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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찬 앵커 :

돈에 겨운 아이들이라고 불리는 이른바 오렌지족들이 마약에 까지 손을 댔다가 검찰에 구속된 일이 얼마전에 있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본거지인 서울 압구정동에서의 단속이 강화되자 잠시 주춤하는 듯하던 이 오렌지족들의 소비향락이 압구정동의 이른바 로데오 거리에서 다시 넘실거리고 있고 강북의 대표적인 대학가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오늘 현장에서는 필로폰 사건 이후의 오렌지족 실태를 알아보겠습니다.

김형근 기자의 취재입니다.


김형근 기자 :

오후 4시, 커피 전문점들이 문을 열기 시작하면 시끄러운 음악이 이내 골목을 뒤덮습니다.

햄버거와 피자, 카레, 노바다 야끼 온통 외국어 일색인 간판속에 한껏 멋을 낸 토탈패션의 젊은이들, 오히려 정상적인 차림이 이곳에선 쑥스러울 지경입니다.

오후 5시, 벌써 골목은 고급 승용차로 가득합니다.

쏘나타나 그랜저는 물론이고 벤츠나 포세에 생전 처음 들어보는 현란한 색깔의 스포츠카도 등장합니다.

스키 장비를 부착하고 짙게 썬팅한 차를 모는 사람은 하나같이 갓 스물 정도의 젊은이들입니다.


정모군 (재수생) :

부모님이 돈을 좀 쉽게 벌고 투기 같은 걸 해가지고 돈을 쉽게 벌어서 다른걸로 해줄게 없으니까 돈으로 해주고 그러니까 애들이 고급 승용차를 끌고 다니고 그냥 노는거죠.


김형근 기자 :

대부분 강남 8학군 지역 출신의 부유층 자녀들, 이들에겐 남과 다른 특별한 재미를 찾는 것이 유일한 고민거리입니다.


박모씨 (서울 역삼동) :

친구들이 뭐 변호사나 의사나 좀 괜찮은, 있는 집 애들이라 걔들하고 같이 놀러 다니고 또 그중에 뭐 미국 유학 갔다 온 애도 있는데 지금은 그냥 같이 돌아다녀요.


김형근 기자 :

오렌지족이라는 말도 다른 사람들과 자신들을 구분하기 위해 스스로 붙인 것입니다.

수입 오린지처럼 나긋나긋하고 향기로우며 품위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이곳에 나오는 사람들이 모두 오렌지족은 아닙니다.

프라이드차에 기껏해야 만원짜리 몇 장 가지고 자신들의 세계를 기웃거리는 사람들은 한날 촌스러운 낑깡이나 깽족에 불과합니다.


강모씨 (나이트 클럽 지배인) :

정말 오렌지족은 그렇게 나이 어린 오렌지족이 아니예요.

나이도 좀 있고 스물 다섯 넘어서 오는 오렌지족들이죠. 정말 오렌지족들.

"어떻게 생겼어. 어떻게 구별해요 그럼."

딱 보면 인제 얼굴에 보면 부티가 나잖아요. 아저씨 딱봐봐요.

나같은 사람이 그랜저 몰고 다니면 오렌지족이예요.


김형근 기자 :

옷 부터가 다릅니다.

투박한 미국산보다도 색상과 디자인이 좋은 이태리제나 프랑스제가 주종입니다.

이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곳은 노바다 야끼집이나 프랑스 요리 전문점.

노바다 야끼집은 사무라이 인형과 일본 민화가 걸려 있고 일본 노래에 종업원들도 일본식 복장을 하고 있습니다.


박모양 (대학생) :

깔끔해서 좋구요.

친구들이랑 저녁먹고 레몬소주 한잔씩 하면 한 10만원정도 나와요.


김형근 기자 :

분위기가 좋다면 돈을 얼마를 써도 좋다는 이들, 때문에 대기표를 가지고 기다려야 할 정도로 언제나 초만원입니다.


강모씨 (나이트 클럽 지배인) :

부모 잘 만나서 돈 팍팍 쓰고 다니고 진짜 몰드앨드를 끼고 다니고 어디가서 막 돈 백만원씩 술 먹으면서 막 현찰로 딱딱 계산하고 수표하나씩 내고 다니고 심지어는 십만원짜리 수표 갖고 다니고 그런 사람들이 정말 오렌지족이죠.


김형근 기자 :

호화로운 카페나 비디오방도 즐겨 가지만 락 카페는 그 중 가장 인기가 높습니다.

술도 마시고 기분 내키면 춤도 출 수 있습니다.

서로의 얼굴은 분간 할 수도 없고 이야기 따위는 애초에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곳에선 단지 마시고 즐기며 다음 스케쥴을 준비하는 것 이외에는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밤 9시, 카페와 술집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로 거리는 어수선합니다.

아직 짝을 구하지 못한 남녀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초조하게 움직입니다.

마음에 드는 짝을 고르는 것, 이른바 부킹을 하기 위해서 입니다.


김모군 (대학생) :

오렌지를 들고 다녀요.

그 다음에 자기가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은 오렌지를 이렇게 건내준다고.

그러다가 여자가 OK하면 오렌지를 받아요.

그러면 곧바로 여관으로 가죠.


김형근 기자 :

아예 양복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로 많습니다.

그러나 짝을 맞추는데는 용모나 옷차림보다 승용차가 더 중요합니다.

흰색 그랜저 정도면 언제나 100%성공입니다.

섹시한 얼굴이나 몸매를 무기로 공짜로 적당히 즐기려는 여자들은 거리낌 없이 차에 오릅니다.

밤 10시, 다음 목적지는 나이트 클럽입니다.

부근에 있는 한 호텔 나이트 클럽을 찾았습니다.

용모나 옷차림이 쳐지는 수준미달의 손님은 들어갈 수 조차 없는 곳입니다.

내부 시설도 일반 나이트 클럽과는 비교가 안됩니다.

술도 대개 양주만 마십니다.

"네 명이 들어가면요. 보통 양주 한 두병은 거뜬하게 먹거든요. 그러면 한 16만원 돈 나와요."

"좀 많이 먹는다 그러면요?"

"많이 먹으면은 한 30만원 정도"

이곳에선 춤도 품위있게 춰야 합니다.

손과 몸을 많이 움직이면 촌놈 취급을 받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부킹도 종업원이 알아서 해줍니다.


재수생 :

웨이터한데 가서 팁을 주면서, 그러니까 팁을 주면 여자들 많이 꼬시잖아요.

대게 그러니까 웨이터들이 예쁜 애들 많이 데리고 오고 그래갖고 그러니까 머리에 든게 없는거 같애요.


김형근 기자 :

여자들은 마치 호스테스처럼 종업원들의 손에 이끌려 남자들에게 소개됩니다.

밤 12시, 짝을 맞춘 사람들은 차를 타고 하나 둘씩 떠납니다.

짝을 구하지 못한 남녀들은 더욱 바쁩니다.

마음이 맞는 남자를 구하지 못했는지 두 여자가 택시를 잡기 위해 차도로 나옵니다.

역시 짝을 구하지 못한 남자가 접근합니다.

몇 마디 말에 여자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이내 차에 오릅니다.

불과 1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이렇게 짝을 맞춘 남녀들이 마지막으로 가는 곳은 말할 곳도 없이 주변의 호텔이나 장급여관들입니다.

이제 이렇게 마시고 즐기는 자시 과시적인 향락 풍조는 비단 압구정동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강북과 일부 지방 젊은이들은 물론 심지어 신촌과 홍익대 부근 등 대학가에 까지 유행병처럼 번져 나가고 있습니다.


김광억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 :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많아요.

이것은 뭘 말하는가 하면은 자기들이 하지 못했던 어떤 풍요로운 삶 또는 어떤 신나는 삶, 세련된 삶에 대한 어떤 동경 그런 것을 자식에게 시킬려고 하는 것이죠.


김형근 기자 :

돈만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믿는 일부 부모들의 그릇된 교육을 탓하기에 앞서 이제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문화공간을 마련해주고 또 이들의 올바른 가치관 정립을 위한 교육에 모두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KBS 뉴스 김형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