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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국내 첫 영리병원 개설허가 취소를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가 펼쳐지고 있다. 영리병원의 운명을 가를 법원의 선고, 앞으로 1주일 남았다.

■"의료민영화의 신호탄이 될 것"

"이건 제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번을 시작으로 2호, 3호 영리병원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피켓을 든 남성이 말했다. 그가 든 피켓에는 빨간 글씨로 '의료민영화의 신호탄'이라 적혀 있다. 그가 말한 신호탄은 중국 녹지그룹이 제주도에 지은 '녹지 국제병원'이다.

제주지역 시민단체 30곳이 모여 만든 '의료영리화 저지 도민운동본부'는 오늘(12일)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녹지병원 개설 반대를 주장하는 1인 릴레이 시위에 돌입했다. 영리병원 개설허가 관련 1심 선고가 열리는 오는 20일까지, 매일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된다.

1인 시위와 더불어 '영리병원 개설 허가 취소 염원 도민 엽서쓰기' 운동도 펼친다. "영리병원을 막고자 하는 도민들의 간절한 마음을 담으려 한다"는 이 운동은 제주도 내 병원 앞에서 진행되고 있다. 오늘은 제주대학교 병원 앞에서, 내일(13일)은 제주 한라병원 앞에서, 제주지역 큰 병원은 모두 돌아다닐 예정이다. 모은 엽서는 1심 재판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반대 운동은 온라인에서도 계속된다. 도민운동본부가 한글날(9일)부터 SNS를 통해 전국 곳곳에서 의료민영화 반대 촉구 의견서를 받았는데, 오늘까지 8백 건이 넘었다. 랜선창작대회도 열었다. 이름하여 '영리병원반대', '공공의료강화' 6행시 짓기 사생대회. 이렇게나마 전국적인 시선을 끌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이처럼 간절하게 영리병원 반대를 외치는 이유가 뭘까? 도민운동본부에 소속된 오상원 씨는 "의료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수익을 최우선으로 두는 영리병원이 들어서면 의료 서비스가 공공이 아닌 시장의 상품으로 치부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오 씨는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에 2호, 3호 영리병원이 생길 수 있다"며 "이번 판결은 단순 개설 허가가 아닌 한국에 의료민영화의 신호탄을 쏠 것인가 아닌가"의 갈림길이라고 말했다.

오 씨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공공의료에 대한 의식이 더욱 높아졌는데, 영리병원은 이와 정반대의 흐름"이라며 "우리의 이런 행동이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에 있는 녹지 국제병원.
■영리병원의 향방은?

국내 1호 영리병원으로 추진됐던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허가 취소'를 둘러싼 제주도와 중국 녹지그룹 사이 행정 소송 1심 선고는 오는 20일 내려질 예정이다.

이번 소송은 제주도가 지난해 4월 녹지 국제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하자, 한 달 뒤 녹지 측에서 제주도의 개설 허가 취소를 취소해 달라고 행정소송을 내며 시작됐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조건부 허가'의 가능 여부다.

제주도는 허가 당시, 외국인만 진료하도록 하는 조건을 달아 '조건부 개설 허가'를 녹지 측에 내줬다. 하지만 녹지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녹지 측은 제주도지사에게 내국인 진료까지 막을 재량은 없다며 진료대상자를 제주를 방문하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으로 한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종필 녹지그룹 측 변호사는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하면서 내국인의 진료를 제한하는 그러한 재량은 행정처분에 부여돼있지 않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의료법을 들며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일부 진료를 제한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는 지난 6일 제주지방법원에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는 의료법에 근거한 일반 의료기관 허가와 달리, 제주특별법에 따른 특허적 성격의 재량 처분이라는 최종 입장을 정리한 추가 서면을 제출했다. 부성혁 제주도 측 변호사는 "일종의 특허다. 특허는 재량행위로 볼 수 있다. 재량행위에 있어서 조건이나 부담을 부과하는 게 위법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녹지 측의 주장에 반박했다.

녹지 측이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은 '외국 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취소 청구소송'과 '개설 허가취소처분 취소소송' 등 2건. 재판부는 법리적 판단에 따라 누군가의 손을 들어주겠지만, 그 결과는 시민 단체의 말처럼 "국내 영리병원의 방향키"가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