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돌봄이 필요해요”…장애인 돌보는 ‘돌봄 노동자’_포커 트래커 토런트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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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박옥희 씨의 식사 보조를 하는 권임경 장애인 활동지원사
권임경 씨는 2012년부터 장애인의 생활을 돕는 장애인 활동지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권 씨는 8년째 일을 하고 있지만, 올해는 유난히 힘든 한 해로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코로나 19 사태로 바깥출입이 어려운 돌봄 대상자에게 식사 보조부터 청소와 빨래 등 돌봄 대상자를 그림자처럼 돌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계속 집 안에서 함께 있다 보니 돌봄 대상자가 언제 도움을 요청할지 모르기 때문에 권 씨는 쉴 틈이 없습니다.

또 예정된 돌봄 시간이 아니라도 대상자가 갑작스럽게 도움을 요청하면 이를 거절하기도 어렵습니다.

권 씨는 "장애인 분들을 케어하다 보면 법에 보장된 휴게 시간은 거의 보장 받을 수 없다"라며 "이용자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야 하기 때문에 항상 대기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권 씨가 생활을 돕고 있는 시각장애인 박옥희 씨는 "(코로나 19 사태로 외출하기가 어려워서) 집에서 혼자 있으니깐 답답하다"라며 "활동보조사라도 와야 말이라도 한 마디 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그러면서 "(장애인 활동지원사가) 없으면 식사를 해 먹지도 못하고 집도 엉망이 된다"면서 권 씨에게 고마움을 표현했습니다.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장애인 활동지원사 황 모 씨(오른쪽)
코로나 19가 장기화 하면서 장애인 일자리가 적어지자 일부 장애인들이 장애인 활동지원사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지난 4월부터 약 6개월간 한 시각장애인을 돌봤던 장애인 활동지원사 황 모 씨는 지난 9월 황당한 일을 겪었다고 취재진에게 털어놨습니다.

황 씨는 한 시각 장애인을 주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돌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시각장애인이 황 씨에게 '거래'를 제안한 겁니다.

화요일과 목요일은 자신을 돌봐주지 않아도 되고, 다른 요일에도 오후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등 편의를 봐줄 테니 60만 원을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황 씨는 "60만 원을 주고는 도저히 일을 못 하겠다고 (돌봄 대상자에게) 얘기했더니 하루아침에 (일자리에서)잘리게 됐다"고 합니다.

기자(좌)와 인터뷰 중인 조연아 장애인 활동지원사(우)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코로나 19가 다시 확산하면서 생계까지 걱정된다고 말합니다. 돌봄 대상자가 코로나 19 감염 우려로 갑자기 돌봄 서비스 중단을 요구하면 그 날로 수입이 '0원'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연아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지난 2월 돌봄 대상자의 부모가 코로나 19 감염 우려로 돌봄 서비스 중단을 요구해 한 달간 임금 없이 쉰 적이 있습니다.

조 씨는 "(지난) 2월에 쉬면서 급여를 받지 못해서 2~3달 또는 조금 더 길게 여파가 갔다"면서 "현재도 (코로나 19가)유행을 하니깐 마음이 불안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연락이 와서 또 쉬어야 되는 상황이 되면 제가 또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으니깐 그거에 대한 걱정이 있다"라며 고용 불안을 호소했습니다.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진석 교수
전문가들은 장애인 활동지원사 등 돌봄 노동자들이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더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돌봄 노동의 가치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진석 교수는 "돌봄이라고 하는 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밀접 접촉이 있어야만 가능한데 (코로나 19의 영향으로)그게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일자리도 줄고 일도 줄고 그런 상황에서 소득이 감소하고 그런 상황들이 지금 돌봄 노동자들에게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상황 "이라며 "장애인분들도 코로나 블루를 경험할 것이고 장애인 활동지원을 하는 돌봄 노동자들도 역시 수입의 감소라든지 자기가 일자리로부터 박탈됐다는 상실감 이런 것들을 통해서 코로나 블루로부터 취약한 분들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해외에선 돌봄 노동자의 일을)필수 노동으로 간주하고 필수 노동에 대한 사회적 처우, 그리고 사회적인 인정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학계와 현장에서 나오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그러한 목소리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면서 "장애인 활동지원사들과 같은 돌봄 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이라든지 사회적 인정을 도외시한 상황에서 돌봄의 질이 올라갈 거라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 돌봄 노동자들은 '코로나 블루'를 경험하며, 불안한 고용 상황에 생계까지 걱정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돌봄 노동자의 처우 개선은 결국 더 나은 돌봄 서비스가 가능해진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합니다. 다른 사람을 돕는 돌봄 노동자에 대한 돌봄이 결국 사회 전체 복지를 늘리는 기반이 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