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주저 앉혔다”…‘불법 콜택시’ 혐의 벗고도 웃지 못한 타다 [주말엔]_대의원으로 승리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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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죄가 없음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인되었습니다.
- 이재웅 전 쏘카 대표, 대법원 판결 직후 (1일)

불법 콜택시 영업이냐, 혁신적 서비스냐. 논란의 중심에 섰던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를 둘러싼 재판이 4년여 만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웅 전 쏘카 대표와 박재욱 브이씨엔씨(VCNC) 대표에게 무죄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타다를 불법 다인승 콜택시가 아니라 운전사가 딸린 합법적인 렌터카로 봐야 한다고 판단한 겁니다.

무죄를 선고받은 직후 운영진은 "혁신은 죄가 없다"고 외쳤습니다.

이제 '불법'의 멍에는 벗어던진 셈이지만 시민들이 다시 타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타다는 국회가 만든 이른바 '타다 금지법'을 통해 서비스가 종료됐습니다.

"혁신은 죄가 없었지만,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 무면허 콜택시 VS 합법적 렌터카 '법정 다툼'

타다 서비스는 지난 2018년 출시됐습니다. 차량공유업체 쏘카의 자회사였던 VCNC가 고객이 스마트폰 앱으로 탑승을 원하는 장소와 이용 시간을 정하면 운전기사가 딸린 11인승 승합차를 빌려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11∼15인승 승합차는 운전기사 소개가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을 근거로 한 것이었습니다.

타다는 출시 직후부터 곧바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일반 택시보다 비싼 비용이었지만, '승차 거부' 없고, '쾌적한 이용수단'이라는 입소문을 타고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타다의 성장은 곧바로 택시 업계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택시 업계는 타다가 사실상 불법 콜택시라며 대규모 집회와 법 개정 움직임을 이어갔고, 갈등 과정에서 급기야 택시기사 1명이 서울 광장에서 분신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검찰은 타다가 옛 여객자동차법상 금지되는 '불법 콜택시 영업'이라고 보고 2019년 10월 이 전 대표와 박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 "타다는 합법적 렌터카"…1·2심 이어 대법원도 무죄

기존에 허용된 기사 포함 렌터카 서비스에 IT와 발전된 통신기술을 결합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와 같은 기술의 활용만으로 사업의 본질적인 내용이 달라지는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타다 재판 항소심 中

이후 4년 동안 이어진 법정 다툼의 핵심은 타다가 검찰의 주장대로 '무면허 콜택시'인지, 아니면 타다의 주장처럼 '합법적인 렌터카'인지 여부였습니다.

1·2심 법원은 모두 타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1심 재판부는 '타다'를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하는 '초단기 렌터카 서비스'로 보고, 택시와는 다르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택시보다 비싼 요금을 내고서라도 '타다'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난 건 "시장의 선택"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타다가 외관상 카카오택시 등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실질적으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을 영위해 왔다고 볼 수 없다"며 "자동차 대여업체가 기사와 함께 자동차를 대여하는 것은 적법한 영업 형태로 정착돼 있었는데, 타다는 이런 서비스에 통신기술을 접목했을 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타다 운영진이 서비스 출시 전부터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과 수차례 협의를 하는 등 법을 어기려는 의도도 없었다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대법원의 이번 무죄 판결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특별한 법리 오해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한 겁니다.


멈춰 선 타다…검찰 '무리한 기소' 비판도

하지만 그사이 타다는 주저앉았습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한 달여 앞둔 2020년 3월, 정치권은 이른바 ‘타다 금지법’이라고 불리는 여객운수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했습니다. 2020년 2월 타다가 불법이 아니라는 1심 판결이 나온 지 한 달 뒤였습니다.

정치권은 택시산업의 혁신과 상생을 위한 법안이라고 주장했지만,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익집단의 영향력에 휘둘렸다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타다 금지법을 마차 산업 보호를 위해 자동차의 속도를 제한했던 1800년대 영국의 '붉은 깃발법(적기조례)'에 비유해 현대판 붉은 깃발법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1심의 무죄 선고 직후 법이 개정된 것을 두고도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지 않고 법원에서 진행 중인 사건과 관련된 법을 바꿔버린 입법권 남용이라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이후 타다 측은 법이 이용자의 이동 수단 선택을 제한하고 운전자를 알선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한다며 청구한 헌법소원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타다를 불법 콜택시로 판단해 재판에 넘겼던 검찰의 기소 역시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검찰의 상고가 무리했다고 지적하며 "혁신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지금 새 비즈니스를 해보려 했다는 이유로 형사 피의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혁신하려는 분들에게는 어마어마한 부정적 시그널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제 개인적 의견은 상당 부분 의원님 말씀에 공감하고 동의한다"면서도 "새 기술이 등장하고 발전되면 기존 법률과 충돌되는 영역이 반드시 생길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면서 "형사상고심의위원회에서 격론을 거쳤는데 아주 근소한 차이로 결론이 났다. 최소한 최고법원의 법리적 해석과 선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근소한 차이로 더 많았다"고 대법원까지 재판을 끌고 간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법조계 안팎에서는 문제가 있다면 행정부가 행정처분으로 다룰 수 있던 사안을 검찰이 무리해 형사처벌의 영역으로까지 끌고 왔다는 지적이 재판 내내 끊이지 않았습니다.


"혁신이 두려운 기득권, 혁신을 주저앉혔다"

혁신을 만들어내는 기업가를 저주하고, 기소하고, 법을 바꾸어 혁신을 막고 기득권의 이익을 지켜내는 일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없어야 합니다.
- 이재웅 전 쏘카 대표, 대법원 판결 직후 (1일)

무죄를 선고받은 타다 운영진은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 안타까운 심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4년 가까운 긴 시간의 싸움 끝에 혁신은 무죄임을 확인받았지만 그사이 혁신이 두려운 기득권의 편에 선 정치인들은 법을 바꿔서 혁신을 주저앉혔다"고 말했습니다.

대법원의 판결로 종지부를 찍은 타다 논란이 결국 '상처뿐인 영광'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더욱이 정보통신(IT) 기술의 확대로 교통뿐만 아니라 법률, 의료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 사업자와 신규 플랫폼 간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어서 제2, 제3의 타다 논란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큽니다.

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은 대법원 판결 뒤 논평을 통해 "우리 산업에서 혁신적 가치가 창출해 내는 시대적 흐름과 방향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갈등을 최소화하고 두 산업이 공존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우리 경제의 신성장동력을 키우는 첫걸음이다. 이번 판결이 우리 사회가 이러한 길을 모색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