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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외교관들이 폭격 당한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피해자가 아니라 '재난 전문 배우(crisis actor)'라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외신들은 이를 러시아의 침공을 부정하기 위한 음모론으로 보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가운데, 현지 시각 9일 남동부 도시 마리우폴에서는 어린이 병동과 산부인과 병동이 폭격당했습니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이 공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3명이 숨졌고, 출산을 앞둔 임신부와 직원 등 17명이 다쳤다고 밝혔습니다.

임신부가 피를 흘리며 황급히 대피하는 사진은 국제사회에 러시아에 대한 비난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전쟁 중이라도 병원과 같은 인도주의 시설을 공격하는 것은 제네바 협약을 위반한 범죄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비난이 고조되자, 영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이 여성은 피해자가 아니며, '재난 전문 배우(crisis actor)'라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군의 병원 폭격과 민간인 피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겁니다.

■ 영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 "연출된 사진" 주장

영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린 게시물. 마리우폴 산부인과 병동의 임신부 피해자 사진을 허위조작정보라고 규정했다.
영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10일 공식 트위터에 마리우폴 병원 폭격은 허위조작 정보라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습니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의 발표문을 인용한 형식으로 "이 산부인과 병동은 오랫동안 운영되지 않았다. 대신 네오-나치 아조프 부대라는 이름의 우크라이나 군과 급진주의 세력이 사용했다. 더욱이 러시아는 유엔안보리에 이 사실을 3일 전에 경고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첨부한 임신부의 사진에는 '가짜(FAKE)'라는 글자까지 표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인도의 한 이용자가 '임신한 것이 분명하다'는 취지로 댓글을 달자, 러시아 대사관은 이를 적극적으로 반박했습니다. "그녀가 아주 현실적으로 분장을 했다. 그녀는 미용 블로그에서도 (화장을) 잘 한다. 더욱이 폭격 당시 그녀는 산부인과 병동에 있었을 리 없다. 그곳은 오래 전부터 네오 나치 아조프 부대가 차지했기 때문에 직원들이 없었다."라고 썼습니다.


러시아 대사관은 또다른 트윗에서도 "그녀는 임신한 뷰티 블로거인데 사진에서 임신한 여성을 연기하는 것이다. 이 사진들은 사람들이 바라는 것처럼 구조자나 목격자가 아니라 유명한 프로파간다 사진가가 촬영했다."라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병원에 민간인 없다→ 폭격 안했다→전문 배우로 연출" 말 바꾼 러시아

피흘리는 임신부의 사진은 AP통신과 계약을 맺은 우크라이나의 프리랜서 사진가가 촬영했습니다.
마리우폴은 러시아군에 포위돼 열흘 가까이 고립된 상태입니다. 외신 기자들의 접근이 어려운 상황에서, 피해 상황은 현지인들과 우크라이나 정부를 통해 외부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고립된 상황을 이용해 러시아 정부는 교묘히 말을 바꾸고 있습니다. 마리우폴 병원 폭격 몇시간 전, 러시아 외무부는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우크라이나 군이 마리우폴 병원의 산부인과 병동에서 환자들을 빼내고 전투병들을 배치했다."고 말했습니다.

어느 병원인지 구체적으로 특정하진 않았지만, 민간인이 없는 산부인과 병동이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고 예고한 듯한 발언이었습니다.

하지만 마리우폴 병원 폭격 소식이 전해지자, 러시아는 처음엔 공습 사실을 자체를 부인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궁 대변인은 로이터 통신의 요청에 "러시아 군은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았다."면서도 군에 사실을 더 확인해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민간인 피해자들이 발생한 사진이 속속 확산되자,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공습은 서구의 대중들을 속이기 위한, 완전히 연출된 도발"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피해자를 꾸며내기 위해 '재난 전문 배우'를 준비해뒀다가 영상을 만들어 배포하는 허위정보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겁니다. 이 논리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연기자이기 때문에 포격이 있었더라도 민간인 피해자는 없는 것이 됩니다.

공습으로 폐허가 된 마리우폴 산부인과 병동의 모습.
■ 러시아 주장 근거 없어…트위터 삭제 조치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이 상황이 연출되었다는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근거로 내세운 것도 이 여성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속 임신한 사진 모습 뿐이었습니다. 마리우폴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통해서도 폭격 사실은 분명히 확인됩니다.

정부의 공식 계정 게시물에 대해 삭제를 자제했던 트위터는 이례적으로 주영 러시아 대사관의 게시물을 삭제조치했습니다.

트위터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게시물이 혐오 행위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고 밝혔습니다. 개인을 괴롭히기 위한 의도로 희생자가 보호받아야 하는 폭력 사건을 언급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을 적용했습니다.

공습으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 마리우폴의 식료품점과 쇼핑몰의 모습을 촬영한 위성 사진.
■ 음모론의 목적은 '우크라이나 침공의 전면 부인'

우크라이나 정부가 정보전을 위해 '재난 전문 배우'로 전쟁 이미지를 연출한다는 음모론은 마리우폴 병원 폭격 사건뿐만이 아닙니다.

BBC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무관하게 촬영된 영상들이 이런 음모론에 이용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피흘리는 배우의 모습이 이번 전쟁의 재난 전문 배우의 모습으로 소셜미디어에 확산됐는데, 사실 이 영상은 2020년 우크라이나에서 드라마 촬영장에서 찍힌 영상이었습니다.

CNN이 허위조작정보로 판단한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영상.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기후위기 시위를 취재한 독일의 보도 영상에 미국 NBC 방송의 우크라이나 뉴스 자막을 합성했다.
리포팅하는 방송기자 뒤로 바닥에 줄지어 놓인 시신 가방에서 갑자기 사람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는 뉴스 영상도 우크라이나 전쟁 참상이 조작됐다는 증거처럼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상은 오스트리아에서 기후 위기에 반대하는 시위를 보도한 뉴스 영상 위에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뉴스 자막을 합성해서 조작한 이미지였습니다.

러시아 외교관들은 이런 조작된 이미지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음모론에 신뢰감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유엔 주재 러시아 부대사인 드미트리 폴란스키는 CNN 뉴스 자막으로 조작한 이미지를 공유하며 "전투가 벌어지는 곳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대중매체의 거짓말과 허위조작정보"라고 썼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침공당했다기보다 이미지 조작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전쟁터로 보이는 것이라는 취지입니다.

미국 언론들은 이 같은 '재난 전문 배우' 논란이 앞서 미국의 음모론자들이 펼치던 주장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2018년 미국 파크랜드 학교 총격 사건에서 피해자들을 '재난 전문 배우'라고 부르면서, 있는 사실을 없는 것처럼 조작하려 한 시도와 유사하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재난 전문 배우' 논란을 일으키는 음모론자들의 목적은 보도된 이미지를 조작됐거나 연출된 것이라고 호도해 대중의 경험과 인식을 왜곡시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