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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페트병이 옷으로...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첫 성과

6월 5일 환경의 날을 앞두고 4일 인천 서구 국립생물자원관에서 기념행사가 열렸습니다. 코로나 19로 참석 인원을 제한한 소규모 행사였지만 눈길을 끄는 게 있었습니다.

행사장 입구에 전시된 옷이었는데요. "환경의 날에 웬 옷이야?"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옷의 탄생 이야기를 들어보니 "드디어 나왔구나!" 반가운 마음이었습니다. 제가 왜 이렇게 반가워했는지는 지난해 기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연관기사] 일본산 페트병 쓰레기 수입?…이유 알고 보니

제주도 71개 재활용도움센터에서는 투명 페트병만 따로 모으고 있다.
제주도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옷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보려면 제주도를 꼭 가야만 했거든요. 이 옷은 제주도에서 배출된 페트병으로 실을 뽑아 만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에는 71개 '재활용도움센터'가 있습니다. 24시간 재활용 쓰레기를 배출할 수 있고, 여기엔 재활용 분리배출을 돕는 도우미도 상주합니다. 이 재활용도움센터에서는 환경부 시범사업 하나로 지난 3월부터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이 시작됐습니다. 보통 플라스틱으로 함께 배출되는 투명 페트병만 따로 모으는 건데, 한 달에 10톤 정도가 모인다고 합니다.

투명 페트병은 잘게 부숴 머리카락 10분의 1 굵기 실로 뽑는다.
3, 4월 두 달간 모인 20톤이 먼저 경기도 화성에 있는 재활용업체로 갔고, 거기서 선별과 세척 과정을 거쳐 경북 구미에 있는 섬유업체에서 실을 뽑아냈습니다. 이 실로 니트 재질의 옷을 만들었고, 시중에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페트병 쓰레기로 시판 의류가 생산되기는 처음입니다. 이제까지는 일본이나 대만 등 해외에서 페트병 쓰레기를 수입해와 실을 뽑아냈습니다. 국내에서는 페트병만 따로 배출하지도 않을뿐더러 이물질이 많아 실을 뽑을 수가 없었습니다. 환경부의 투명 페트병 시범사업이 올해 초부터 시작됐는데 드디어 그 성과가 나온 것입니다.

생수병 회수하는 생수 회사..."페트병이 넘쳐나는데 수입한다는 게 말이 안 되죠."

소비자가 모아놓은 생수병을 업체에서 회수하고 있다.
생수 회사도 나섰습니다. 한 업체는 지난해 10월부터 판매한 생수병을 회수해가는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재주문할 때 '생수병 회수'에 체크하면 모아둔 병을 가져갑니다. 참여하는 고객이 10% 정도 된다고 합니다. 첫 달 6톤을 회수했는데 점점 양이 늘어서 8개월 만에 200톤 정도 모았습니다. 대리점에서 이렇게 모은 생수병은 생수 공장으로 보내 압축을 하고, 재활용업체에 보냅니다. 생수병만 모으다 보니 이물질이 거의 없어 제주도에서 모은 페트병보다 더 품질이 좋은 실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여기서 나온 페트병으로 의류 제작에 나섰습니다.

생수 회사에 물었습니다. 생수병 회수하는 데에도 추가 인력과 비용이 들어가는데 왜 이런 서비스를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저희가 생수병을 직접 만들기도 하는데요. 생수병 원료를 공급하는 업체에게서 얘기를 들었어요. 재생섬유 만들려고 해외에서 페트병을 수입한다고. 국내에도 이렇게 페트병이 넘쳐나는데 수입하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한번 모아보자 했습니다."

"페트병 좀 주세요"..."100톤은 있어야 공장 돌리는데 겨우 20톤 모여"

국내 페트병으로 의류 생산하는 데 물꼬가 트이긴 했지만 말 그대로 '첫발'일 뿐입니다. 제주도 페트병으로 실을 뽑아내는 업체에서는 페트병이 아직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별도의 생산 설비를 가동하려면 투명 페트병이 100톤 정도 있어야 하는데 제주도에서 온 페트병은 겨우 20톤입니다. 어쩔 수 없이 나머지 80톤은 제주도에서 나온 일반 플라스틱 쓰레기 중 선별한 것을 섞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주 질이 좋은 장섬유는 뽑아내지 못했습니다. 계속 옷을 생산해 내기 위해선, '투명-깨끗'한 페트병을 '많이' 모으는 게 절실합니다.

투명 페트병만 모은다더니...시범사업은 말뿐?

그래서 환경부는 투명 페트병만 따로 분리 배출하는 제도를 시행하려고 합니다.

전면 시행을 앞두고 올해 2월부터 서울, 부산, 천안, 김해, 저주, 서귀포 등 6개 자치단체에서는 시범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2월 환경부의 보도자료를 보면 아파트와 거점 수거시설에는 투명 폐페트병 별도 수거함을 설치하고, 단독주택에는 폐페트병을 따로 담아 배출할 수 있는 투명 봉투를 시범사업 시간에 배부할 계획이라고 돼 있습니다.

4개월이 훌쩍 지났습니다. 시범사업이 잘 진행이 돼야 전면 시행도 할 수 있을 텐데, 어떨까요?

천안이나 제주에서는 투명 페트병만 모아 어느 정도 실적을 내고 있지만, 가장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서울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25개 자치구의 여건에 따라 시행하기로 했지만, 6월인 지금까지도 투명 페트병을 따로 모은다는 사실을 모르는 주민이 훨씬 많습니다.

투명 페트병과 비닐만 별도 배출해야 하는 요일이지만 여러가지 재활용품이 혼합 배출돼 있다.
서울시는 코로나 19로 주민센터에서 직접 홍보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하다 보니 사실상 제대로 시행을 못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통·반장을 통해서 수거함 배부와 홍보가 이뤄져야 하는데 대면 접촉이 어려워서 그렇다고 합니다. 지난 5월에는 시범사업을 강화하겠다면서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을 하지 않으면 수거 거부하겠다고도 했는데, 그 이후로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5월은 이태원 발 감염이 확산하던 시기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사업은 주민센터 조직이 움직여야 시작할 수 있는데 코로나 19뿐 아니라 4월 총선, 이후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등으로 주민센터가 분리배출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이 잘 진행되고 있는 곳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어떤 자치구, 또 어떤 아파트에서는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을 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상황으로서는 이런 노력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투명 페트병 잘 분류해서 내놔도 수거 과정에서 뒤섞여 버리기 때문입니다.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이 일괄적으로 안 되다 보니, 대부분 재활용업체에서는 별도 수거를 하지 않고 선별과 세척 과정에서 다른 플라스틱과 섞어 처리해버립니다.

별도 배출된 투명 페트병도 대부분 재활용 공정에서 뒤섞이고 있다.
재활용업체에서는 지금으로서는 투명 페트병만을 위한 라인을 꾸리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전문가들은 분리 배출된 투명 페트병이 옷 생산까지 성공하려면 전용 재활용업체를 두거나, 별도 공정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코로나 19로 홍보와 준비 과정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환경부는 애초 올해 7월부터 전국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전면 시행하려던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사업 시작 시점을 12월로 늦췄습니다.

페트병 어떻게 버려야 할까?

서울을 기준으로 보면 하루에만 2,400톤의 쓰레기가 나오는데, 이 중 10% 정도인 230톤은 페트병입니다. 이는 제주도 재활용도움센터에서 2년간 모은 양에 맞먹는 수준입니다. 이 230톤을 매일매일 깨끗이 모으고 별도의 재활용 과정만 거친다면, 해외에서 페트병 쓰레기 수입할 이유 전혀 없습니다.

서울시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홍보물
페트병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봅니다.

1. 생수 또는 음료병 중 투명한 페트병은 내용물을 버리고 물로 헹군다.
2. 라벨은 뜯어서 비닐류로 배출한다.
3. 뚜껑은 선별과정에서 비중 차이로 걸러낼 수 있으므로 제거하지 않아도 된다.
4. 부피를 줄이기 위해 한번 밟거나 찌그러뜨려서 투명 페트병 전용 수거함 또는 투명 비닐에 넣어 배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