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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과 23일, 이틀 사이 울산 소방본부에 신고 전화가 빗발쳤습니다.

<녹취> 신고 주민(음성변조) : “신정동 쪽으로요. 아스팔트 깔 때 나는 냄새가 엄청나거든요.”

<녹취> 119대원 : “아스팔트 냄새 같은 게요?”

<녹취> 신고주민(음성변조) : “네 한 시간 넘게 나요. 지금 머리고 아프고 토도 나오려 하고 그래요.”

악취 때문에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부터 가스 냄새가 난다는 사람까지 이틀간 40건 넘게 접수됐습니다.

울산에 사는 김지연 씨도 23일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다가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에 깜짝 놀랐습니다.

<인터뷰> 김지연(울산시 남구) : “가스 냄새인지 뭐 타이어 타는 냄새인지 아니면 달걀 썩는 냄새인지 정확하게는 제가 모르겠는데 역한 냄새가 나서 밖을 이렇게 봤거든요.”

처음엔 무슨 사고가 난 건 아닐까 의심부터 했다는데요.

하지만 바깥풍경은 여느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인근에 석유화학 공단이 있어 악취가 나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지만 이날은 어딘가 달랐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지연(울산시 남구) : “늘 맡던 공단 냄새는 아니었어요. 가스 냄새랑 하수구 냄새랑 섞인 냄새 같았어요.”

냄새를 맡은 건 김 씨만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김지연(울산시 남구) : “동네 친구들도 있고 다른 데서 알게 되신 분들이, 같이 아기 키우는 엄마들이 계속 전화가 오더라고요. 여기서 한 차로 15분~20분 정도 가는 거리에서도 (냄새가) 난다고 전화가 오더라고요.”

이웃 동네에서 안부 전화가 올 정도로 분위기가 술렁였는데, 사람들이 동요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지연(울산시 남구) : “(지난번에) 지진이 있어서 남구 쪽에서도 느껴졌었거든요. 혹시나 싶어서 아무래도 아기가 있으니까 (걱정되더라고요.)”

지난 5일 울산 동쪽 52km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5.0 지진의 여파를 몸소 느꼈던 차에 이번에 또 지반 아래에서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불안해졌던 겁니다.

게다가 지난 21일 부산에서도 원인 모를 가스 냄새로 인해 신고가 빗발쳤던 터라 사람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부산 해운대구를 시작으로 해안지역을 따라 한 시간 반 동안 무려 200건 넘는 신고전화가 접수됐습니다.

<인터뷰> 김원영(부산 해운대구) : “평소에 가스레인지를 켜면 나는 그런 가스 냄새 같은 거, 딱 맡으니까 그 당시 가스 냄새가 났었어요.”

대체 냄새의 정체는 뭘까?

관련 기관이 총동원돼 원인을 찾아 나섰습니다.

도시가스 누출 문제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인근에 유해 물질을 싣고 이동하는 선박이나 차량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냄새의 원인이 쉽사리 밝혀지지 않으면서, 냄새의 원인을 두고 괴담이 퍼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김지연(울산시 남구) : “(그 냄새가) 일본에서 대지진 나기 전에 났던 냄새랑 비슷하다는 그 괴담을 믿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괴담인 줄 알면서도 (냄새를) 직접 맡다 보니까. 아무래도 원인 규명이 안되다 보니까 불안한 마음이 커요.”

가스 냄새가 바로 지진과 연관됐다는 괴담 하지만 전문가의 말은 달랐습니다.

<녹취> 김광희(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 “아주 드물게는 지진 발생 전에 라돈 가스가 방출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어요. 일반적으로 라돈 가스 같은 경우는 무색무취라고 얘기하죠. 색깔도 없고 냄새도 없다. 이렇게 얘기하니까 인간이 느낄 수는 없는 거죠.”

괴담을 더욱 부추긴 건 바로 몇 장의 사진이었는데요.

지난 23일 SNS에 광안리 해수욕장에 나타난 엄청난 수의 개미 사체를 촬영했다는 사진이 급속히 퍼졌습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자연 재해를 감지한 동물의 이상행동으로, 대지진의 전조 현상일지 모른다며 불안해했습니다.

정말 그럴까?

해당 해수욕장에 직접 취재진이 방문해 확인해 봤습니다.

<인터뷰> 김정호(부산 수영구청 도시관리과 해변관리기사) : “작년에 사례를 보면 많지 않습니다만 일부 그런 사례가 있기 때문에 자연 발생적인 거로 판단이 되고 실제로 여름철이 끝나갈 장마 끝나갈 무렵에 개미가 번식을 하면 날개미가 죽는답니다.”

일부 개미들은 교미할 때 서로 무리 지어 나는 혼인비행을 하는데, 이때 교미에 실패한 대다수 개미는 땅에 떨어져 죽곤 합니다.

따라서 해당 사진 속 광경은 특이한 현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가 하면 경남 거제 해수욕장에서 1.7m 크기에 기괴하게 생긴 심해어를 포획한 사진도 괴담을 부추겼는데요.

쉽게 볼 수 없는 심해어가 해안가에 나타난 것 자체가 지진 전조현상이라는 건데 전문가는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박정호(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 “투라치라는 어종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100m 이 정도 수심에서도 잘 서식을 하고 있고 연안 쪽으로 굉장히 많이 떠밀려오는 그런 어종이기 때문에 지진하고는 거의 관련이 없습니다.”

이외에도 지난 22일 부산 동래구 도로 위로 섭씨 60도의 뜨거운 물이 분출된 일과 한 네티즌이 지진 전에 나타나는 구름 모양이라며 찍어 올린 이른바 '지진운'도 지진 전조 현상으로 일파만파 퍼졌습니다.

하지만 뜨거운 물은 정체는 바로 온천수로, 온천수가 흐르던 파이프가 노후 돼 구멍이 났던 겁니다.

지진운이라며 찍어 올린 사진 역시 전조 현상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녹취> 김광희(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 “지진운 같은 경우에도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발견되는 구름의 한 형태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데 과학적인 근거가 없어서 전혀 인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진 전조현상이란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김광희(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 “동물들이 이상한 반응을 했다. 닭이 울었다. 이런 얘기들을 하는 경우가 가끔 있잖아요. 근데 이런 경우에도 저희가 생각하기에는 지진을 미리 감지했다 라기보다는 지진이 발생하고 나서 동물이 느낀 것에 대해서 반응을 하는 거죠. 과학적으로는 지진 전조 현상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시민들의 불안감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으면서 정부가 진화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김희겸(국민안전처 재난관리 실장) : “최근에는 근거 없는 소문까지 무성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를 통해서 저번에 발생한 가스, 이상한 냄새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좀 더 명확하게 밝힐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간합동점검단은 국민안전처 등 9개 기관이 참여해 빠른 시일 내에 냄새의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