거리는 하루가 다르게 벚나무 가지 끝이 초록빛 새순으로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길을 걷다가도 무심코 고개를 돌리면 나지막한 돌담 너머로 크고 작은 유채꽃밭이 펼쳐지고, 운전대를 잡고 도로를 달리면서 푸른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것도 제주의 흔한 봄 풍경이죠.

화사하게 피어나는 제주의 봄엔 매년 수만 명 넘는 도내·외 방문객들이 몰려듭니다. 그러나 올해만큼 '외부인'을 경계하는 눈초리가 따가웠던 적이 있었을까요. 서귀포에선 37년째 열린 대대적 꽃 축제까지 취소했는데도 전국에서 상춘객 발길이 끊이지 않자, 지역 주민들이 1년 내내 땀 흘려 가꾼 유채꽃밭을 아예 갈아엎고 나섰습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제주도민이 쓴 '제주는 피난처가 아닙니다' 호소 댓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 확산 여파로 국내선·국제선 운항이 대폭 쪼그라든 가운데, 제주를 찾는 발걸음은 오히려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몇 달 새 해외 여행길이 사실상 막히면서 제주로 여행지를 바꾸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신혼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부부들의 문의가 잇따르자 제주의 특급호텔에선 7년 만에 '허니문 패키지'가 부활했습니다.

국제선 뚝 끊긴 하늘…다시 붐비는 제주공항?

국내 저비용항공사(이하 LCC)들은 3월 중순부터 '제주 노선'을 조금씩 증편하고 있는데요. 배경엔 '늘어난 수요'가 있습니다.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주기장 모습.
제주를 잇는 국내선 4개(김포, 청주, 김해, 광주) 노선을 운항하는 진에어는 코로나19 여파가 확산하던 지난 2월부터 노선별로 절반씩 감편했다가, 지난달 말부터 운항을 20~30% 늘렸습니다. 진에어 관계자는 "(탑승객이) 평소보다는 적은 편이지만, 수요가 늘었기 때문에 (제주 노선을) 증편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에어부산도 2월 말 매일 왕복 5회 운영하던 김해~제주 노선을 3월 말부터 왕복 8회로, 김포~제주 노선은 매일 왕복 3회에서 왕복 5회로 늘렸습니다. 에어부산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 부산과 제주 사이엔 비행기가 12차례 왕복하며 하늘을 날았습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3월 들어 증편한 수치인데도, 탑승률이 2월보다 조금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더 많은 승객이 비행기에 오른 것이죠.

동남아·일본 대신 '제주로'…"주말보다는 평일에"

눈에 띄는 점은 주말보다 '평일'을 이용해 제주로 들어오는 여행객이 늘었다는 겁니다. 실제 제주도관광협회 통계에서도 주말과 평일, 하루 입도객 수가 최대 1만 5천 명 대로 크게 다르지 않은 경향을 보입니다. 개학이 늦춰지고 휴직자가 늘어나는 등 코로나19가 불러온 세태가 반영된 흐름으로 풀이됩니다.

에어서울은 지난 6일부터 김포~제주 노선을 주 2~3편에서 주 32편으로 늘렸습니다. 2월 한 달 동안 주 25편을 운항했지만, 코로나 여파로 3월 한 달 동안 '주말 운항'만 했는데, 3월 말부터 예약이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4월부터 다시 운항 편수를 늘린 것입니다.

에어서울 측은 "아직 정상 운항은 아니며, 4월 들어 평일에도 예약이 들어오고 있어서 증편을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선 운항이 중단된 제주국제공항 모습
항공업계는 코로나 여파로 해외여행길이 뚝 끊기면서, 대체재인 국내 여행지로 수요가 몰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국내 LCC는 일본·중국 등 동북아 단거리 노선과 동남아에 특화돼 있는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일본 정부의 입국 강화 조치로 지난달 9일부터 일본 노선 운항이 중단됐고, 이어 동남아 국가들도 속속 입국 금지에 들어가면서 국제선 운항이 사실상 멈췄습니다.

진에어도 김포~제주 노선을 평일 하루 왕복 4회에서 6회로 늘렸습니다. 진에어 관계자는 "주말은 기존과 비슷하게 유지하는 수준이지만, 평일 수요가 늘었다"며 기존 운항 편수에서 절반으로 줄었고, 기존 공급으로는 최근 늘어난 여객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이보다 조금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에어부산 측도 "주말은 크게 늘지 않았는데, 오히려 평일에 제주로 가시는 분들이 좀 늘었다. 예약률을 보면서 증편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상반기엔 제주, 하반기엔 하와이'…코로나가 바꾼 허니문 계획

결혼식을 열기는커녕 해외여행조차 나갈 수 없게 되면서, 제주로 U턴하는 신혼여행객도 늘어나는 모양새입니다. 호텔신라 제주에 이어 롯데호텔 제주 등 특급호텔들이 일제히 신혼여행 상품을 부랴부랴 내놓고 있는데요. 두 호텔 모두 2013년을 끝으로 '허니문 패키지'를 더는 출시하지 않았던 곳이었습니다.

제주 신라호텔에 머무는 신혼여행객에게 제공하는 '복고풍' 사진 촬영 서비스. 제주 신라호텔 제공
제주 신라호텔은 지난달 신혼여행객 대상 '스위트 허니문' 패키지 4월 판매량이 3월보다 2배 이상 늘어나면서, 해당 패키지를 당초 계획보다 2개월 연장해 6월까지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롯데호텔 제주에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허니문 상품은 없느냐"는 신혼 여행객 문의 건수가 한 달 사이 약 35%나 증가했습니다. 호텔 관계자는 "꾸준히 예약이 들어오면서, 4월 말까지 판매 예정이었던 허니문 패키지 기간을 6월까지 연장했다"고 밝혔습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소재 다른 호텔도 잇달아 신혼여행객을 겨냥한 상품을 앞다퉈 내놓는 중입니다. 커플 스냅샷 촬영업을 하는 한 사진가는 "이미 상반기 예약이 모두 꽉 찬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면세점도 최근 매출이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980~1990년대 신혼여행지로 인기를 끌었던 제주
사실 그동안 제주에 신혼여행객 발걸음이 아예 끊겼던 것은 아닙니다. 호텔업계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에도 제주에 허니문 수요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외여행 문턱이 낮아지고 점차 '신혼여행은 해외로' 인식이 굳어지면서, 제주는 허니문 여행객보다 연인, 친구,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시장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신혼여행 상품도 좀 더 경제적이고 합리적 가격의 '커플 상품' 등으로 바뀌어 출시됐습니다.

한 호텔 관계자는 "결혼식은 연기하거나 소규모로 줄여서 진행할 방법이 아직 남아있지만, 해외여행은 현재 길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라며 "상반기 중 상황이 풀릴 여지가 없어 보이니 '간단하게 2박 3일이라도 국내 신혼여행을 즐기고, 하반기에는 해외여행을 즐기자'는 방식이 최근 인기인 듯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코로나가 여행시장 판도도 바꿔버린 셈입니다.

"제주 관광, 지금은 자제해주실 수 없나요?"

최근엔 해외 감염자로 인한 지역사회 2차 감염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높습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파른 미 대륙과 유럽 등지에서 귀국자가 꾸준히 늘어나는 데다가, 이들이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제주공항에 도착한 해외 방문 이력이 있는 사람들은 특별검역신고서 등을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특히 제주도는 도외(島外)에서의 바이러스 유입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제주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 12명 중 11명이 모두 제주도 밖에서 감염돼 입도한 사례로, '2차 감염'은 가족 간에 옮은 단 1명에 불과하다는 점도 그 이유입니다. 제주공항에서는 해외에서 입국한 입도객을 대상으로 일명 '워크 스루(Walk-Through)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등 검역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제주도 관계자들도 최근 제주 노선 항공편이 증편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관광 산업이 입는 타격을 알면서도, 관광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해야 하는 '속앓이' 중인데요.

지난 8일 가시리 유채꽃밭을 모두 베어낸 것에 대해 "제주 관광을 포기하는 것인가?"라는 언론 질문을 받은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유지되고 있으므로, 그동안에는 방문객 관광객 받는 것도 가급적 자제하고 엄격히 하는 것"이라며 "전국적 차원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된다면 그 흐름을 같이 하되, 방역과 경제를 함께 관리해나갈 방안을 철저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주 서귀포시 가시리 유채꽃밭에서 트랙터가 파쇄 작업을 하고 있다.
원 지사는 최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도, 해외여행길이 막힌 국내 여행 희망자들이 제주지역으로 몰려들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원 지사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국적으로 완화되는 시기가 다가올 수 있다"며, "해외로의 여행길이 막힌 국내 여행객의 증가로 인한 위험 발생에 대비해, 제주도 차원에서 국경 개념의 방역을 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전염병은 단 몇 달 사이에 우리네 일상 곳곳에 파고들었고, 익숙했던 것들이 더는 당연하지 않게 된 오늘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제주 외에도 관광 명소로 알려진 곳에 사는 주민들은, 불가피하게 여행을 하더라도 '관광지도 누군가에겐 삶의 터전'이라는 점을 생각하며 행동해주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배려를 바라는 게 아닐까요.

코로나19 사태를 안심하기는 이른 시점에 대거 여행객이 몰려오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호소하는 주민 목소리가 큽니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연구팀이 이달 7일 발표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초기 감염자 중 '무증상 감염'이 10%가량입니다. 자신이 감염된 사실도 모른 채 누군가에게 병이 옮을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불가피한 외부 활동의 경우 사람이 모인 곳에선 철저한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위생 수칙을 잘 지키고, 조금의 의심증상이 있다면 즉각 외부 활동을 중단하고, 감염 위험이 많은 지역을 다녀왔다면 자가격리 기간을 준수하며 지역 전파 위험을 줄이는 것 등이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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