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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양상을 보이면서 시장심리의 진정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급처방에 나섰으나 기대만큼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2일 공개시장위원회(FOMC) 긴급 회의를 소집, 정책금리를 무려 0.75%포인트 인하하는 초강수를 둔 것에 대해 시장에서는 "적절한 조치"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때늦었다"는 비판이 월등히 우세하다. 이러한 비판은 밴 버냉키 FRB 의장에게 집중되고 있다. 특히 스위스에서 개최된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각국 지도자들과 주요 석학들은 이번 미국의 금리인하 조치에 약속이라도 한 듯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모건 스탠리의 아시아 담당 회장인 스티븐 로치는 "FRB가 엄청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지만 이는 또 다른 버블 경제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으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통화정책의 시장파급이 6개월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늦어도 한참 늦은 것"이라고 지적, 버냉키 의장을 직접 겨냥했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도 "버블이 붕괴하기 시작한 지난 6개월간 손을 놓고 있었던 각국 중앙은행들에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거들었다. 버냉키 의장은 그동안 물가압력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의지로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불려온 데다 지난해 8월 이후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 사태가 본격화될 당시에 "금리인하는 고위험 투자를 감행한 세력에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따름"이라는 원칙론을 고수하다 상황이 계속 악화되면서 입장을 급선회했다. 이 때문에 버냉키 의장에게 쏟아지는 비판은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뒤엎었을 뿐만 아니라 동요하는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입장을 바꿔 파격적인 개입을 단행했으나 그 시기마저도 늦었다는 것으로 집약되고 있다. 중앙은행 총재로서 체면을 구긴 것은 버냉키 의장만이 아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의 머빈 킹 총재는 지난해 9월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여파로 모기지은행인 노던록에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빚어질 당시 시장 불개입 입장을 고수하다 사태가 악화되자 뒤늦게 무제한 예금지급보증 조치를 취했다. 이런 조치는 모럴 해저드를 조장할 수 있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큰 오점으로 기록됐다. 특히 유력경제전문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의 신뢰를 잃은 중앙은행 총재는 별 쓸모가 없다"는 표현으로 킹 총재에게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킹 총재는 몇달 뒤 BBC와의 대담에서 "노던록 사태의 수습 기회를 놓쳤다"면서 실수를 자인했으나 이미 위신은 떨어질 대로 떨어진 뒤였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3일 다보스포럼에서 연설을 통해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경고하며 금리인하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자 유럽 증시가 일제히 폭락하는 상황이 연출돼 시장참가자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다행히 24일 유럽증시가 반등세로 출발해 잠시 숨을 돌렸으나 유럽의 시장상황도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본에서는 정부와 자민당이 3월로 임기만료되는 후쿠이 도시히코(福井俊彦) 일본은행(BOJ)총재의 후임 인사 문제를 거론하면서 "BOJ는 정부 정책에 협조해야 한다"는 노골적인 표현을 써가며 중앙은행 총재의 입지를 위축시키는 형국이다. 한마디로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정책을 펼 수 있는 인물로 BOJ 총재를 고르겠다는 입장을 노골화한 것이어서 후임 총재는 통화정책의 독립성에 관한 한 시장으로부터는 호평을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의 사정은 좀 더 복잡하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새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임기 중간에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측 인사들로부터 "권한만 있고 책임을 지지 않는 조직", "금융통화위원회를 한은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등의 말이 흘러나오면서 독립성이 흔들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양상이다. 새 정부가 올해 6%, 임기중 7% 경제성장을 공약한 가운데 대내외적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은이 콜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계속 버틸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22일 글로벌 증시의 패닉 사태와 함께 미국이 정책금리를 대폭 인하하자 한국의 실세금리도 동반하락한 것은 한은이 콜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 이러한 기대감은 한은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4월 7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3명이 임기종료로 교체될 예정이어서 새 정부가 경기활성화에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인사로 금통위원들을 임명할 경우 `매파' 성향의 이성태 총재의 입지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