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아직도 예측불허…경제 ‘정체성’ 대결 때문_이기기 위해 체커를 두는 방법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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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우리나라 추경 횟수와 나랏빚 규모는 역사에 남을 것이다. 4번이나 집행했고(전례를 찾으려면 반세기 이상 거슬러 올라가 1961년으로 가야 한다), 사상 처음으로 새 나랏빚(적자국채)을 한 해 100조 원 이상 냈다. 횟수나 규모가 늘어난 만큼, 당연히 야당의 반대도 그만큼 많이 접했다.

"통신비 2만 원 고집을 꺾어야 4차 추경 가능"
"퍼주지 못해 환장한 정부"

소상공인 대출부터 전 국민 재난지원금, 그리고 통신비 지원까지... 항목은 바뀌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야당의 공격과 여당의 수비'다. 야당은 낭비가 없는지, 또 불필요한 예산 아닌지 따진다. 여당은 지키는 데 주력한다. 더 써야 효과가 더 나고, 그래야 집권 여당에 유리하다는 게 여당의 인식이다.

'선 자리가 달라지면 생각도 달라진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경제정책은 '공수교대'에 따라 입장이 달라진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는 지금의 여당, 민주당이 '추경은 낭비'라며 반대했고, 그에 앞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지금의 야당, 국민의 힘이 반대했다. 여당이라 찬성하고, 야당이라 반대할 뿐.

이 우주의 섭리 같고, 지당한 듯한 추경의 정치학, 그러나 미국엔 통하지 않는다. 미국은 다르다. 이틀 남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양당의 경제정책을 이해하려면 이 양국 정치의 차이, 허들(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 위기 닥쳤다고 공화당의 '시장주의 DNA'가 바뀌진 않는다

미국의 '경기부양법안'은 우리 식으로 말하면 '추경'이다. 앞서 살폈듯 한국에서 여당은 늘 '추경' 예산안을 키우려고 하고 야당은 늘 깎으려고 한다. 코로나 상황 같은 이례적 상황이 아니면 추경 자체에 대한 반대도 적지 않다. 그런데 미국 '경기부양법안'의 구도는 반대다.

코로나19에 휩쓸린 지금 미국에선 야당이 '더 큰 경기부양책'을 원하고 여당은 그 규모를 줄이라고 한다. 실제로 지난달,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통과시킨 2조 2천억 달러 규모 추가 경기부양책을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이 반대했다. 공화당은, 너무 많으니 깎자고 했다. 민주당은 2조 달러 아래로는 어림없다며 거부했다. 그래서 결국, 대선 직전인데 아직도 합의가 안 됐다.

공화당은 일관되게 엄격하다. 애초엔 절반도 안 되는 1조 달러 이하로 반 토막 내야 한다고 했다. 심지어 갈 길 급한 트럼프가 민주당이 원하는 규모에 가깝게 합의를 해버리라면, 공화당의 찬성표를 충분히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보는 시각도 팽배해있다.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아 처리해야 하는 경기부양법안에 대해 여당인 공화당이 이렇게 까다로운 것,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여당인 공화당은 (당시 대통령은 공화당의 아들 부시였다) 아예 구제금융법안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베어스턴스와 리먼이 무너지고 AIG가 휘청거리던 9월 29일, '금융기관을 지원해 시스템을 지키자'는 취지의 긴급 구제금융 법안을 여당인 공화당이 하원에서 부결시킨다. 찬성 205대 반대 228. 공화당은 133명이 반대하고 단지 65명만 찬성했다.

이날 뉴욕증시는 9·11 때보다 더 깊게 폭락했고 금융위기 공포는 유럽으로 전이되어 유럽 금융시장마저 흔들어 놓는다. 며칠 뒤인 10월 3일, 요건을 좀 더 엄격히 한 구제금융법안이 통과되긴 했지만, 공화당은 이때도 찬성은 과반(46%)이 안 됐다. 야당인 민주당이 74%로 압도적으로 찬성하며 겨우 통과된 것.

공화당은 일관되게 '정부의 직접 개입'과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부정적이다. 보수적 시장주의자 정체성이다. 정부가 나서서 뭘 하려고 하지 마라, 시장에 맡기란 것.

■ 美 민주당, '개입을 통해 시장의 왜곡을 고친다'

반대로 정권을 잡든 잡지 않았든, 민주당은 위기가 나타나면 국가의 적극적 개입을 선호한다. 대공황 때 민주당 정부와 루스벨트 대통령이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노동시장 구조 개혁에 나섰던 '뉴딜'이 그 역사적 시원이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금융시스템 유지를 위해 광범위한 재정지원을 하고, 자본주의 금융시스템 규제를 근본적으로 바꾼 '도드-프랭크 법' 등 금융개혁을 통과시킨 건 부시로부터 정권을 넘겨받은 민주당과 오바마 대통령이었다.

이번 대선에 나선 바이든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19 극복을 위한 광범위한 재정부양책, '그린' 산업 부양과 규제강화, 사회 이동성 향상과 사회안전만 강화가 큰 틀이다. '지금 정부가 경제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개입 선언이기도 하다.

미국의 경제정책에 공수교대는 없다. 시장에 대한 태도, 정부 역할에 대한 믿음에 따라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은 지속해서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왔다. 미국에서 경제는 정치의 시녀가 아니다. 오히려 대선에서 가장 근본적인 충돌이 일어나는 핵심 전장(Battle Field)다.

■ 지금까지의 트럼프노믹스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통해 경제를 성장시킨다
-소득세와 법인세 감세
-화석연료 발전 규제 철폐, 기후협약 탈퇴
-경기부양 위한 금리와 환율 개입

▲ 통상은 '보호무역'... 일방주의 거래로 재편
-한미 FTA 등 기존 통상협정 재조정
-무역적자 감축 우선

▲ '극적인' 대중국 압박 정책
-'미·중 전쟁' 선포하며 관세 인상 압박
-화웨이 등 빅테크 제재, '틱톡' 매각 압력

트럼프가 재선 시 기존 '트럼프노믹스'는 큰 틀에서 변화가 없을 것이다. 트럼프노믹스의 핵심은 감세와 규제 철폐. 기업의 세금을 깎아줘 투자와 고용을 일으키고,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 성장을 견인한다는 방식이다. '레이건 노믹스'를 떠올리게 한다.

트럼프는 소득세 감면(가구소득 5만 달러 이하 면세)과 소득 구간은 단순화(7-> 4단계) 했고, 법인세 인하와 상속세 폐지를 공약해 당선됐다. 불필요한 규제인지에는 논란이 있지만, 규제 철폐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화석연료 발전 규제를 철폐하고, 기후변화 협약은 탈퇴 으름장을 놓았다. 감세와 규제철폐로 자유기업의 활동을 보장하고 정부는 뒤로 물러난다는 측면에서 공화당의 노선을 따른다.

통상은 무역적자를 최소화하는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폈다. 전통적으론 '민주당'의 방식인데, 트럼프는 '거래'의 측면에서 '미국 이익 우선주의'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였다. 관세를 높였고, 한미 FTA 등 대부분의 다자간 통상 협정을 전면 재조정했다. WTO는 탈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경제정책은 이렇게 '미국의 이익'을 위한 일방주의로 일관했는데, 낮은 환율과 낮은 금리에 대한 집착 역시 이 연장선에 있다. 무역 적자 해소와 주가 부양이 목적이었다. 덕분에 트럼프는 미국의 대통령 가운데 중앙은행장(FRB 의장)에게 '금리를 내리라'는 가장 노골적인 압박을 가한 대통령으로 꼽을 수 있게 됐다.

통상은 유일하게 이 경계가 모호해 보이는 부문이다. 트럼프 통상정책의 상징과도 같은 '무역전쟁'은 사실 민주당의 '보호주의' 정책에 가깝다. 미국이 처한 국제정치경제 상황으로 인해 '초당적' 공감대가 이뤄져 있을 뿐이다.

트럼프는 다만 '극적 요소'를 극대화했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무역전쟁'을 선언하고 관세율을 높였다. '중국 탓'에 고통받고 있다는 '극적인' 이야기 전개로 반중 정서를 조성했다. 화웨이 등 중국의 '빅테크' 기업에 대한 전방위 제재에 나선 것은 물론, 소셜미디어 서비스인 '틱톡'의 미국 부문에 대한 '반강제' 매각 압력을 공공연히 행사했다.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이 트럼프노믹스의 근간은 계속 유지될 것이다. 큰 틀에서 공화당 지향이기도 하다. 부자와 큰 기업이 좋아할 정책 조합이다.

■ 앞으로의 바이든노믹스는?

▲ 코로나 극복을 위한 '대규모 경기부양책'
- 2조 달러 대의 추가 경기부양책
-향후 10년간 7조 달러 수준의 '뉴딜'급 경기부양

▲ '그린 인프라'라는 아젠다
- 기후협약 복귀
- 환경이슈를 산업정책 영역으로

▲ 불평등 대응
-사회 이동성 향상을 위한 교육 투자
-의료, 보건, 연금 등 사회안전망 강화

▲ 통상 정책에서도 '동맹 복원' 기조 전환
- TPP 등 다자간 무역협정 복귀할 듯
- 보호무역 기조는 이어질 듯

▲ 치밀한 설계로 대중국 압박
- 대중국 압박 정책에는 초당적 합의
-무리하거나 즉흥적인 정책 줄고 더 치밀해질 듯
-동맹에 대중 정책 공조를 요청할 가능성


바이든이 이긴다면 미국에선 다시 한번 국가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무너진 시장의 균형을 다시 맞추기 위한 광범위한 개입이 일어날 것이다. 우선 핵심 의제는 '그린'이다. 인류를 위한 선택일 뿐만 아니라, '녹색 성장'이라는 새로운 산업정책의 방향이기도 하다. 정부의 개입이 친환경 기술 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다.

보편적 복지에 가까운 복지정책도 확산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 이후 더 심각해진 빈부격차 완화를 위해 '보편적 취학 전 교육, 무상 공공 대학교육'을 추진한다. 사회 이동성 향상 정책이다. 망가진 보건 의료 시스템 복원을 통해 사회 안전망도 강화할 것이다.

이 모든 '개입'에는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하고 증세는 불가피하다. 소득세 증세와 법인세 증세가 주요 수단이 될 텐데, 과격한 세율 인상보다는 '트럼프의 감세'를 되돌리는 정도의 '온건한 개혁'을 예상하는 언론이 많다.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이나 법인세 감면분 복원 정도가 되겠다.

사실 트럼프의 감세 자체가 지난 공화당 정부와 비교하면 그리 크지 않았고, (트럼프는 GDP의 0.7% 규모, 아들 부시는 1.5%였고, 레이건은 2.6%였다) 불황의 한가운데인 만큼 증세 여력엔 한계가 있다.

통상에선 일방주의 노선은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부는 원래 '동맹과의 협의'를 더 중시했고 외교 전문가인 바이든도 큰 틀에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자간 경제협정에 복귀할 가능성이 크고 특히 아시아에서의 TPP 복원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국제사회와의 합의에 의미를 부여하는 만큼, 파리기후협약같이 트럼프가 탈퇴한 협약엔 바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책은 큰 틀에는 초당적 합의가 존재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지나치게 극적이고, 적대적인 설정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소 즉흥적으로 관세를 부과하고, 틱톡 압박 과정에서 여러 차례 말을 바꾸는 등 임의적이었던 정책은 더욱 치밀한 전략적 행보로 변화할 수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바이든이 '틱톡'의 고삐를 죄는 데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지만, 화웨이 금수조치는 고수하고 또 중국과의 첨단 기술 거래도 경계할 것이라고 본다.

다만이 과정에서 동맹들에 대중 정책 공조를 요청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 미국인의 선택은 '자유'냐 '개입'이냐의 선택... 경제정책은 그 본질

사실 코로나 상황에서도 '마스크 안 쓸 자유'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무지몽매'해 보인다. 보건의료 지식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혀를 끌끌 차는 사람도 적지 않다. 트럼프는 "어쩌면 민주당이 사회주의자, 극단주의자, 공산주의자에 장악됐다"는 비상식적 발언을 하면서도 여전히 팽팽한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 언제나 그랬듯 이번 미 대선도 본질은 '자유'를 선택하느냐, '개입'을 선택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은 이 대결의 핵심 전장이다. '감세'냐 '경기부양 위한 더 적극적 개입'이냐는 상황따라 바꿔 쓸 수 있는 '장식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