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 교수, 대관령음악제 통해 ‘아스펜’ 꿈 실현 _엘리아스 포커 코스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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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음악제 통해 '아스펜' 꿈 실현
새 학기엔 예일대 음대서도 음악지도
미국 콜로라도 주에 아스펜(Aspen)이라는 조그만 마을도 있다. 로키산맥이 지나가는 길에 있는 만큼 자연경관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인구 6천의 아스펜에서는 매년 세계적 명성의 클래식음악제가 열리고 있다. 뉴욕 줄리아드음악원의 강효(姜孝.61) 교수. 그는 이 음악제에 1974년부터 30년이 넘도록 바이올린 지도자로서 참가해왔다. "한국에도 아스펜음악제같은 것이 있으면…" 하는 것은 그의 오랜 바람이었다. 그는 대관령국제음악제를 통해 그 꿈을 이뤄내려 하고 있다. 다음달 31일부터 평창을 중심으로 열리는 제3회 대관령국제음악제의 예술감독으로서 준비차 한국에 온 강 교수를 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아스펜음악제는 탱글우드축제 등 다른 음악축제와는 성격이 좀 다릅니다. 음악교육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매료됐던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아스펜음악제(Aspen Music Festival and School) 이름에 'School'이 붙어 있는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단순히 휴양지에서 클래식연주를 듣고 즐기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가 짧기는 하지만 대관령국제음악제 역시 같은 것을 추구한다. "이번 음악제에는 한국은 물론, 미국, 캐나다, 독일, 폴란드, 중국, 일본, 대만 등 14개 나라에서 140여 명의 음악학도가 참가합니다. 음악도들이 레슨을 받고 싶다고 아무나 참가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오디션을 거쳐 선정된 사람만이 수강자로 참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음악제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대개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산 좋고 물 좋은 평창 일원에서 클래식 연주와 함께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이 일단 숫적으로는 가장 많다. 다음은 연주자와 교육자로 참여하기 위해 온 아티스트들. 나머지는 이들로부터 음악 실기교육을 받기 위해 참가비를 내고 참여하는 음악학도와 그 가족들이다. 음악제는 음악교육의 일환으로 '마스터클래스'라는 것도 운영하고 있다. "음악 레슨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음악제에서 연주를 하는 국내외 거장들이 음악학도들을 개인적으로 가르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마스터클래스인데 아티스트가 공개된 장소에서 2~3명의 음악도를 가르치는 현장을 일반참관객들도 방청하는 거지요. 이번에는 마스터클래스를 평창에서만 운영하지 않고 아티스트들이 강릉이나 원주의 예술학교를 직접 찾아가는 것도 하게 됩니다." '찾아가는 마스터클래스'를 운영하는 것은 어떤 사정에 의해 음악제에 참가하지못하는 학생들에게도 배움의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다. 음악제 측은 오디션을 받고 참가하는 학생들 중에서도 3분의 1에 대해서는 전액 또는 부분 장학금을 준다.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재능은 있으나 경제적 사정이 허락하지 않은 학생들을 돕기 위한 것이다.
바이올린 지도하고 있는 강효 교수
뉴욕 줄리아드음악원의 강효 교수(왼쪽)가 한 학생에게 바이올린 지도를 하고 있다.[연합]
강 교수는 미국에서 바이올린을 배우려는 한국 음악학도들에게는 대부와 같은 존재다. 김지연, 사라 장 등이 그의 지도를 거쳤다. 한국인뿐 아니다. 길 샤함 같은 바이올리니스트도 그를 사사했다. 연주 지도방법에 대해 그는 담담하게 얘기한다. "자기가 (연주하는 것을) 좋아하고 의욕이 있으면 혼자서 다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좋은 지도란 학생이 의욕을 갖도록 해 주는 것입니다. 자기가 '잘하고 있구나. 발전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게 자주 기회를 제공해야죠. 물론 재능도 있어야 하고 노력도 필요하지요. 장영주는 6살 때부터 가르쳤는데 재능도 발견되고 무슨 말이든 잘 이해했습니다. 10살, 11살 때는 대학에서 가르치는 스타일로 얘기를 해도 잘 알아 들었습니다." 그는 가르치는 데만 그친 것이 아니라 재능있는 젊은이들에게 연주의 터전과 기회를 함께 제공했다. 줄리아드 출신 연주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실내악단 '세종솔로이스츠'는 그의 주도로 만들어진 것이다. 세종솔로이스츠는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미국 안팎으로 꽉 짜인 일정을 소화해 내느라 바쁘다.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는 상주연주단 역할을 하고 있다. 세종솔로이스츠 소속 단원들은 음악제 기간에 연주활동도 하고 교육에도 참여한다. 올해 대관령음악학교 교수로는 강 교수 외에 바이올린 분야에서 김지연, 이고르 오짐, 조엘 스미어노프 등 아티스트가, 첼로는 정명화, 알도 파리소, 볼프강 엠마뉴엘 슈미트, 안드레즈 디아즈 등이, 비올라는 리처드 용재 오닐, 오카다 노부오, 토비 애플이, 베이스는 스티븐 사스가 참여한다. 제1회 때의 '자연의 영감', 2회 때의 '전쟁과 평화'에 이어 이번 3회 음악제의 테마는 '평창의 사계'다. "세종솔로이스츠는 지난 10여년 간 비발디의 '사계'를 수없이 연주해 왔습니다. 조슈아 벨, 정경화, 길 샤함 같은 연주자들과 함께요. 그런 가운데 '한국의 사계' 같은 작품을 만들어 세계를 다니며 연주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왔습니다. 그 생각을 상임작곡가인 강석희 교수(계명대학교 특임교수)께 얘기하고 축제의 테마도 그렇게 잡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흔쾌히 작곡을 약속하셨습니다." '평창의 사계'는 세종솔로이스츠가 축제 개막작으로 연주하게 된다. 이번 음악제 때는 작곡가 고든 친의 '여름 잔디'가 세계초연되며 8년 전 78세로작고한 한국계 미국 작곡가 얼 킴(한국명 김을)의 단막오페라 '발소리'가 아시아초연된다. 대관령국제음악제의 중장기 운영계획과 관련해 강 교수는 여러 가지 구상을 하고 있다. "우선 중요한 것은 축제오케스트라가 있어야 하고 페스티벌 때 쓸 수 있는 전용 연주홀이 있어야 합니다. 주최측인 강원도가 2008년에는 홀을 만들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지금은 현악기 중심의 연주와 교육을 하고 있는데 피아노나 성악, 관악 쪽으로도 영역을 넓히려 하고 있습니다." 그는 국내외의 음악인들이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연주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날이 어서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 바로크음악에서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고 거장들에게 직접 연주지도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음악제로 인식됐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좋아하는 작곡가나 음악 등 개인 선호에 대한 질문에 대해 강 교수는 말을 아낀다. "어느 작곡가나 어느 시대의 음악 등에 대한 특별한 선호는 없는 것 같습니다.그러나 어렸을 때부터 자라나는 과정에서 즐겨 들었던 아티스트들이 평생 머리에 남아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호로비츠,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 바이올리니스트 밀스타인 또는 오이스트라흐. 이런 사람들이 제게 영향을 많이 주고 아직까지 무척 좋아 합니다."
길 샤함과 담소 나누고있는 강효 교수
뉴욕 줄리아드음악원의 강효 교수(오른쪽)가 세계적 명성의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연합]
강 교수는 지금은 음악제 준비 때문에 바쁘지만 예술감독의 임무를 마치고 뉴욕으로 돌아가면 더욱 정교하게 일정을 챙겨야 한다. 새 학기부터 줄리아드 음악원 외에 명문 예일대 음대에서도 바이올린 교수직을 맡기로 했기 때문이다. "더욱 바빠지겠지요. 그렇지만 제자들도 가르치고 더 많은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구나 생각하면 익사이팅해져요."라며 강 교수는 해맑은 웃음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