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비적 판결 _포커를 치는 천사의 이미지_krvip

기념비적 판결 _룰렛 카지노 베팅_krvip

[이두아 변호사/객원 해설위원] 서울고법 민사 5부는 유신 시절인 1973년 중앙정보부에서 조사를 받다 의문사한 고 최종길 교수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 배상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유족에게 18억 4000여 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법률가의 사회적 의무는 옳고 그름을 가려 억울한 사람 억울한 일이 없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따라서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 필수적입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최종길 교수가 고문에 의해 사망했는지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 이 같은 사실이 불법행위임을 전제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유족 측의 주장에 대해 국가가 소멸시효를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로 요약됩니다. 먼저 소멸시효 만료와 관련한 문제입니다. 재판부는 최종길 교수가 고문 등 가혹행위와 직?간접적 관련이 있는 상황에서 숨졌다는 점을 인정했고 국가는 수사서류 등을 조작해 허위 발표를 함으로써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소멸시효가 지나 배상할 의무가 없다.’는 국가의 주장에 대해서는 국가가 사건을 조작하고 은폐함으로써 원고들이 사건의 진상을 전혀 알 수 없었다는 점을 들어 이를 반박했습니다. 즉 피해자 입장을 고려하고 이를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판결을 내렸다는 뜻입니다. 재판부는 또 중대 인권침해 범죄의 경우 공소시효를 배제하고 있는 국제규약까지 거론하며 “이를 민사소송에서도 동일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밝혀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 대안까지 제시했습니다. 반인권적 범죄에 대한 시효 배제 원칙을 이번 판결에 고려한 것은 신의성실 원칙을 들어 최초로 소멸시효를 인정하지 않았던 ‘수지 김’판결 때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입니다. 이러한 성취에도 불구하고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측면에서는 문제점이 보입니다. 재판부는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결과를 그대로 인정했습니다. 어떤 인물이나 기관이 작성한 것이든 그 보고서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주관적인 견해, 즉 ‘정확하지 않은 사실’이 판결의 근거로 작용할 길을 열어놓는 것입니다. 사법권의 중요한 역할을 타인에게 떠넘기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입니다. 이번 판결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새로운 숙제를 던져준 기념비적 판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