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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현대ㆍ기아차그룹 본사 등 3개사에 대한 압수수색과 동시에 이주은 글로비스 사장을 횡령 혐의로 전격 체포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글로비스의 비자금 규모와 조성 경위, 용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글로비스 비자금과 관련해 로비를 받는 등 부적절한 행적이 포착되면 누구든 조사한다는 방침이어서 비자금의 용처가 드러날 경우 검찰 수사의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이달 1월 김씨를 체포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글로비스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처음 밝혀냈고 이후 글로비스 내부에서 비자금 조성에 대한 구체적인 제보가 접수되자 보강 조사를 거쳐 이 회사 이주은 사장과 자금 담당 임원을 체포했다. 검찰은 글로비스가 현대차 그룹의 건축 사업과 관련한 인허가에 김재록씨의 힘을 빌렸고 그 대가로 수십억 원을 제공한 점으로 미뤄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투입한 전체 비자금 규모는 수백억원 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의 곁가지 사업분야인 `건축사업'의 인허가 청탁 대가로 수십 억원이 건너갔을 정도라면 본류 사업의 인허가 장벽을 뚫는 데는 이보다 훨씬 많은 `실탄'을 퍼부었을 개연성이 크다는 얘기다. 검찰은 또 글로비스가 어떤 방식으로, 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사장 등 오너 일가가 대주주인 글로비스가 비자금 창구로 사용된 만큼 비자금의 주된 용처는 현대차그룹의 핵심 경영 사안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돼 있을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비자금이 흘러간 경로야말로 글로비스 비자금이라는 시한폭탄의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재록씨에게 흘러간 수십 억원은 전체 비자금 용처 중 극히 일부분에 해당할 수도 있어서 수사 경과에 따라 비리에 연루된 현대차측 최고위 간부는 물론, 정관계 고위 인사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글로비스가 로비 리스트 또는 비자금 사용 내역 등을 남겨놓지 않아 검찰은 우회로를 통해 비자금 용처를 가려내야할 형편이어서 김재록 게이트 몸통까지 접근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물류업체인 글로비스는 하청업체와 거래를 왜곡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비스가 실제 물류 운송을 맡아 처리하는 하청업체들을 통해 운송량이나 운송 거리, 운송횟수 등을 부풀려 실제 지급된 비용보다 더 많은 비용이 나간 것처럼 꾸며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 건설사들이 하청업체의 공사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하는 수법과 유사했다. 건설사들이 통상 비자금을 불순한 동기에서 사용했듯이 글로비스도 떳떳하지 못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검은 돈'을 매개로 각계 유력 인사들을 매수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어 이 부분도 앞으로 수사를 통해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김재록씨가 로비를 해 준 사업이 어떤 부문인지에 대한 관측이 엇갈리고 있는 점도 수사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가늠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일각에서는 현대제철(옛 INI스틸)의 당진 일관제철소 사업 또는 양재동 신사옥 증축과 관련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검찰 관계자는 이를 확인해주지 않아 궁금증이 더 커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사업 대상에 대한 언론보도는 읽지 않고 스킵(Skip.건너뛰기)한다"고 밝혀 두 사업과 무관한 제3의 사업이라는 추론이 힘을 얻고 있는 형편이다. 현대차가 김씨에 로비를 부탁했다면 과연 사업의 인허가 획득 시도가 성공했는지도 관심거리다. 검찰은 김씨가 사례금으로 수십억원을 챙긴 점에 비춰 `성공한 로비'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씨의 컨설팅 행태를 보면 사업자문 등을 계약하면서 수억원을 받고 성공보수로 십수억을 받는 방법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로비가 성공했다면 로비대상 인물들의 줄소환과 사법처리는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여 이날부터 본격 시작한 비자금 수사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