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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11일 갤럭시노트7 교환품에 대해 판매와 교환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갤럭시 노트7을 믿고 사랑해주신 고객, 거래선, 파트너 여러분께 큰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려 다시 한번 깊이 사과 드립니다." 주목할 점은 '다시 한번'이라는 표현이다. 지난 8월 2일 미국 뉴욕에서 언팩행사를 가진 지2달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두번째 사과를 했다.

이솝 우화 '양치기소년'의 교훈은 '여러번 거짓말을 계속하면, 나중에 진실을 말해도 타인이 믿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거짓말을 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중요한 문제는 제품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통해 스마트폰의 등장을 알렸다면 갤럭시노트는 삼성이 만들어 놓은 '패블릿'이라는 장르의 상징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중간 크기로 틈새 시장을 개척한 것이나 다름 없다. 삼성은 지난해 노트5를 내고 '6'를 건너뛰고 노트7을 출시했다. 갤럭시S7의 인기를 이어가겠다는 '7'의 행운을 기대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 불붙는 '노트7', 삼성전자는 이유를 모르고 있나?

갤럭시노트7이 지난 8월 19일 한국과 미국 등에 출시되고 얼마후 24일 자체 발화로 추정되는 사진이 공개됐다. 처음에는 블랙컨슈머 또는 외부 충격 등으로 추정했지만 이내 여러 건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31일 일시 공급 중단을 했고 급기야 9월 2일, 배터리 공급 결함을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리콜을 결정했다.

당시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음극과 양극이 만나게 되는 경우가 거의 불가능한 경우인데 이런 게 발견이 됐다"고 밝혔다. 복수의 회사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는데 그 중 하나의 회사가 만든 배터리가 문제였다고도 말했다. 어디라고 말은 안했지만 삼성SDI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러면서 배터리를 교체한다고 말했고 역시 말은 안했지만 중국의 ATL이라는 회사가 만든 배터리를 장착한다는 것도 다 아는 사실이었다.

삼성이 배터리의 문제였다고 했으니 배터리만 바꾸면 되는가 보다라고 생각했지만 당시 일부 전문가들은 교체해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점쳤다. 처음부터 이해하기가 힘든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노트7의 발화 초기 취재를 했을 때 첫번째는 배터리 자체 결함, 두번째는 배터리를 통제하는 주변 시스템의 문제, 세번째는 기기 설계상 열과 열이 만나 증폭되는 구조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발화 사진들에 나타난 모습을 보면 모두 비슷했고 배터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 불에 탄 흔적이 안보인다는 점은 배터리 결함으로 이목이 쏠렸다.

결국 배터리만 바꾸면 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배터리 전문가들은 이미 배터리는 죄가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배터리를 잘 못 만든 사람이 문제인 것이고 배터리를 통제하지 못하는 시스템을 만든 사람이 문제라는 것이다.

■ 생각보다 간단한 구조의 배터리, "배터리는 말이 없다"

배터리 전문가들이 이렇게 말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쉽게 표현하자면 배터리는 생각보다 간단한 구조다. 물론 엄청난 화학 기술이 들어가지만 구조만 보면 그리 복잡하지 않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리튬이온'을 사용하는 2차전지다. 2차라는 말은 충전도 되고 방전도 된다는 의미다. 리튬은 화학 원소로 기호는 Li이고 원자 번호가 3이다. 자연계에서는 이온상태로만 존재하는데 이를 금속으로 만들어 공기나 물과 접촉하면 급격히 산화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가볍고 에너지가 많기 때문에 전지로 사용하는 것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분해해 보면 양극판과 음극판이 있고 이 사이에 분리막이 들어있다. 이런 세트가 층층이 쌓아 배터리 용량을 결정한다. 양극판과 음극판에는 액체 전해질이 묻어있다. 이 액체 전해질 속에 리튬이온이 포함돼 있는 것이다. 이렇게 액체 전해질에 리튬이온이 있으면 '리튬이온 배터리'라 부르고 고체나 젤 형태의 전해질에 리튬이온이 있으면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라 부른다.

흔히들 배터리 교체형 스마트폰에 있는 딱딱한 각형 배터리를 리튬이온, 배터리 일체형에 들어있는 파우치형태의 배터리를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라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형태는 관계 없고 전해질이 액체이냐 고체이냐에 따라 구분하는 게 맞다. 스마트폰을 충전하면 양극판에 있는 리튬이온이 분리막을 통해 음극판으로 전달된다. 반대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즉, 방전 상태일 때는 음극판의 리튬이온이 양극판으로 이동한다.


이 극판에는 전자도 있다. 역시 충전중일 때는 양에서 음, 방전중일 때는 음에서 양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이 전자는 분리막을 통해 이동하지 않는다. 극판 가장자리에 있는 금속을 통해 회로로 이동한다. 이렇게 리튬이온이 이동하고 전자가 이동하면서 전기 에너지를 공급하는 개념이다. 이 구조는 수십년 동안 연구개발을 거친 것이기에 구조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따라서 배터리의 구조는 이 원칙만 잘 지킨다면 크게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그런데 만약, 배터리의 분리막에 문제가 생기면 돌변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자는 회로로만 이동하고 리튬이온은 분리막을 통해서만 이동한다. 하지만 음극판의 전자가 분리막을 통해 이동해버리면 양과 음이 만난 격이 돼 열이 발생한다. 이 열은 양극판에 붙어있는 금속과산화물에 영향을 준다. 고체상태의 산소에 영향을 준다는 의미로 이렇게 되면 고체상태의 산소가 일시적으로 기체상태가 된다. 다시말해 리튬이온과 산소가 만나게 된다는 의미다.

앞서 리튬은 공기와 물을 만나면 격렬한 반응을 일으킨다고 했다. 따라서 배터리 내부에서 이 현상이 나타나 불이 붙게 되는 것이다. 이런 구조는 배터리를 만드는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수십년의 노하우는 이런 사실을 배제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하면 안된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 터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면 배터리는 터진다

만나면 안되는 것들이 만나면 터지는 게 배터리다. 일각의 추정대로 분리막을 너무 얇게 만들어서 생긴 문제일 수도 있다. 아니면 배터리셀을 보호하는 장치에 일부 오류가 났을 수도 있다. 여러번의 테스트를 거치지만 양산 과정에서 일부 불량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불량이 나타나면 얼마나 위험한지 분리막을 훼손시켜본 실험을 해봤더니 알 수 있었다. 생각만해도 끔찍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만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달라진다. 배터리는 과충전을 하면 무리가 온다. 이를 통제하는 것이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이라 불리는 것이다. 배터리의 위험성이 있기때문에 무조건 따라붙는 장치인 것이다. 9월 19일부터 삼성은 새로운 노트7을 교체하기 시작했다. 문제가 되는 배터리를 교체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10월들어 같은 문제로 의심되는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의미는 1차 발표 때 삼성이 발표한 내용을 거짓으로 만들어버리는 결과가 될 수 있었다. 1차 발표 때는 사실상 배터리가 스스로 발화하는 현상이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만나면 안될 것들이 만난 현상이라고 했으니까. 그래서 배터리를 다른 것으로 바꿨는데 또 비슷한 상황이 됐다면 그 이유가 아닐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이 시점에 배터리 전문가들은 배터리가 터질 수밖에 없는 환경을 다시 거론한다. 배터리는 외부 충격을 심하게 받으면 터질 수 있다. 보호막에 손상을 입으면 역시 배터리 내부의 리튬이 공기를 만나게 되니까. 또 외부 손상은 없지만 충격으로 내부 손상을 받으면 같은 현상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어디까지나 외부 충격이다. 물론 생활 속 충격 정도도 견디지 못한다면 잘못 만들어진 것이다.

외부가 아니라 내부, 즉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리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스마트폰은 충전을 하지 않고 있어도 배터리는 일을 한다.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이 계속 실행되고 있고 통신을 위해서 끊임없이 전파를 주고 받기 때문이다. 특히나 노트7은 방수 기능에 홍채인식, 급속충전 등 물리적으로 많은 기능이 추가돼 있다. 따라서 배터리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고 이를 통제해주는 회로 설계가 잘못됐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배터리 연구를 오래 한 사람들은 "배터리는 말이 없다"고 말한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여러 종류가 있고 여러 기기에 장착돼 사용되고 있는데 유독 노트7과 만나면 다른 제품보다 많은 사례가 나타난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갤럽조사에 따르면 2016년 6월 기준으로 국내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89%다. 국민 10명 중 9명이 사용하는 셈이다. 심지어 초등학생의 70%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조사도 있다. 이는 다른말로 하면 국민 대다수가 배터리를 지니고 다닌다는 의미다.

노트7의 폭발을 여러 건 접하다보면 사람들은 집에 있는 여러가지 충전기기들에 트라우마를 가질 수밖에 없다. 진실을 모르고 있는지 알면서도 감추고 있는지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배터리에게 물을 수는 없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