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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도전한 여성후보들은 벽보훼손이라는 '백태클'과도 싸워야했습니다. 벽보가 곱게 뜯겨진 것은 양반, 얼굴을 담뱃불로 지져놓는 일도 비일비재했습니다. "눈빛이 시건방지다"는 이유... 정책보다는 성별이 공격 대상이었습니다.

떼어내고 찢어서 하수구에...여성후보만 노렸다


선거 벽보를 훼손하는 건 공직선거법 제240조 위반입니다.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이런 엄한 처벌에도 불구하고 여성 후보 벽보를 훼손한 사람, 누구일까요?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는 30살 남성 A씨였습니다. A씨는 지난 2일 새벽시간, 서울 강남구 개포동 등에서 신지예 전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벽보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A씨는 신 후보의 벽보 20장을 떼어내서 찢은 다음 하수구에 몰래 버렸습니다. CCTV에 찍힐까봐 마스크를 쓴 채였습니다.

신 후보만 대상이었던 건 아닙니다. A씨는 또다른 여성후보였던 인지연 전 대한애국당 서울시장 후보의 벽보 8장도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여성후보 만이 범행대상이었던 겁니다.

"여권이 신장되면 남성 취업이 어려워질까봐."


A씨는 경찰조사에서 "여권이 신장되면 남성 취업이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해 벽보를 훼손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중소기업을 1년 정도 다녔던 A씨는 현재 직업이 없습니다. '취업준비생' 신분인 A씨에게는 잠재적 경쟁상대가 될지도 모르는 여성들의 부상이 부담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그러한 부담감은 얼굴이 노출된 여성후보들을 향한 공격으로 바뀌었습니다. 단순한 선거 범죄가 아니라 명백한 '여성혐오' 범죄입니다.

A씨 뿐만이 아닙니다. 이번 지방선거 기간 동안 신지예 후보의 벽보를 훼손한 노숙인 B씨가 불구속 입건되는 등 여성후보들에 대한 공격은 잇따랐습니다.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렇다면 A씨가 느끼는 부담감은 현실인걸까요? 올해 3월 '세계여성의 날'을 앞두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OECD 회원국의 유리천장지수(glass ceiling index)를 보겠습니다.

유리천장지수는 여성의 고등교육, 남녀 임금격차, 여성 기업 임원 및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을 조합해서 점수화한 수치인데요,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30점도 받지 못해 OECD 29개 나라 중에 꼴찌를 차지했습니다. 작년에도 꼴찌였습니다.

평균인 60점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고 1등인 스웨덴과는 3배 가까이 차이 납니다. A씨는 부담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수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표와 개개인의 체감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현재 우리사회에는 성혐오와 성차별이 퍼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깊어만 가는 갈등의 골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요. 혐오범죄 보다는 성평등에 기반한 정책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