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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찬 앵커 :

옛 소련연방을 구성했던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민족분규는 5년째 계속되고 있는 소련의 레바논 사태로 불리우는 전쟁입니다. 냉전이 끝나고 또 소련연방이 붕괴되면서 이 처절한 민족분규는 세계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지만은 지금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희 KBS는 어제부터 이 시간에 ‘민족분쟁 현장을 가다’라는 기획취재를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의 분쟁지역편입니다. 이준삼 특파원의 보도입니다.


이준삼 특파원 :

코카서스 산맥아래 아담하게 자리 잡아 이 지역에서도 가장 아름답다던 아르메니아. 그러나 활기 없고 질펀한 거리, 곳곳에 수북히 쌓인 쓰레기 더미와 파괴된 건물들이 흉한 오늘의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의 딱한 사연과 처지가 이제 이 땅은 더 이상 살기 좋은 곳이 아니라는 실감으로 와 닿습니다. 아르메니아에서도 예레반의 첫 인상은 마치 말라죽어 가는 식물의 모습과 흡사합니다. 중심가인 이곳은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가끔씩 오는 버스를 서로 먼저 타려는 사람들로 난장판으로 변해 있습니다. 이것은 이 나라의 주요한 대중교통 수단인 전차의 운행이 벌써 8달째 운행을 중단하고 있고 버스도 기름이 떨어져 거의 다니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나라 정부가 기름공급을 포기한 것은 이미 오래, 상인들이 외국에서 비밀리에 들여온 기름을 거리에서 턱없이 비싼 값에 팔고 있지만 서로 먼저 사려고 아우성입니다. 심각한 에너지난은 특히 녹음으로 이름난 이 도시의 아름다움을 급속히 앗아가고 있습니다. 추위에 떨다 못한 시민들이 땔감으로 쓰기 위해 가로수를 마구 잘라가고 있고 변두리 지역은 아예 벌목장이나 다름없이 황폐화됐습니다. 밤은 예레반 사람들에게 더욱 두려운 시간입니다. 어둠이 깃들기 시작하면 벌써 시내는 추위와 어둠을 피해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려는 차 잡기 전쟁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어둠과 추위 속에서의 가정생활은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고통입니다. 중산층 이상으로 보이는 이 가정에서는 이러한 고통을 줄이기 위해 세가족 12명이 합쳐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 연료난은 지난 1월 그루지아 국경 근처에서 아제르바이잔 측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가스관 폭발사고가 나 370만 전 국민가정에 공급이 중단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제르바이잔을 거쳐 각 공화국들과 연결돼 있는 철로를 아제르바이잔 측이 2년째 봉쇄하고 있는데서 비롯됩니다. 취재팀은 5년째 전쟁이 계속되면서 아르메니아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진원지인 나고르니 카라바흐 전장을 찾았습니다. 이곳은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불씨가 되고 있는 나고르니 카라바흐 지역 입구입니다.

취재팀은 수도 예레반에서 자동차로 8시간을 달려 이곳에 도착했지만은 더 이상 들어갈 수 없게 됐습니다. 우리를 안내했던 현지인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언제 어디서 포탄이나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나고르니 카라바흐는 완전히 아제르바이잔 영토 안에 있는 아르메니아인 거주 지역으로 지난 70년 전 스탈린의 이주정책에서 생겨난 지정학적 이상 구조입니다. 전쟁은 지난 89년 15만여 명의 이곳 주민들이 아르메니아와의 통합을 요구하자 아제르바이잔 측이 자국 영토임을 주장하며 선제공격을 가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그 동안 양측은 적의 시설과 인명에 대한 무차별한 공격을 가해 접전 지역은 이미 오래전에 모든 것이 폐허로 변했습니다. 이 과저에서 3천명 이상이 숨졌고 수많은 전상자와 30여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습니다. 조용하던 이 학교에도 어느 날 10여발의 포탄이 날아들어 건물을 형편없이 파괴시켰습니다.


야브라미얀 (예라스국교 교장) :

4년째 학교가 이렇습니다. 돈이 없어 수리도 못합니다.


이준삼 기자 :

270명이던 학생 수는 주민 대부분이 피난 가는 바람에 15명으로 줄었습니다. 어린이들은 교실로 임시 개조한 창고에서 교과서마저 돌려 봐가며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조국을 위해서 싸웠습니다만 내 다리는 어디서 보상을.”


이준삼 기자 :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아르메니아에도 봄이 올 것인가.

민족주의에서 비롯된 전쟁은 오히려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와 이제 전쟁의 면붕 자체마저 회의를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들의 민족분쟁은 현재 보수대 개혁 가릉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러시아에도 좋지 않는 영향을 미쳐 재편된 국제질서에 먹구름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독선적인 민족주의 보다는 함께 사는 법을 터득하지 않는 한 이 땅의 겨울은 계속 될지도 모릅니다.

예레반에서 KBS 뉴스 이준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