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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선택지가 제주도더라고요"

에메랄드빛 바다로 유명한 제주시 내 한 해수욕장.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도 관광객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코로나19 여파를 겪고 있는 중이지만 협재해수욕장 앞 주차장은 관광객들이 탄 렌터카들로 거의 들어찼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8천 명에 육박하면서, 되도록 외출을 자제하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이 벌어지는 요즘, 관광객들이 마스크까지 챙겨가며 제주를 찾는 이유는 뭘까요?

대부분 제주도가 유일한 선택지면서, '안전지대'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서울에서 온 송 모 씨(29)는 "코로나19가 터지기 전부터 예약해놔 여행 올 때 고민이 되긴 했지만, 제주는 확진자가 몇 안 나와 청정 지역이라고 생각했다"며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서울에서 챙겨왔고, 확진자가 다녀간 곳을 확인해 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다섯 가족과 함께 왔다는 조민철 씨(50) 역시 "아이들이 집에만 있기엔 답답해해 오랜만에 놀러 왔는데, 항공편을 이렇게 저렴하게 구매하긴 처음"이라며 "탁 트인 바다나 숲 위주로 가되 실내 관광지는 피하며 다니려 한다"고 답했습니다.

올해와 작년, 각각 제주를 찾은 내국인과 중국인 관광객 수
반 토막 난 내국인 관광객, 사라진 중국인 관광객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이 많이 줄어든 건 사실입니다. 중국 우한 출신 관광객이 제주에 다녀간 뒤 본국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건 지난달 1일. 이때부터 한 달 동안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60만 명 정도로 제주도는 추정합니다. 100만 명에 육박한 작년과 비교했을 때 절반 정도 줄었습니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감소 폭은 더 큽니다. 무사증(무비자) 제도가 중단된 지난달 4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제주에 들어온 중국인 관광객은 1,868명으로, 전년 대비 4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작년 같은 기간 중국인 관광객이 7만 명 가까이 들어오다, 2천 명도 안 되게 뚝 떨어진 겁니다. 내국인 관광객이 반 토막 나고 중국인 관광객들은 사실상 사라진 실정입니다.

진정한 '비수기'를 노리기 위해서일까요. 그런데도 여전히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은 하루에 만 명을 넘습니다. 취재기자에게도 이 기회에 제주에 오겠다며 연락하는 지인들이 열 손가락을 넘습니다. 관광객들로 북적이지 않는, 조용한 제주를 즐기겠다는 게 이들이 이구동성 하는 말입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 진에어와 신라호텔에서 출시한 제주 관련 판촉 상품(사진 출처 : 진에어 및 신라호텔 홈페이지)
항공사·호텔 제주 판촉 상품 잇따라 출시

이러한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유도하기 위해, 항공사와 호텔들도 저마다 제주 관련 상품들을 출시했습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는 제주행 비행기를 편도 1만 원대에 내놨습니다. 김포와 청주, 광주와 부산 등 전국에서 왕복 3만 원 안팎이면 제주에 갈 수 있는 건데, 통상 특가 항공권에 15kg 위탁 수화물이 포함돼있지 않는 걸 생각하면 파격적인 가격대입니다.

제주신라호텔은 신혼부부들을 위한 패키지 상품을 마련했습니다.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100여 개 국가가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오갈 데 없는 신혼부부들을 제주로 유인하는 겁니다. 호텔 안팎에서 신혼여행 추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도록 하고, 제주공항 주차장 비용면제에 호텔 세탁 서비스 감면 등의 부대 혜택도 제시했습니다.

협재해수욕장 인근 가게에 비치된 손 소독제와 물티슈
"차라리 확진자가 다녀갔으면 좋겠어요."

연일 울상이던 관광업계는 환영하는 입장입니다. 이 시기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한 줄기 빛이라는 건데, 지금껏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설명입니다.

함덕해수욕장과 협재해수욕장 두 곳에서 수제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는 이영신 씨는 하루하루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게 문을 연다고 말합니다. 매출이 80% 넘게 줄어 수익이 없다시피 하지만, 그렇다고 장사를 한동안 접기엔 임대료 감당이 안 된다는 겁니다. 자신과 아내를 포함해 직원 8~9명이 가게 두 곳을 운영했지만, 5명으로 규모를 줄여 가게를 꾸려나간다는 게 이 씨 설명입니다.

이 씨는 "월세 부담 때문에 대출도 알아봤지만, 무이자 대출은 확진자가 다녀간 지역만 가능했다"면서 "주변 상인들 사이에선, 차라리 확진자가 다녀갔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토로했습니다.

협재해수욕장 인근서 커피숍 겸 공방을 운영하는 박경순 씨도 비슷한 대답을 내놨습니다. 박 씨는 "사나흘 전부터 하나둘씩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 같다"며 "아무래도 확진자가 나온 함덕이나 중문보다는 서쪽 지역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단체나 삼삼오오 모여서 여행오는 경우는 거의 없고, 한달살기 하거나 제주도민들이 오는 경우가 오히려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곳곳에서 착한 임대료 얘기들이 나오지만, 실제론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꺼냅니다. 한 달에 2백에서 3백만 원을 월세로 내지만, 이 월세를 감면해주거나 받지 않겠다는 이야기는 자신이 듣지도, 주변에서 보지도 못했다는 겁니다. 두 자영업자 모두 '관광객 감소로 인한 임대료 걱정'을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제주 한 달 살기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사진 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확진자 전부 육지에서 와…제주도 피난처 아냐"

관광업계의 고뇌와 달리 정작 일부 제주도민들은 관광객에 전전긍긍하는 눈치입니다. 제주를 제외한 여타 시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발생하는 상황에서, 제주에 감염병을 퍼뜨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제주에서 나온 코로나19 확진자 네 명은 모두 대구광역시에 다녀온 이력이 있습니다. 대구에서 감염돼 제주에 내려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제주도 역학조사관들의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도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기만 합니다.

며칠 전엔 제주 한 달 살기를 금지해 달라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왔습니다. 종합병원이 6곳에 그치는 다소 취약한 의료 여건 탓에 한 번 감염병이 퍼지면 병상 부족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는 제주. 이 때문에 도민들은 될 수 있으면 외출을 자제하며 전전긍긍하지만, 관광객들은 제주를 피난처로 생각하며 별생각 없이 놀러 온다는 겁니다.

"한 달 살기 분들은 코로나 사태 동안 잠깐 있다 다시 원래 지역으로 올라가시겠지만, 저희 제주도민들에게 제주도는 보금자리이자 우리의 아이들이 성장하는 공간입니다." 국민청원을 올린 제주도민의 생각을 압축하는 문장입니다.

최근 한 달 살기를 위해 제주에 왔다며 글을 올린 한 유명 인플루언서 계정(사진 출처 : 인스타그램)
유명 인플루언서의 제주 한달살기 논란 가중돼

팔로워가 10만 명이 넘는 한 유명 인플루언서는 비슷한 이유에서 일부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학교 개학이 미뤄지면서 아이들을 위해 제주에 한 달가량 내려왔다는 내용의 게시글인데, '제주도를 피난처로 생각하지 말라'는 댓글이 달리며 한바탕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한 네티즌은 "음압병실에 격리돼 항체도 백신도 없어 언제 치료될지도 몰라 한없이 입원해야 하는 코로나바이러스 유행 중에 (제주도로) 피신을 오는 거냐"면서 "도민들은 조마조마하며 아이들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도 못 보내고 있는데 기가 차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네티즌 역시 "정부에서 지역 간 이동을 자제하라고 했지, 여행을 가라고 개학을 연기한 것도 아니지 않으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습니다.

일반인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는 인플루언서의 글에 일반인들도 '나도 제주도나 가볼까?'하고 제주 여행을 가볍게 생각할 수 있다는 지적들이 잇따랐는데, 결국 이 인플루언서는 하루 만에 사과의 게시글을 올렸습니다.

마스크를 끼고 기념품 가게를 구경하는 관광객들
환기 생활화에 자체 열 감지 카메라 설치까지

관광업계는 경영난에 신음하고, 도민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두려워하는 지금. 관광업계는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혹시 모를 관광객들로 인한 바이러스 전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마스크 착용에 손 소독제 구비는 물론, 자체 비용까지 들여 방역에 나서는 겁니다.

제주시 한림읍 일대에서 기념품 가게에서 일하는 직원 하현용 씨는 "가게 특성상 손님들이 주로 와서 물건을 만지고 가기 때문에, 손님들이 가시면 수시로 기념품 위에 소독제를 뿌리고 있다"며 "실내 공간에서 감염 위험성이 큰 만큼, 최대한 환기도 많이 시키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밀폐된 공간이다 보니 하루에 최소 5번씩은 환기를 시키고, 날이 맑으면 문을 열어놓고 영업한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월평균 5만 명이 찾는 미디어아트 전시장 '빛의 벙커'도 매주 한 번씩 전시장과 셔틀버스 소독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8일부터는 자체 비용을 들여 열 감지 카메라를 설치해 입장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체온 검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빛의 벙커 사업총괄 김현정 이사는 "(코로나19 여파로) 평소보다 관광객이 절반 이상 줄었다"면서도 "그럼에도 마스크 소지자에 한해 입장이 가능하도록 입구에서 조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19 예방 수칙 가운데 하나인 손 씻기
관광지면서 누군가의 생활 터전…제주가 갖는 딜레마

제주도는 누군가의 생활 터전인 동시에 세계적인 관광지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제주도민 가운데 관광숙박업 등에 종사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같은 제주도민이더라도 관광객을 환영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관광객 감소로 인한 손실을 줄이고, 도민 불안을 해소할 방법은 결국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관광업계의 철저한 방역과 이에 뒤따르는 관광객들의 사전 예방입니다.

홍성화 제주관광학회장은 "지금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방역을 철저히 하는 것"이라며 "요즘은 관광객들과 제주도민들의 이동 동선이 많이 겹치기 때문에, 방역이 관광객뿐만 아니라 도민들을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제주관광협회와 제주도도 업소 차원의 자체 방역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제주관광협회는 지난주 제주도, 제주도관광공사와 함께 10L 살균제 2천4백여 개를 도내 음식점과 숙박업소, 렌터카 업체 등에 배포했습니다. 손 소독제도 배부했는데, 제주관광협회에서 배부한 물량만 2천 개가 넘습니다.

부동석 제주관광협회장은 "다음 주부터는 제주도관광공사, 제주도와 함께 공동 방역에 들어갈 예정"이라면서 "관광지는 물론 전세버스 같은 경우 개학하면 학생들이 많이 타기 때문에 방역에 철저함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방역과 함께 중요한 건, 관광객들의 사전 예방입니다. 철저한 마스크 착용과 주기적인 손 씻기. 공자님 말씀 같지만, 사실상 정답에 가까운 이 두 가지 수칙만이 엇갈린 제주도민들의 생각을 좁힐 유일한 방법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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