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유학 ‘여전히 법 밖에’…제2의 ‘햄스터 사건’ 막아라!_존재_krvip

농촌 유학 ‘여전히 법 밖에’…제2의 ‘햄스터 사건’ 막아라!_포커 스타 스페인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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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신고 밭에 가서 냉이도 캐고 여러 가지 체험을 해서 좋아요."

경북 예천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4학년 성 모 양은 '농촌 유학생'이다. 도시에서 생활하는 부모 곁을 떠나 시골의 농촌유학시설에서 다른 학생들과 지내고 있다.

성 양은 직접 민들레 뿌리를 캐 차를 만드는 등 농촌유학시설이 마련한 농촌 체험 프로그램을 경험하며 자연과 함께 자라고 있다.

농촌유학은 도시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시골에 와 생활하며 인근 학교를 다니는 것을 말한다. 방과 후에는 자연환경 탐사 등 농촌 체험을 하게 된다.

국내에 농촌유학이 도입된 건 2006년.

일본의 산촌유학에서 유래한 농촌유학은 침체된 분위기를 살리려는 농촌 지역의 필요와 도시가 아닌 자연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려는 부모의 바람이 결합하면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07년 7개였던 지난해 44개소로 확장됐다. 이들 시설에 머물며 시골의 학교를 다니는 유학생은 267명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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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터장, 학생 얼굴 때리고…생활 지도사, 어린이 앞에서 엽기 행동도

농촌유학시설이 도시의 학부모들에게 큰 관심을 받으며 많아지는 가운데 사건과 사고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2012년 초에는 강원도의 한 시설로 유학 온 초등학생이 냇가에서 숨지는 일이 있었다.

같은 해 4월 인근 지역에서는 한 농촌유학시설의 센터장(51)은 13세 유학생의 얼굴을 주먹으로 5차례 때려 문제를 일으켰다.

이 센터장은 해당 학생이 다른 아이들과 다투자 이를 고치기 위해 혼을 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그는 법원으로부터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달 11일 전북 정읍의 한 농촌유학시설에서는 생활 지도사가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살아있는 햄스터를 물어 죽이고 이를 삼키는 엽기적인 일이 일어났다.

◆ 도입 8년 지났지만 여전히 법 밖에…

전국의 농촌유학시설을 운영하는 조직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비영리 민간단체가 9개소로 가장 많고 협동조합이 8개소로 뒤를 이었다. 개인 혹은 임의 단체가 운영하는 시설은 각각 3개소였다.

이처럼 농촌유학시설 운영 조직이 다양한 것은 관련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농촌유학시설의 설립 기준을 명시한 법규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설의 규모, 필수 공간 및 장비 등을 규정한 내용이 없다.

시설 설립자에 대한 기준도 전무하다. 농촌유학시설 등록 절차나 운영 제도, 인허가 요건 등이 없는 상태다.

지난해 정부의 연구 용역 의뢰로 농촌유학 운영 실태를 조사한 복음신학대학원대학교 대안교육연구소는 "농촌유학시설이 도입된 지 8년이 흘렀지만 이 시설은 여전히 법적 테두리 바깥에 놓여 있다"고 역설했다.

아직 관련 법규가 마련되지 않은 것은 농촌유학이 자생적으로 태동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농촌유학은 정부 계획 하에 시작된 게 아닌 민간이 자율적으로 키워온 프로젝트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자생적으로 시행돼온 농촌유학과 관련해 정부 개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농촌유학 현장에서도 정부 개입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농촌유학전국협의회 관계자는 "농촌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좋은 의도로 시작한 분들이 정부가 점차 관리를 하는 느낌이 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 농촌유학센터장도 "아이들이 자유로운 자연 속에서 자립심을 키우는 게 농촌유학의 취지"라며 "지나친 간섭은 아이들의 활동을 위축시켜 본래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장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있지만 규모가 커진 데 따른 관리와 감독 체계 구축은 불가피해 보인다.

복음신학대학원대학교 연구팀은 "농촌유학시설이 환경·운영·교육적 맥락에서 잘 준비돼 있다기 보다 현실 대응적 차원에서 운영되는 게 엄밀한 현실"이라며 "양적 확대에서 질적 성장을 담보할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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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 보낸 내 아이, 누가 돌보나?

농촌유학시설에는 생활 교사, 운영자(센터장), 행정 직원 등이 근무하지만 이들의 역할 구분은 모호하다. 한 사람이 생활교사, 행정직원 등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곳도 적지 않다.

농촌유학시설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상근 활동가는 100여명이다. 평균적으로 상근 활동가 1명이 아이들 2~3명을 돌보고 있다.

하지만 농촌유학생을 돌보는 생활 교사, 직원 등 활동가의 자격에 대한 어떠한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다. 일부 시설은 센터장 혼자 활동가 채용을 결정한다. 학부모들의 단체 면접을 통해 채용을 진행하는 시설도 있다.

농촌유학시설에서 근무하는 데 보육교사, 사회복지사 등 관련 자격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필수 요건은 아니다. 다시 말해 아이들을 돌볼 자격이 없는 자가 채용될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

연구팀은 “생활 교사 등 활동가의 역량과 전문성 여부에 따라 농촌유학이 질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게 되지만 대부분의 시설이 입소문이나 주변의 소개 등으로 활동가를 채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여유롭지 않은 농촌유학시설의 재정 상황은 활동가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세우기 어려운 요건 중 하나다.

올해 강원 양양의 한 농촌유학시설은 활동가를 2명에서 1명으로 줄였다. 이제 활동가 1명이 유학생 8명을 돌봐야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해당 시설이 올해 농림부의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이 끊기면 활동가 인력을 줄여야 할 정도로 농촌유학시설의 재정은 열악하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1명의 상근 활동가가 4~5명의 아이를 돌보는 시설은 6개소였으며 6명 이상을 혼자 보는 곳도 4개소나 됐다.

연구팀은 "활동가 대부분 전문성이 없는 상태에서 개인적 역량에만 의지하고 있어 압박감, 신체적 에너지 소모가 상당히 크다"며 '박봉과 격무라는 열악한 조건에 활동가가 농촌유학에 머무는 기간은 짧고 이직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활동가 양성 과정과 인건비 지원, 역량 강화 프로그램 등을 통해 농촌유학 인력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 7월까지 농촌유학 가이드라인 마련

농림부는 지난해 수행한 연구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7월 안에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지자체, 시설 등에 배포할 계획이다.

연구팀이 만든 가이드라인 안을 보면 농촌유학시설은 지역 학교로부터 2~4㎞ 이내에 있고 도보로 통학이 가능한 곳에 있어야 한다.

생활 교사는 유학생 6명당 1명 이상의 비율로 유지해야 하며 활동가 채용 시 의무적으로 성범죄 경력을 조회해야 한다.

농림부는 앞으로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는 농촌유학시설에는 지원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 농촌유학시설이 정부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아도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어 추가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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