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성사, 한국영화와 영욕의 세월…운영은 정상 _맥주 슬롯_krvip

1907년 설립된 한국 최초 영화관 단성사가 23일 최종 부도처리되면서 102년째 한국영화 영욕의 세월을 함께하고 있는 단성사가 치욕을 겪고 있다. 이번에 부도 처리된 곳은 영화관 단성사가 아니라 단성사 영화관과 1층의 보석점 등을 가지고 있는 단성사의 건물주여서 극장 영업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단성사 건물 내 전체 영화 상영관은 지난 5월부터 극장체인인 씨너스가 임대해 '씨너스 단성사'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이다. 단성사는 한국에서 제작된 첫영화 '의리적(義理的) 구토(仇討)'의 1919년 상영을 필두로 '아리랑'(1926년), '춘향전'(1935년)을 상영하며 한국 영화의 시작을 함께 했다.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 이후에도 영화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단성사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것은 1960년대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다. '역도산'(1965년), '겨울여자'(1977년), '장군의 아들'(1990년), '서편제'(1993년) 등은 모두 단성사에서 상영되며 한국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작품들이다. 규모가 큰 개봉관과 보급되는 프린트의 수가 적었던 당시 극장가에서 단성사의 흥행 성적은 바로 해당 영화의 흥행에 대한 바로미터였다. 개봉일 단성사 앞에 늘어선 관객들의 줄이 얼마나 긴지 여부가 영화의 성패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기도 했다. 오랜 기간 전성기를 누렸던 단성사의 쇠퇴는 1990년대 중후반 멀티플렉스 극장의 본격적인 사업 확장과 궤를 같이 한다. 서울 곳곳에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이 세워지자 피카디리와 서울극장, 파고다극장, 허리우드극장 등으로 이어지는 종로 극장가의 명성이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관객들은 삼성동과 압구정동, 용산, 상암 등에 세워진 최신 시설의 멀티플렉스로 이동했고 종로 극장가는 '영화 1번지' 자리를 다른 지역의 극장들에게 내 줘야 했다. 이 같은 멀티플렉스의 공세에 단성사는 피카디리 극장, 서울 극장 등 종로의 다른 극장들과 함께 재건축에 들어가며 종로 극장가의 '부흥'을 꾀하기도 했다. 2001년 재건축 공사를 위해 문을 닫은 뒤 2005년 지상 9층, 지하 4층 건물에 총 7개관 1천530석을 갖춘 멀티플렉스로 화려하게 변신했지만 한 번 떠난 전성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작년 110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2년째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지는 영업난을 겪자 자구책으로 건물을 매각하려 나서기도 했지만 부동산 경기 둔화 때문에 이마저 여의치 않았다. 1980년대 활발하게 활동했던 한 중견 영화인은 "개봉일 가슴 졸이며 단성사 앞에 얼마나 길게 줄을 섰는지 살펴봤던 기억이 생생한데 재정난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는 게 안타깝다"며 "허리우드극장, 드림시네마(구 화양극장), 스카라 극장 등 종로와 충무로 인근의 오래된 극장들의 폐관에 이어진 소식이라 특히 가슴이 아프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