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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개방에도 대북 인도지원 늘지 않는 이유?_배팅 머신_krvip

북한의 식목일인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 간부 등과 함께 평양 화성지구에서 나무를 심었다. 해마다 폭우와 태풍 등으로 수해가 발생하는 북한은 자연재해 예방 등을 위해 ‘산림 복구 전투’에 힘을 쏟고 있다 (사진 출처 : 노동신문)
■ 국경 일부 열렸지만, 외부 지원은 제자리

올해 초 북한이 북중 접경지역의 화물 열차 운행을 재개하며 국경 봉쇄를 일부 완화했습니다.

물류 운송에 숨통이 트이면서 대북 인도지원도 다시 늘어날 걸로 기대됐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 한 실정입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해 1∼3월 식량 4,970톤, 영양강화 식품 891.5톤을 지원한 이후 현재까지 지원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을 포함한 국제 구호단체들도 북한 내 인도주의 활동을 아직 재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내 단체들의 대북 지원도 아직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달 한 달 동안 북한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물자 반출 승인은 모두 3건"이라며 "지난해 7월 대북 인도협력 물자 반출이 재개된 이후 매달 2~3건이 꾸준히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대북 지원단체 관계자는 "열차 운행이 재개된 뒤로도 북측에서 별도로 인도지원 요청이 오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 "북, 식량안보 위기 국가"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 OCHA)이 올해 세계 인도주의 지원 개요를 발표했는데,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아프가니스탄, 미얀마와 함께 북한이 3대 식량안보 위기국가로 분류됐습니다.

국제구호단체들이 식량과 보건 위생 용품 등 인도지원 물품을 보내주려 하는데도, 북한은 적극 받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여전히 강력한 방역을 시행하고 있는 게 한 원인일 수 있습니다.

인적 왕래는 여전히 막혀 있습니다. 중국 단둥에서 넘어온 화물은 북한 땅을 밟으면 바로 의주방역장으로 옮겨져 최대 50일 간 야외에서 자연 방역 과정을 거칩니다.

화물이 계속 들어오면서 한동안 방역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화물 운송이 잠시 중단됐다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였습니다.

오미크론 변이까지 극성을 부리면서 북한이 외부 지원 물품을 받아들이는 데 경계심을 풀지 못 했을 수 있습니다.

어쨋든 '매일' 열차와 선박으로 물자는 들어가고 있습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최근 북중 열차를 통해 북한에 반입된 물자는 인도지원 물품이 아니라 대부분 농사 관련 물품과 건축자재들이라고 전했습니다.

북한이 인도지원 물품을 적극 받지 않는 데에는 코로나19 외에 다른 이유가 더 있을 거라는 짐작을 낳게 합니다.

평양시 대성구역 려명소학교의 수업 장면. 북한에서 지난해 10월 열린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에서 모범단위로 선정됐다. (사진출처 : 북한 월간지 ‘금수강산’ 3월호)
■ "물고기 대신 고기잡는 법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지선 부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글에서 북한이 단순한 물자 지원보다는 '개발협력'을 원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서구의 대북 지원 단체들은 구호 물품을 지원하면 적재적소에 제대로 분배가 되고 있는지 사후 점검을 계속 합니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19를 계기로 그동안 '불편'했던 물품 지원 사업을 중단하고, 국제협력 구도를 중장기적인 '개발사업'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의도를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개발협력은 말 그대로 빈곤국에 빵을 주는 게 아니라 빵을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시설 등을 지원하는 사업을 말합니다.

이지선 부연구위원은 "국제기구들의 대북 지원 추세를 보면, 코로나19 이전부터 인도협력 물품 지원은 점차 줄고 개발협력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며 "부족한 식량은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비공식적 지원을 받아 충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 제재·여론 등 넘어야 할 산

개발도상국 지원사업을 벌이는 유엔 산하 국제농업개발기금(IFAD)은 2008년 이후 대북 지원 활동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이 기구의 중국·한국·북한 담당관은 지난달 '미국의소리 방송(VOA)'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마지막 대북 지원 사업은 지난 2008년 마무리된 ‘고지대 식량 안보 프로젝트’였으며, 그 이후 어떤 활동도 하지 않았고 현재 어떤 계획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사업 재개는 대북제재가 해제돼야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개발협력을 위해선 차관같은 대규모 자금 지원이나 기술 지원, 장비 지원이 수반돼야 합니다. 현재의 촘촘한 대북제재 틀에서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부정적인 여론도 여전히 큽니다. 결과적으로 핵능력 고도화를 꾀하는 북한 정권을 돕게 되는 것이라는, 전통적인 비판론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개발협력의 근본 목표는 개도국의 체질 개선인데, 북한은 외부 힘에 의한 변화를 극도로 꺼립니다. 개발협력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때문에 대북 지원은 투트랙으로 분리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단기적으론 당장의 식량난 해소를 위한 인도주의 지원을, 중장기적으론 북한의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개발협력'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있어야 가능한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