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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오태완 경남 의령군수.
'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

지난 10일 오태완 경남 의령군수 '강제추행' 사건에 대한 1심 법원의 판단입니다.
오 군수는 기자간담회에서 여성 기자를 강제추행 한 혐의로 지난해 1월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당초 법조계나 이 사건을 취재한 기자들은 오 군수에게 무죄가 아니면 '벌금형' 수준의 유죄가 선고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사건의 심각성과 별개로, 오 군수가 피해자에게 가한 추행의 정도가 그리 강하지 않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예상과 달리 '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오 군수는 군수직을 상실하게 됩니다. 법원의 판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KBS가 700쪽이 넘는 재판 기록과 판결문을 단독 입수해 그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 그날, 기자간담회에서 무슨 일이?

사건부터 짧게 짚고 넘어가 보겠습니다.

지난 2021년 6월 17일, 오태완 군수는 경남 의령의 한 식당에서 지역 언론인들과 함께 간담회를 했습니다. 술이 곁들여진 저녁 자리였습니다.

사건 당일, 오태완 의령군수가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식당 밖으로 나가고 있다.
자리가 시작되고 얼마 뒤, 피해자인 여성 기자 A 씨는 "저는 술을 못 먹어서 얼굴이 벌겋습니다"고 말했습니다.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주량이 약하다는 취지의 발언이었습니다.

문제가 된 건, 이에 대한 오 군수의 '말과 행동'!

피해자는 당시, 오 군수가 ①"저는 얼굴뿐만 아니라 밑에도 벌겋습니다"고 말했으며, 잠시 뒤 오 군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②자신의 오른쪽 손목을 잡아끌며 "화장실을 가는 데 같이 갑시다, 밑에도 붉은지 보여줄게"라고 덧붙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의 발언에 오 군수가 성적 맥락을 담아 대꾸를 하면서, 손목을 잡는 추행을 했다는 겁니다.

식당 내부 모습. 피해자는 이곳에서 오태완 의령군수의 강제추행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 군수는 피해자 주장 자체를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①에 대해선 "얼굴뿐만 아니라 온몸이 벌겋습니다"고 말한 사실만 있으며, ②에 대해선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습니다.

■ '성추행이 있었다' vs '결코, 없었다'…끝없는 진실게임

이번 사건은 수사 시작부터 '진실게임' 양상을 보였습니다. 양측 주장이 완전히 상반된 가운데 사건 당시를 보여줄 현장 CCTV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유일한 증거는 목격자 진술! 당시 그곳에는 오 군수와 피해자 말고도 8명이 더 있었습니다. 5명은 의령지역 일부 언론사 기자들, 나머지 3명은 오 군수를 수행하는 의령군청 공무원이었습니다.

증거 자료로 제출된 사건 현장 좌석 배치도. 오태완 의령군수와 피해자를 포함해 모두 10명이 참석했다.
사건 장소가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라, 이들이 오 군수의 말과 행동을 보거나 듣지 못했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1심 선고 전까지 모두 열한 차례 공판을 진행하며, 식당 종업원부터 간담회 참석자 등 관련 증인을 모두 법정에 불러 진술을 상세하게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또한 오 군수 측과 피해자 측으로 나뉘어 증언하는 탓에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 판결 이유 ①: "진술 번복…피해자 언행도 비난"

'성추행이 있었다'는 피해자와 '결코 없었다'는 오 군수의 주장. 결국 이번 사건의 핵심은 양쪽 진술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믿을 만한지를 가려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0일, 법원은 1년 1개월 동안 긴 심리 끝에 피해자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오태완 군수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며, 당시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성추행이 있었다고 판단한 겁니다.

취재진은 1심 판결문을 토대로 판결 이유를 분석했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오 군수 측 증인들의 '엇갈린 진술'을 꼽았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오 군수에게 유리한 진술을 한 증인은 모두 7명이었습니다. 오 군수를 수행하는 공무원 3명과 의령군을 담당하던 언론사 기자 4명입니다. 반면, 피해자에게 유리한 진술을 한 증인은 단 1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피해자 측의 일관된 진술과 달리 오 군수 측의 진술은 서로 엇갈리는 것은 물론, 일부 번복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일부 기자들은 사건 직후 범죄 사실에 부합되는 진술을 하며 피해자를 위로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진술을 번복하고 오히려 피해자의 당시 언행을 비난했다"고 판결문에서 설명했습니다.

■ 판결 이유 ②: "'피해자다움', 인정할 수 없어"

재판부는 '피해자다움'도 판단의 잣대로 삼지 않았습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흔히 등장하는 '피해자다움'은 "성폭력 피해자라면 마땅히 이래야 한다"는 식의 그릇된 통념을 말합니다.

오 군수 측은 재판 과정 내내 피해자의 말과 행동이 통상적인 성범죄 피해자 모습이 아니라서 '추행을 당했다'는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사건 당일, 피해자가 간담회 분위기를 주도하거나 간담회가 끝나고 군수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거나, 사건 다음 날 식당에서 떠들며 식사하거나 웃으며 통화한 점 등을 문제 삼았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성범죄 피해자는 사안마다 대처 양상이 다를 수 있어, 특정한 '피해자다움'을 강요할 수 없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성범죄 피해자 같지 않다'는 식의 주장은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관념을 전제한 것이라 부당하며, 또, 성범죄 피해자가 매 순간 슬픔과 분노, 무기력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고 판결문에서 밝혔습니다.

■ 판결 이유 ③: "광범위·조직적 '2차 가해' 심각"

사건 이후 벌어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도 재판부 판결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재판부는 이를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는데요.

피해자가 오 군수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한 지 사흘 뒤, 오 군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번 사건에 불순한 배후세력이 있다"며 고소 배경에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피해자의 강제추행 고소를 '정치적 음모'로 규정한 겁니다.

2021년 6월에 열린 오태완 의령군수의 긴급 기자회견
이뿐만이 아닙니다. 피해자 측을 압박할 수 있는 각종 고소·고발도 이어졌습니다. 오 군수와 측근은 피해자를 부정청탁과 무고,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고소를 만류한 한 지인도 피해자를 공갈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보수적인 동네라서 오해할 수 있으니 사건을 덮는 게 좋겠다"는 등 주변인들의 회유도 곳곳에서 잇따랐습니다.

재판부는 이 모든 행위를 피해자에 대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2차 가해라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법정 진술과 입금 기록, 대화 녹취록 등을 살펴보면, 사건을 조직적으로 축소 무마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그 바탕에는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사건을 정치적 음모로 규정한 피고인의 태도가 자리하고 있다"고 판결문에서 설명했습니다.

■ "진실을 말한 사람이 '고통'…피고인 책임져야"

그동안 성범죄 사건은 사실상 피해자 진술로 유무죄를 판단한 경우가 많았고, 가해자를 중심으로 사건을 보는 '피해자다움'이 적잖게 잣대로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그 탓에 피해자는 수사·재판 과정에서 끊임없이 '피해자다움'을 입증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또 한 번 고통을 받았습니다. 사건 이후 발생하는 2차 가해에도 무기력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이러한 관례를 깨트렸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성폭력 사건을 심리할 때, 피해자가 처할 수 있는 불평등 상황 같은 다양한 사정을 살펴야 한다는 '성인지 감수성' 원칙이 판결 원리로 작용한 겁니다.

50쪽 분량의 판결문 말미에 적힌 맺음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난 1년 8개월 동안 진실이 가려지고 진실을 말한 사람이 고통을 받은 것에 대해 피고인이 최종 책임을 져야 한다"


이에 대해 오태완 의령군수는 "재판 과정에서 주장했던 부분이 제대로 소명되지 않았다"며 지난 16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