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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한번 파보세요"

지난 1월 중순 어부와 함께 태안 앞 바다를 간 경찰은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바다는 썰물 때면 갯벌로 바뀐다.

어부 A(48)씨는 "저 곳에 문화재가 매장돼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그 말을 듣고 실제로 삽으로 파보니 고려청자가 나왔다. 여기서 경찰은 고려청자 1점과 도자기 파편을 수거했다.

전북경찰청 해양범죄수사계는 16일 서해안 일대 갯벌과 바다에서 매장 문화재를 도굴해 판매한 혐의(매장문화재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어부 A씨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4명은 도굴 과정에서 가담했고, 나머지 9명은 문화재 유통을 시도한 혐의다.

어부가 갯벌에서 캐낸 고려청자
A씨 등은 태안 바다 일대에서 낙지나 소라를 잡으며 생계를 이어가던 어부들이다.

이들은 어로 활동에 종사하면서 현지 바다 지형에 주목하게 됐다. 즉 암초가 있거나 수심이 낮아지는 '여' 지역에서 배가 뒤집히기 쉽다는 점에 착안했다.

과거 고려시대 청자가 뱃길로 중국으로 많이 수출됐는데 이런 지점에서 고려의 목선들이 다수 침몰했을 것으로 본 것이다.

이들은 지형을 세밀하게 연구한 결과 가장 가능성이 큰 지점을 찾았다. 더구나 이 곳은 '조금물' 때면 넓은 갯벌로 바뀐다.

A씨 등은 2015년 11월부터 두 달 동안 썰물에 맞춰 이 갯벌을 샅샅이 뒤졌다. 이 결과 매장된 고려청자 등 도자기 9점을 캐내는 데 성공했다.

어부가 불법으로 도굴한 고려청자 등 도자기 9점
이들은 같은 해 6월쯤 충남 보령시 외연도 인근 바다에서 매장 문화재를 도굴하려다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이 인근 해상에 정박하고 있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같은 해 7월 쯤에는 전북 군산시 옥도면 개야도 인근 해상에서 매장 문화재를 도굴하려다 실패하기도 했다.


문화재를 발견하고서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본인이 가져가면 문화재 도굴 사범이 된다.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 도굴 사범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다. 더욱이 이들의 범행 장소 중 충남 태안은 올 4월 문화재청이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문화재를 발굴하려 한 곳이기도 했다.

이들의 '잘못된 행동'은 갯벌에서 캐낸 9점의 문화재를 판매하려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들은 9점 문화재의 사진을 찍어 골동품 상점이나 지인들에게 보여주고 판매하려 했다. 도굴한 도자기를 건네받은 B씨 등은 자금력이 있는 지인들에게 해당 문화재의 사진을 전송하는 방식으로 판로를 물색했다.

경찰은 '문화재를 팔려는 사람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벌여 이들을 모두 붙잡았다. 이들이 훔친 도자기는 국보급 문화재는 아니지만, 고려 시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유물인 것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된 이들 외에도 서해안 일대에서 해양문화재를 도굴하는 일당이 추가로 있는 것 같다"며 "해양문화재 도굴 사범에 대한 단속을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전북 지역에서 붙잡은 문화재유산 사범은 모두 19명이다.이들은 문화재 도굴·유통 등을 일삼다 경찰에 적발됐다.

'해저 박물관' 서해 앞바다

서해안 바다는 1970년 신안 해저선의 존재가 발견돼 1만 여점의 유물을 건져낸 '해저 박물관' 같은 곳이다.

풍랑이 거세고 '여'지형이 많은 서해안은 과거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많은 배들이 침몰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1975년 8월 신안 증도 앞바다에서 한 어부의 그물에 걸려 올라온 도자기 6점은 신안 해저선 발굴 작업의 시초였다. 발견된 도자기들은 1300년대 중국 원나라의 용천요라는 가마에서 만든 청자들이다.

도자기 발견을 계기로 이듬해 76년부터 84년까지 11차례에 걸쳐 발굴 작업이 진행됐다. 이 때의 대대적인 발굴 작업으로 총 2만4000여점의 각종 물품과 동정 28톤(t)이라는 엄청난 양의 유물이 발견됐다.

이 유물들은 1323년 중국 경원항(지금의 닝보)을 떠난 일본 하카타로 가던 중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침몰한 원나라 무역선에 실려 있던 것들이었다.


이런 이유로 서해안에서 문화재 도굴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사실상 해양문화재 도굴을 적발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관계 당국의 설명이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해안가 어민이나 일반 관광객이 갯벌이나 바닷속 문화재를 가져가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 발굴되지 않은 문화재가 어디서 나올지 예측할 수 없어서 도굴을 일일이 단속하기 어려운 실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