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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원자력 협정과 한미 원자력 협정 비교 및 시사점' 토론회. / 세종연구소 제공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완전히 신뢰하며 한국의 미국 핵 억제에 대한 지속적 의존의 중요성, 필요성 및 이점을 인식한다."

지난달 2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발표된 '워싱턴선언'의 일부입니다. 이 워싱턴선언은 '핵 협의 그룹(NCG)'을 신설하기로 하는 등 북핵에 대한 이른바 '확장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했다는 것이 정부와 여당의 평가입니다.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란 핵이 없는 동맹국이나 우방국에 대해 제3국이 핵 공격을 위협할 때, 미국이 가진 억제력을 동맹국으로 확장해 제공한다는 개념입니다. 즉 북한이 남한에 핵 공격 위협을 가하면 동맹인 미국이 핵무기 등의 수단으로 공격해 핵전쟁을 미리 억제한다는 것입니다. '핵우산'의 구체화된 표현이기도 합니다.

확장억제의 강화는 남한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자체 핵무장론'에 대한 반박이기도 합니다. 최근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하고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대두된 '핵무장론'이 워싱턴선언으로 벽에 부닥쳤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제는 핵무장에 앞서 '핵 잠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 핵 잠재력이란?…"핵무기를 실제 만들진 않지만, 단기간에 만들 수 있는 능력"

핵 잠재력이란 핵무기를 실제 만들진 않지만, 단기간에 핵무기를 생산해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세종연구소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전진호 광운대학교 교수는 "미국의 반대는 물론이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 있는 한국 상황상 자체 핵무장론은 현실적 장벽이 높은 선택지"라며 "핵 잠재력은 핵무장 관점이 아니라 핵무장을 회피하면서도 북한의 핵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잠재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즉 핵 잠재력 논의는 '비핵화'를 위한 확장억제와 3축 체제(킬체인·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대량 응징 보복)하에 논의되어야 할 문제라는 주장입니다.

■ "일본, 자국 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가능…한·일 원자력 협력해야"

전 교수는 현재 핵 잠재력 확보를 위한 사전 검토는 분명 필요하고 이를 위해 핵 잠재력에서 우리보다 우위에 있는 일본과 원자력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핵무기는 핵 물질과 기폭장치, 투발 수단으로 구성되는데 핵 잠재력 확보에 있어서 한국에는 핵 물질이 가장 큰 제한점이기 때문입니다.

통상의 원자력 협정에서 연구용 원자로와 기술 등을 상대국에 제공하는 공여국은, 수혜국보다 유리한 협정을 체결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같은 수혜국인 일본은 우리보다 유리한 조건의 협정을 공여국인 미국과 체결한 상태입니다.

일본은 미·일 원자력 협정 체결로 자국 내에서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권리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일본 내 플루토늄 전환 시설을 두고 플루토늄을 보관할 수 있는 '포괄적 사전 동의'까지 받아냈습니다.

핵무기는 원전에서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해서 얻는 플루토늄 또는 95% 이상 농축된 우라늄을 활용해서 만드는 만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핵 잠재력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한·미 원자력 협정에 따라, 한국의 경우 핵연료 재처리는 프랑스와 영국 등 해외에 위탁해야 합니다.

또 일본은 20% 미만의 우라늄 저농축은 자유롭게 할 수 있고, 20% 이상의 고농축도 미국의 사전 동의가 있으면 가능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20% 미만의 저농축조차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때문에 한국은 원전 가동에 필요한 5%의 저농축 우라늄도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20% 이상의 고농축은 한·미 원자력 협정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 "핵 잠재력 확보 위해서는 미국의 신뢰 필요"

결국 장기적으로 핵 잠재력 확보가 필요한지 정부 차원의 정책적 논의도 필요하고, 그 결과 핵 잠재력을 확보하기로 한다면 한·미 원자력 협정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 교수 주장입니다.

물론 미국이 현 시점에서 이를 승인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다만 북핵은 물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 등 한반도 안보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에 대한 지속적인 설득과 신뢰를 확보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장은 전 교수 발표에 대해 "10년도 더 된 것 같은데, 당시 국내에서 '핵 주권'이라는 용어가 대두된 적이 있었다"며 "오히려 이러한 강한 표현이 (미국이) 한국을 불신하게 만드는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핵 주권이라는 표현은 미국 입장에서 농축, 재처리, 핵무기 모든 것을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뉘앙스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이보다는 '한국 국익에 맞는 원자력 정책을 편다'는 태도로 가는게 낫지 않느냐는 생각"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