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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정문을 출발해 예술의 전당 쪽으로 20분 정도 걸으면, 한 골목 안쪽에 작은 음식점이 있습니다.

가정집을 개조해 20명 남짓 들어가는 좁은 식당이지만, 고급 승용차들이 꽤 드나듭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이 식당이 최근 검찰개혁 논의에 불을 붙인 이른바 '돈봉투 만찬'의 현장입니다.

이 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그 이면에 쌓여있는 문제점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취재해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4월 17일 9시 뉴스 : "검찰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다만, 가족회사인 정강 횡령 의혹, 경기도 화성 땅 차명 보유 의혹과 아들의 의경 보직 특혜 의혹은 범죄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검찰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불구속 기소한 지 나흘이 지난 지난달 21일.

이 식당에서 최순실 게이트 특별수사본부가 법무부 검찰국과 저녁 회식을 합니다.

회식은 다른 손님들의 눈에 잘 안 띄는 식당 안쪽의 방에서 열렸습니다.

4인석 테이블 3개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작은 방이었습니다.

<녹취> 종업원(음성변조) : "안에 방 밖에 없어요. 큰 저기(공간)도 없어요. 옛날집이라. 열분 들어가는 방은 하나 있죠. 사장님이 거기서 주무시고 그러니까."

참석자는 모두 10명.

최순실 게이트 특수본에서는 본부장을 맡은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등 7명의 검찰 간부들이 참석했고,

법무부에서는 안태근 당시 검찰국장이 과장 2명과 함께 나왔습니다.

안태근 검찰국장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천여 차례 넘게 통화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던 인물입니다.

<녹취> 종업원(음성변조) : "(이 두분은 보신 적 없어요?) 전 잘 모르겠어요. 우리는 사람이 자꾸 바뀌니까."

이 자리에서 안 국장은 특수본 소속 차장검사와 부장검사 등 6명에게 70만 원에서 100만 원씩, 총 450만 원을 봉투에 담아 건넵니다.

이영렬 지검장도 법무부 과장들에게 100만 원씩이 든 돈 봉투를 줬습니다.

<녹취> 종업원(음성변조) : "(여기 봉투 오간 거 본 적 있어요?) 어떻게 알아요. 우리가. 여기 주방에서 설거지하고 갖다 날라주고 하니까."

회식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돈의 출처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법무부는 특수활동비, 서울중앙지검은 지검장의 업무추진비였다고 각각 공식 해명했습니다.

공식 예산으로 상대 기관의 후배들에게 격려금을 줬다는 겁니다.

이 해명대로라면 법조계 일각에서는 예산을 법정 용도 대신 엉뚱한 곳에 전용했다는 혐의를 적용하는게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 예산지침은 업무추진비를 기관장이 정책을 추진하고 공무를 처리하는 돈으로,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 수집이나 사건 수사 등에 쓰는 비용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선택(한국납세자연맹 회장) : "특수활동비 자체가 말 그대로 수사 목적이나 비밀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때 꼭 써야지... 국민 세금을 개인적으로 횡령한 거하고 다를 게 뭐 있습니까?"

납세자연맹이 최근 공개한 2015년 법무부의 특수활동비 편성 현황을 보면 검찰국은 별도의 특수활동비 예산이 편성돼 있지 않습니다.

알려진 해명과 달리 예산이 아닌 개인 돈을 건넨 것이라고 입장을 바꿔도 논란은 남습니다.

대가성이 있든 없든 공직자에게 금품을 건넨 것이기 때문에 김영란법을 위반한 소지가 있습니다.

돈봉투가 최순실 게이트 수사나 검찰 인사 등 서로의 직무와 관련됐다는 증거가 나오면 뇌물 혐의까지 가능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현재 감찰이 진행 중이고, 고발장이 접수됨에 따라 검찰과 경찰 모두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수사는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 등 당사자 소환 조사를 거쳐, 수사 결론이 나오려면 다음달은 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수사 결과와는 별개로 짚어볼 대목이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포함해 여러 차례 문제가 됐던 특수활동비 문제입니다.

<녹취> 김준규(당시 검찰 총장/2009년) : "이제 검찰은 확 바뀝니다. 잘못된 낡은 관행과 사고방식도 모두 버리겠습니다."

혁신을 약속했던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은 2009년 11월 기자들과 회식을 하며 추첨을 통해 50만 원씩이 든 돈 봉투 8개를 돌렸습니다.

출처는 특수활동비였습니다.

2년 뒤엔 특수활동비 9천8백여 만원을 검찰 고위간부 45명에게 격려금조로 나눠줬습니다.

기밀 유지와 관계 없고 특수하다고도 볼 수 없는 활동에 특수활동비를 거듭 집행했지만 조사는 없었습니다.

<인터뷰> 김선택(한국납세자연맹 회장) : "조직 장악 차원, 부당한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밑에 검사들한테 급여성 활동비를 주고 오히려 자기 말 잘 듣는 부하 직원한테 더 많이 주고 이런 식으로 조직을 장악하는 용도로 쓰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검찰의 특수활동비는 형식적으로는 법무부 예산으로 배정됩니다.

지난해에는 286억 원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수사 관련 예산은 140여억 원 정도로, 전체 검사 수로 단순히 나누면 검사 한 명이 1년에 6백 80만 원씩을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집행은 검찰총장이 각 검찰청의 규모와 역할 등을 고려해 배정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부턴 베일 속에 가려집니다.

어느 검찰청 어느 부서에 무슨 명목으로 얼마를 배정했는지, 카드가 아닌 현금 사용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 등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한해 동안 쓰고 남은 특수활동비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취재파일 K>는 돈봉투 만찬 사건 이후 대검찰청에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을 공식 질의했지만, 실무 부서에서 자료가 안왔다는 이유로 답변을 주지 않았습니다.

검찰에 몸 담았던 전직 검사들과 접촉해봤습니다.

모두 민감한 사안이라 답하기 어렵다, 예산 문제는 잘 모른다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음성변조) : "지엽적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부분은 제가 잘 몰라요."

<녹취>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음성변조) : "그건 제가 나서서 할 얘기는 아닙니다. 워낙 예민한 부분이기 때문에..."

<녹취> 검사장 출신 변호사(음성변조) : "제가 뭐 별로 설명을 드릴게 없을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특수활동비는 검찰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청와대와 국회, 국정원, 경찰 등 이른바 힘 있는 권력기관은 예외없이 특수활동비 예산을 씁니다.

<인터뷰> 김선택(한국납세자연맹 회장) : "그동안 흘러 오면서 이것저것 사실 힘 있는 부처에서 다 받게 된 것 같아요. 뭐 대표적인 경우가 사실 국세청이라든지 뭐 감사원이라든지 국회라든지..."

(2009년 청와대) 정상문 총무비서관.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 5천만 원 빼돌려. (징역 6년)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 신재민 장관, 차관 시절 1억 1900만 원 유흥비로 사용.

(2011년 국정원·해군)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국정원 특수활동비 2억 5000만 원 빼돌려.

(2013년 헌법재판소) 이동흡 후보자, 특수활동비 개인 유용 의혹. (후보 사퇴)

(2013년 국정원) '대선 국정원 댓글 알바' 3,080만 원 지급.

(2015년) 홍준표 경남지사 "생활비로 사용" 신계륜 의원 "자녀유학비로 지급"

다양한 명목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기밀 유지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내역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선택(한국납세자연맹 회장) : "18개 부처 전체 우리 기관에 2015년도 8월경에 정보공개청구를 일괄적으로 다 했습니다. 사용 내역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밝혀 달라 하고 있는데 한 군데도 정보공개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기관 편의를 위한 쌈짓돈 예산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창수(나라살림연구소장) : "업무추진비 뭐 이런 게 4조나 있는데도 특수활동비를 꼭 굳이 두려고 하는 이유는 이게 출처를 밝히지 않아도 되는 거기 때문에 이게 진정으로 어떻게 보면 자기들 마음대로 쓰는 예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수활동비는 최근 10년 동안 18개 기관에서 8조 5천여억 원이 집행됐습니다.

국정원과 검찰 등의 정보 수집과 대공활동,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 등에는 특수활동비가 필요하지만, 최소한의 감시와 견제장치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창수(나라살림연구소장) : "설사 국민들 전체에게 공개는 못 하더라도 그 안에서는 최소한 파악을 하고 있어야 되고 필요에 따라 그 부분들을 이제 외부에서 볼 수 있게 되는 뭐 예를 들어 정보위는 최소한 열람할 수 있다든가 그리고 가끔 수사가 필요하다든가 할 때는 (열람)할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특수활동비를 줄이면서 각 부처에 특수활동비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논란이 될 때마다 개선 여론은 컸지만 모두 유야무야로 끝난 특수활동비 개혁.

이번에는 불투명한 특수활동비가 꼭 필요한 곳에 쓰이고, 투명성도 높아지게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