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사도광산’ 외교전 본격화…“사도광산 이후도 대비해야”_양수 베타_krvip

韓-日, ‘사도광산’ 외교전 본격화…“사도광산 이후도 대비해야”_행운의 스포츠인 폭죽 게임의 이름_krvip

일본이 강제징용 현장인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것과 관련해 한일 간 외교전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2015년 군함도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강제징용 역사도 알리겠다고 했던 약속을 아직까지 지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른 강제징용 현장인 사도광산을 다시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정부는 특히 전문가들과 함께 '민관합동 TF'를 구성해 앞으로 단계별 대응 방안과 국제사회 공조 방안 등을 조율할 계획인데, 일본 정부도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사도광산 TF'를 만들어 한국 측 움직임에 "효과적인 대응책을 검토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사도광산 민관합동 TF' 첫 회의…"군함도 후속조치 이행이 먼저"

외교부는 오늘(4일) 이상화 공공외교대사 주재로 '사도광산 민관합동 TF'의 첫 회의를 열었습니다.

민관합동 TF는 일본이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신청 결정을 발표한 지난달 28일 출범했는데,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문화재청, 해외문화홍보원, 동북아역사재단,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등 관련 기관과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오늘 첫 회의에서 TF는 내년 6월로 예상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등재 여부 결정 때까지 단계별 대응 전략과 부처별, 전문가 그룹별 업무 분장 등을 논의했다고 외교부는 밝혔습니다.

대응 전략의 핵심은 역시 일본이 강제노역이라는 아픈 역사를 숨긴채 군함도에 이어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 한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확실히 알리겠다는 것입니다.

외교부는 오늘 회의에서 "지난해 7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채택된 강력한 결정을 상기하면서, 2015년 일본이 스스로 국제사회에 약속한 후속조치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에 참석자들이 공감했다"고 전했습니다.


일본도 '사도광산 TF' 구성…'사도광산 외교전' 본격화

앞서 일본 정부도 총리와 내각을 보좌하는 내각관방 주재로 외무성과 문부과학성, 문화청 등이 참여하는 사도광산 TF를 구성하고 지난 1일 첫 회의를 열었습니다.

일본 내각관방은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실현을 위해" TF를 구성했다며 "역사적 경위를 포함해 다양한 논의에 대해 부처를 넘어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내각관방은 특히 "그동안의 노력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받고, 이유없는 중상에는 의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효과적인 대응책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도광산이 강제노역의 피해 현장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우리 정부와 역사 논쟁을 예고하는 대목입니다.


어제 한일 외교장관의 전화통화에서도 양국의 입장 차는 분명했습니다.

정의용 장관과 하야시 일본 외무상은 지난해 12월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에서 잠시 만나 대화를 나눈 적이 있지만 전화통화를 한 것은 처음입니다.

정 장관은 전화통화에서 "올바른 역사인식은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근간"이라며 일본 정부가 한국인 강제노역의 아픈 역사를 외면한 채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 추진키로 결정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함께 항의의 뜻을 표했다고 외교부는 밝혔습니다.

반면, 일본 외무성은 전화통화에서 "한국의 입장에 근거한 발언이 있었고, 한국 측의 독자적인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의했다"며 "유네스코에서 사도광산의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한국 등과) 냉정하게 논의를 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양국 외교장관이 첫 전화통화에서부터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면서, 한일 간 외교전이 본격화되는 모양새입니다.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 배제 못해"…"사도광산 이후도 대비해야"

일본 측 신청에 따라 유네스코의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오는 4월부터 사도광산에 대한 심사에 들어갑니다.

문화유산 전문가 집단인 ICOMOS는 서류심사와 현지 조사를 진행한 뒤 내년 5월쯤 등재나 보류, 반려, 등재 불가 등의 의견을 달아 유네스코에 심사 결과를 보고합니다.

일본이 군함도 등재 당시 강제노역 등의 모든 역사를 알리겠다고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아 유네스코에서 경고를 받았고, 또 유네스코가 지난해 국가 간 갈등을 피하기 위해 세계유산 신청 전에 관련국과 충분히 대화하라는 지침을 추가한 만큼 ICOMOS는 부정적인 의견을 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하지만 자문기구인 ICOMOS가 부정적인 의견을 내더라도 21개 위원국으로 구성된 세계유산위원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는다면 사도광산은 일본의 의도대로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ICOMOS가 부정적 의견을 낼 것을 기대하고 상황을 낙관하기보다는 세계유산 위원국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역사적 사실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더 큰 문제는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막는다고 하더라도 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인 강동진 경성대 교수는 세계유산 등재에 실패할 경우 "일본은 등재 실패가 '한국의 비방' 때문이라며 이른바 '역사전쟁'을 더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정부의 대응책이 사도광산에 국한되서는 안되고, 일본의 역사왜곡 전반에 대응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대표연구위원도 "사도광산은 역사교과서와 군함도 등에 이은 일본의 역사왜곡 수단의 하나일 뿐"이라며, "우리만 계속 문제를 제기할 경우 국제사회는 역사왜곡 문제를 한일 간 갈등사안으로 축소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일제 피해국들과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 위원은 특히 "역사 문제에 있어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팩트'와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며 일본의 역사왜곡에 포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2015년 활동을 중단한 '강제동원 피해 위원회'와 같은 정부 기구에서 피해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