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야도 납북 어민, 친구와 37년 만에 화해 _하트 오브 라스베가스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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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정말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 지나간 일 아닙니까. 이렇게 용서를 하고 나니 내 마음도 한결 편안합니다.". 전북 군산시 옥도면 개야도에 사는 어민 임봉택(63) 씨는 37년 전의 악몽에 몸서리를 치며 눈시울을 붉혔다. 평탄하게 살던 그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1972년. 그의 나이 24살 때였다. 1968년 연평도 근해에서 고기잡이 배(영창호)를 타고 조업하던 중에 납북됐다가 귀환한 고향 친구 박춘환(63)씨가 당시 간첩 혐의로 구속되면서 그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경찰의 지독한 고문을 견디지 못한 박씨가 자신의 동갑내기 친구였던 임씨를 포섭하려 했다고 한 말이 화근이 된 것이다. '북에서 가져온 책을 건넸고 북한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는 박씨의 허위 증언 때문에 영문도 몰랐던 임씨는 누명을 쓴 채 경찰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았다. 경찰은 임씨를 여러 날에 걸쳐 구타했는가 하면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수없이 가했다. 심지어는 며칠 동안 잠도 재우지 않는 등 허위증언을 받아내기 위해 모진 고문을 했다. 경찰은 '박씨가 북한의 첩자임을 알면서도 신고하지 않았다'며 불고지죄를 적용해 임씨를 구속했다. 하지만, 1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항소 기각으로 석방된 임씨는 이때부터 박씨와는 등을 돌린 채 37년을 살아왔다. 이러한 임씨와 박씨가 8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 주관으로 고향인 개야도에서 만나 그간의 오해와 불신을 풀고 화해했다. 지난 4월20일 진실화해위원회에 의해 누명을 벗은 이들은 정부를 상대로 재심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박씨는 "그때 나의 허위진술로 친구의 인생이 망가진 것을 알고 여러 차례 자살도 생각했었다"면서 "당시 고향을 떠나 수도권에서 고향과 연락을 끊은 채 평생을 살아왔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박 씨는 "뒤늦게나마 진실이 밝혀져 고향으로 돌아 올 수 있어 기뻤다"면서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친구에게 속죄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씨는 "그 당시에는 친구였지만 정말이지 죽이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면서 "세월이 흐르다 보니 서운한 감정도 많이 사그라졌다. 이제는 예전으로 돌아가 여생을 함께 보내고 싶다"며 웃었다.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각각 법원에서 같은 혐의로 무죄판결을 받은 개야도 출신의 납북귀환 어부 서창덕씨와 정삼근씨도 이날 행사에 참석했지만 증언자와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