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에 그림 그리는 ‘경비원 할아버지’_바이샤 포커 마커_krvip

담벼락에 그림 그리는 ‘경비원 할아버지’_내기에서 승리하면 포르투갈이 된다_krvip

<앵커 멘트>

쌀쌀한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동네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는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투박하지만 정감가는 벽화를 그리는 이 70대 노인은 전문화가가 아닌 동네 아파트 경비원이라고 하는데, 어떤 사연이 있는지 김용덕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사람이 다니는 동네 골목.

벽은 푸른 바다가 됐습니다.

소라게가 익살맞은 표정으로 우리를 반기고, 해마와 물고기가 춤을 춥니다.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74살 정연호 할아버지.

페인트통과 굵은 붓을 들고 움직이자 순식간에 녹색 들판이 펼쳐집니다.

<인터뷰> 정연호(74살/경비원/그림 그리는 할아버지) : "춥죠. 추운데 그래도 여름보다 나아요. 여름에는 (페인트가) 바싹바싹 말라 가지고..."

밑그림도 없이 그리는 모습에 감탄만 나옵니다.

<인터뷰> 허정임(경기도 시흥시) : "진짜 신기한 게 그냥 붓으로 바로 그리세요. 속도도 굉장히 빠르셔서... 보면 마음이 편안한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할아버지의 직업은 아파트 경비원.

하지만 한때 극장 간판을 그렸습니다.

중학교 동창인 고 고우영 화백처럼 그림이 좋아 미대도 다녔지만 중퇴하고 선택한 일이었습니다.

<인터뷰> 정연호(74살/경비원/그림 그리는 할아버지) : "금액은 많지 않지만 어려운 시절이었잖아요. 어려운 시절에 남보다 더 버니까. 공부는 뒷전이라."

간판 일을 그만두고 30년 넘게 붓을 놓았던 할아버지.

우연히 그림 솜씨가 알려지면서 주변의 권유로 벽화를 그리게 됐습니다.

틈틈히 하는 봉사활동이지만 그림을 그리는 지금이 너무 행복합니다.

<인터뷰> 정연호(74살/경비원/그림 그리는 할아버지) : "보람 있죠. 주민들이 재미있다. 그러면 나도 좋은 거고... (잘 그렸다고) 기가 막힌다는 거죠."

KBS 뉴스 김용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