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일고시원 참사 후 무엇이 바뀌었나?…“3400곳은 규제 사각지대”_포커에서 콤보 빈도를 높이는 방법_krvip

국일고시원 참사 후 무엇이 바뀌었나?…“3400곳은 규제 사각지대”_브루독 메뉴_krvip

지난달(7월) 10일 저녁 7시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한 상가 건물 4층 고시원에서 불이 났다. 불이 났다는 신고에 소방대원이 대거 출동해 30분 만에 진화에 성공했지만, 3명이 연기를 마시고 병원으로 옮겨졌고 20명이 긴급대피했다.

그런데 불이 난 고시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다행히 빠른 대응으로 큰 인명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스프링클러는 소방관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초기에 화재에 대응하는 중요한 소방시설이다. 이 고시원은 스프링클러가 없었지만 관련 법에는 저촉되지 않았다.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 고시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경기도 안산소방서 제공
■ 2009년 7월 이후 등록 고시원만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2004년 1월 수원 마이홈 고시원 화재(4명 사망), 2006년 7월 서울 송파 나우고시텔 화재(8명 사망, 10명 부상) 2008년 7월 경기도 용인 타워고시텔 화재(7명 사망, 10명 부상) 등 잇단 고시원 화재 참사에 2009년 7월 8일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대한 특별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2009년 7월 8일 이후에 허가받아 운영중인 고시원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됐고, 그 이전부터 운영해온 고시원들은 스프링클러가 없어도 문제를 삼지 않고 있다. 위에 사례를 든 안산의 고시원은 2006년부터 고시원을 해왔기 때문에 스프링클러 없이도 고시원 운영이 가능했던 것이다.

아래 분포도를 한 번 보자. 한국도시연구소 조사 결과 전국 11,900개의 고시원 가운데 2009년 7월 이전에 문을 연 이른바 규제 사각지대 고시원은 모두 3,403개로 이 중 57.2%인 1,945개는 서울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노후 고시원이 많은 것은 이전부터 법적으로 소방관련 제재가 느슨하다 보니 오래된 건물, 즉 임대비용이 싼 건물의 한두 층을 임대해 고시원의 문을 여는 고시원 운영자가 많기 때문이다.

LH토지주택연구원 진미윤 연구위원과 최상희 수석연구원의 조사결과 2000년 이전에 지어진 고시원 건물 비중은 42.5%, 1990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 비중은 20.8%나 됐다. 적게는 20년에서 많게는 30년 전에 지어진 건물의 실내를 개조해 고시원 문을 연 곳이 이렇게 많다는 얘기다. (이 자료는 소방청의 고시원 등록 자료를 토대로 연구진이 건축물대장을 일일이 전수 분석한 것이어서 정부의 총 스프링클러 미설치 고시원 숫자 통계와는 차이가 난다. 또한, 많은 연구자들은 정부의 스프링클러 미설치 고시원 숫자 통계가 부정확하다고 지적한다.)


결국, 느슨한 규제 속에 고시원 영업을 할 수 있다 보니 오래된 건물에서 우후죽순 고시원들이 늘어났고, 제2의 국일고시원 화재사고의 위험을 안고 지금도 고시원 주민들이 살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의 경우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4억 4천만 원을 들여 222개 노후고시원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했고, 지난해 11월 7명이 사망한 서울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 사고 이후 설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 연말까지 28억 원을 들여 노후 고시원 130곳에 간이 스프링클러와 외부 피난 계단 등을 지원하고 대신 앞으로 3년간 고시원 입실료를 동결하도록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

■ 노후고시원 간이스프링클러 설치 추경 예산 반영…"근본 대책은 아니다"

정부도 노후 고시원에 간이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놓은 상태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2022년부터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는 노후고시원은 강제이행명령을 받게 된다.

법 시행 이전에 고시원들이 서둘러 간이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올린 올 추경예산 70억 7천만 원도 국회에서 통과됐다. 지방자치단체·고시원과 함께 1:1:1 매칭사업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것으로 전국의 고시원 1,800여 곳이 대상이다.

LH 토지주택연구원 진미윤 연구위원은 "이 같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움직임이 긍정적이긴 하지만, 고시원을 바라보는 정부의 입장에 현실 부조화가 있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정부는 고시원을 다중생활시설로 보고 있지만, 실상은 빈민층들의 주거지로 사용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허가받을 때와 달리 일부 고시원 업주는 주거생활을 위해 실내를 개조해 미니주방을 만든 뒤 요리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불법으로 고시원 내부를 바꾸고 있다. 행정관청은 불시 점검을 해서 화재 안전장치만 확인하고, 불법, 편법 개조를 적발하더라도 이행강제금과 같은 행정처분만 내리기 때문에 화재 위험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진미윤 연구위원은 고시원의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고시원이 사람이 살 수 있는 주거공간으로 탈바꿈하도록 최소한의 1인당 거주면적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이를 지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스프링클러 하나 해결한다고 해서 화재위험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예를 들어 불법, 편법 고시원 건물 개조의 경우 좀 더 강력한 퇴출조치를 마련하고, 고시원 업주뿐 아니라 건물주에게도 합당한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