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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해저지명 싸움
‘동해-일본해’ 논란과 같은 맥락"

"일본이 방심, 사전에 알았다면
위원 선임 어려웠을 것"

‘울릉분지-쓰시마분지’ 놓고
내년 7월 모나코서 격돌할 듯

울릉 분지냐, 쓰시마 분지냐.

한일 두 나라는 지난 4월 독도 주변의 해저 명칭을 놓고 격돌할 뻔했다. 한국정부가 6월 독일에서 열린 국제수로기구(IHO) 해저지명소위원회에 한국 명칭을 등록하려는 움직임을 포착한 일본 측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독도주변 수로측량 계획'으로 맞불을 놓았기 때문이다.

일본으로서는 만의 하나 한국 측의 명칭 등재가 받아들여져 자신들이 1984년 IHO에 등록해 선점해온 `쓰시마분지' 등이 한국 명칭인 `울릉분지' 등으로 변경될 경우 한국의 독도 실효지배가 국제적으로 더욱 굳어지게 되는 사태를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이에 일본은 해상보안청 탐사선의 독도주변 수로측량이라는 맞대응 카드를 내밀었고 한국정부는 일본의 수로측량 시도를 `도발적 행위'로 규정해 단호한 대응을 선언했다.

두 나라의 긴박했던 대치 상황은 양국 외무차관의 마라톤 외교 협상 끝에 `일본은 수로측량 계획을 중지하고 한국은 동해 해저지명 등록 방침을 유보한다'고 타협함으로써 일단은 진정됐다. 물리적 충돌 등 당장의 `확전'을 피하기 위해 서로 급한 불만 우선 끈 결과였다.

◇ 한일 양국 해저지명 놓고 내년 7월 격돌할 듯 = 동해 해저지명을 놓고 한일 양국은 내년에 진짜로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 1년에 한 번씩 해저지명 문제를 심의하는 IHO 해저지명소위원회 회의가 올해는 6월에 독일에서 열렸지만 양국의 정면 충돌 자제로 무사히 지나갔고, 내년에는 7월9일 모나코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한국정부가 명칭 등재에 나설 경우 일본은 맞불 등재에 나설 것이 뻔하다. 두 나라는 이 과정에서 자국의 명칭을 관철하기 위해 치열한 머리 싸움과 물밑 외교전을 벌여야 한다.

이르면 내년 7월의 `모나코 결전'을 앞두고 한국 측에 `원군'이 생겼다. 6월21일 독일 브레머하펜에서 열린 제 23차 대양수심도(GEBCO) 운영위원회에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소속 한현철(50) 박사가 IHO 해저지명소위 위원으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그전까지의 해저지명소위 위원은 모두 11명. 이 중에는 일본인 1명이 포함돼 있어 동해 해저지명 등록에서 우리는 아무래도 불리한 입장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국으로서는 이번에 한 박사가 해저지명소위에 진출함에 따라 `외형상'으로는 해저지명 외교전에서 일본과 대등한 입장에 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해양 탐사 등으로 바쁜 한 박사를 만나 해저지명 등록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 박사는 자신이 해저지명소위 위원으로 선출된 데 대해 "별 일 아니다"고 애써 의미를 낮췄다. 그는 국제기관의 `공인'이 된 입장을 감안한 듯 인터뷰 내내 말을 아꼈다.

한 박사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해양지구물리학을 공부했다. 현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석유해저자원연구부의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1년에 두 차례씩은 해양탐사 때문에 바다에서 두 달 정도를 생활한다. 해저지질 위험요소 규명, 해저지질 구조 특성 연구 등이 그의 `장기 분야'다.

한 박사는 1990년대 중반 방폐장 건설 문제로 홍역을 치렀던 경기도 옹진군 `굴업도 사태'에 본의 아니게 `연루'된 경력을 갖고 있다. 당시 정부가 주민과 환경 단체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건설 부지로 선정했던 굴업도 주변 해저 조사 과정에서 활성 단층이 확인돼 방폐장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제기됐던 것. 결국 이로 인해 굴업도 방폐장 건설 계획은 전면 백지화됐는데 당시 해양탐사 결과를 토대로 활성 단층 존재 사실을 처음으로 알려온 사람이 한 박사였다. 한 박사는 이 일로 심적 고통을 겪어야 했다.


--IHO 해저지명소위 위원은 어떤 자리입니까.

▲ 뭐 그렇게 대단한 자리가 아닙니다. 임기는 4년이고 한 번 연임이 가능합니다. 보수는 없는 봉사직입니다(웃음). 각국이 자국 영해나 공해상의 이름을 만들어 제안서를 해저지명소위에 제출하면 그것을 심의해 타당성이 있으면 해도에 등록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위원 선임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 일본이 간과했던 것 같습니다. 일본 측은 지난 6월 독일 회의에서 한국이 해저지명 등록 신청을 할지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다 제가 위원으로 선임되는 문제는 미리 대비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일본 측이 사전에 알았더라면 위원 선임은 좌절됐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해양수산부와 외교통상부가 `큰 일'을 한 것입니다. 정부의 많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 일본, 한국 측 지명 등재에만 신경 쓰다 허 찔려 = 한 박사에 따르면 해저지명소위 위원은 해양탐사 경험, 연구 경력, 논문 실적 등을 토대로 선출된다. 위원은 해저지형을 보고 그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한 박사를 제외한 위원 11명의 국적은 미국 3명, 러시아 2명, 멕시코 2명, 독일 1명, 인도 1명, 아르헨티나 1명, 일본 1명이다. 이들 위원 가운데 한 박사가 앞으로 가장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사람은 두말할 것 없이 일본 해상보안청 연구실 실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 대표'다.

한국정부 입장에서 볼 때 한 박사의 해저지명소위 진출은 하나의 `안전판'이 마련됐다는 의미가 있다. 전에는 일본이 동해 해저지명 등록에 나설 경우 다른 위원들을 설득할 마땅할 방법이 없었는데 이제는 최소한 일본이 우리도 모르게 움직이는 것을 막거나 속수무책으로 앉아 당하지는 않을 안전장치가 확보된 셈이다.

"독일 회의 처음에는 다른 위원들이 저를 경원시하는 분위기가 역력했습니다. 하지만 회의 과정에서 전문적인 이야기로 토론을 하면서 나중에는 저에 대한 시선이 호의적으로 바뀌었습니다. 회의 마지막날에는 `도움이 많이 됐다'고 인사하는 위원들도 있었습니다"

지난 4월 일본이 `수로측량 도발'의 빌미로 내세웠던 해저지명 등록은 단순히 명칭 선점의 문제가 아니다. 한일 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이나 대륙붕 경계 획정과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독도 영유권 문제와 궁극적으로 맞닿아 있다. 이런 점에서 4월의 충돌 위기와 사태의 해답 없는 봉합은 독도 영유권을 놓고 벌어진 사실상의 주변수역 쟁탈전이자, 영유권을 둘러싼 크고 작은 `분쟁'의 일상화를 예고한 것이기도 했다.

한 박사에게 해저지명이 왜 필요한지 물어봤다. "해저지명은 우선 해양과학이나 항해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명칭입니다. 예를 들어 길거리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는데 이름이 없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저 `얘'나 `쟤'로 부를 수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이름이 있다면 나중에 이름을 가지고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해저지명도 마찬가지입니다. 명칭이 있다면 해저의 입체적 영상을 이름과 함께 쉽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 해저지명 싸움은 `동해-일본해' 논란과 비슷한 맥락 = 하지만 한일 양국이 다투고 있는 동해 해저지명은 이러한 필요성의 차원을 훨씬 넘어선 국제적, 정치 외교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박사는 `동해-일본해' 논란과 비슷한 사안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동해에는 큰 분지가 3개 있는데 모두 일본식 이름으로 돼 있습니다. 북한 러시아 쪽 바로 밑의 `일본분지', 그 다음 `야마토분지', 그 아래 `쓰시마분지'가 그것입니다. 만약 이 가운데 하나라도 한국이름으로 바뀌면 `동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에 비견되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지명은 영토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 동해바다가 일본 이름 일색으로 돼 있어 제 3자가 동해를 일본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 것처럼 예를 들어 `울릉분지'라는 이름이 등재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입니다. 한국 이름이 생기면 동해가 한국 것임을 알리는 간접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지요" `동해'는 고래로부터 고유하게 불려온 바다 이름이지만 현재는 세계의 많은 지도가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IHO가 세계의 바다 이름을 표준화한 `해양과 바다의 경계' 책자에서 일본해로 공식화한 것을 계기로 세계 지도상에서 동해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여러가지 상황을 볼 때 한일 두 나라가 내년 7월 동해 해저지명 등재를 놓고 격돌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만….

▲ 등재 신청 시기가 내년이 될지는 정부가 최종 결정할 문제지만 우리가 움직이면 일본도 움직이게 될 것입니다. 해저지명소위에서 두 나라가 정면으로 맞붙게 되는 것이지요. 그때까지 양국은 `이기는 게임'을 하기 위해 근거와 논리 확보 등 준비에 준비를 다하겠지요. 결국은 시간과 논리 싸움이 되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본의 `기득권'을 감안할 때 기본적으로 한국에 힘든 싸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바닷속에는 육지와 마찬가지로 산, 강, 분지 등이 있다. 이 중 바닷속에 있는 산을 해산(Seamount), 강을 간극(Gap)이라고 한다.

국립해양조사원은 1996년 시작된 독도 인근의 해양탐사 결과 등을 토대로 지난 해 11월 해양지명위원회를 열어 동해 바다밑의 산, 분지, 절벽 등 18곳의 해저에 우리 이름을 붙였다. 독도 동쪽 42.5㎞ 지점의 바닷속 산을 `이사부 해산'으로 명명하는 등 5곳의 해저 산에 대해서는 을릉도와 독도를 우리 영토로 지키기 위해 노력한 이사부, 안용복, 심흥택, 이규원 등의 역사 인물을 따 이름을 지었다.

이사부(異斯夫)는 신라 지증왕 13년(512년)때 지금의 울릉도ㆍ독도인 우산국을 처음으로 우리 영토로 귀속시킨 장군으로 `독도는 우리 땅' 노래 가사에도 등장하는 인물이다. 3곳의 해저 분지는 울릉, 온누리, 새날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1곳의 해저 절벽은 우산으로 명명됐다.


◇ 힘든 싸움이지만 EEZ 경계획정 등이 변수 = 한국과 일본이 동해 해저지명을 놓고 실제로 격돌한다면 한국이 우선적으로 관철시키려고 하는 `울릉분지', `이사부해산', `한국해저간극(코리아 갭)', `해오름 해산' 등 4곳을 둘러싼 싸움이 될 것이다. 이들 4곳의 해저는 모두 두나라가 서로 주장하는 EEZ 안에 중첩돼 있다. 이 중 울릉분지와 이사부해산은 일본이 이미 1984년 `쓰시마분지'와 `순요퇴'로 선점 등재했기 때문에 일본으로서는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명칭이다. 나머지 2개도 EEZ 문제가 얽혀있다. 양국으로서는 하나같이 첨예한 대립이 불가피한, 서로가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승산은 있는 것입니까.

▲ 해저지명은 통상 주변지역, 조사선박 이름, 인명 등의 요소가 고려돼 등재가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심사 과정에서 해당 해저가 어느 나라와 더 가깝느냐와 그 해저를 찾아낸 선박이나 해양분야에 공헌한 사람의 이름 등이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됩니다.

울릉분지나 이사부 해산의 경우 일본이 오래 전에 쓰시마 분지, 순요퇴라는 이름으로 선점했기 때문에 이를 뒤집는 것은 기본적으로 어려워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미 등재된 명칭을 바꾸려면 현재의 명칭이 잘못됐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해 타당성을 인정받을 때만 가능합니다. 결국 쓰시마분지를 울릉분지로 바꾸기 위해서는 한국이 그만한 근거를 찾아내 제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되는 셈입니다.

--해저지명소위의 의사 결정 절차는 어떻습니까.

▲ 만장일치가 원칙입니다. 하지만 첨예한 논란으로 위원들이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할 수도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당사국끼리 합의하거나 일본식 명칭을 뒤집을 명백한 근거를 제시한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해볼 만한 싸움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학계는 동해 해저지명 문제가 EEZ 경계 획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한국의 EEZ 기점이 울릉도냐 독도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특히 울릉분지의 경우 지리적으로 일본의 쓰시마 보다 울릉도에 가까운데다 한국의 EEZ 기점이 독도로 결정되면 면적 기준으로도 한국이 유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은 쓰시마분지라는 이름만 등록했지 지명 선점을 뒷받침할 만한 측량 자료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것이 약점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박사는 지난 4월 사실상의 전초전을 치른 한일 양국의 해저지명 싸움이 10년, 20년이 걸릴지 모르는 장기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일본에 비해 뒤쳐져 있는 우리의 해양 연구 환경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우리나라의 해양탐사 능력은 짧은 역사에 비해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장비면에서도 뒤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적 자원 면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해당학과를 졸업해도 취업상황이 안좋다보니 일본에 비해 연구인력이 부족하고 지속적인 연구 환경이 빈약합니다"


◇ 한현철 박사는 = 1980년 연세대 지질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텍사스 A&M 대학에서 해양지구물리학을 전공했다. 박사 논문은 `샤스키 고원 성인에 관한 지구물리학적 고찰'.

주요 연구 실적으로는 1993년 네이처에 발표한 `자력 이상대로 유추한 샤스키 고원의 급작스런 형성에 관한 연구' 등 20여 편이 있다.

1993년부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면서 국립해양조사원 해양지구물리분야 자문위원, 한국 해저지명위원회 위원, 동해연구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매일 오전 6시 1시간 정도의 수영으로 건강을 다지고 있다. 가족은 부인 윤상수 씨와 1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