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시킬 수 있으니까 '검토 대상 기록물' 박스에 넣어주시든가, 가져가세요"
교실에 들어서자 주의사항이 전달됐지만, 유족들은 자녀의 자리 앞에서 머뭇거렸다. 책상마다 가득 놓인 꽃과 편지,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 그리고 아이가 좋아했던 주전부리까지... 희생된 아이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려는 이들의 마음이 켜켜이 쌓여있다.
부모들은 물끄러미 바라보거나 책·걸상을 어루만질 뿐 쉽사리 손을 대지 못했다. 어디 한 곳이라도 상할까 작은 메모 하나, 사진 한 장도 조심조심 떼어 내는 작업이 더디게 진행됐다.
이제 더이상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을 방명록을 다시 읽고, 교실과 창밖의 풍경을 눈에 담던 엄마는 조용히 뜨거운 눈물을 삼켰다. 서로가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려 애썼다.
고 남지현 학생의 아버지가 붉어진 눈시울로 아이의 이름이 적힌 정리 상자 위에 국화꽃 한 송이를 올렸다.
기억에서 지워질까 봐 두려운 거죠.
아직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는데... "
오는 내일(13일)까지 3일간 유족들은 모든 정리를 마쳐야 한다. 개인 물품 외에 기록물들은 앞서 지난 8일 '4·16 기억저장소'와 자원봉사자들이 정리를 도왔다.
이렇게 '단원고 기억교실'을 해체해 나눠 담은 상자들은 오는 20~21일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으로 옮겨진다. 그곳에서 2년 뒤 생길 예정인 '4·16 안전교육시설'에 기억교실이 복원될 날을 기다리게 된다. 이전 하루 전날인 19일, 단원고에서는 '기억과 약속의 밤' 추모행사가 열린다.
이하는 사전 정리작업이 진행된 8일과, 유족들이 참여한 11일의 현장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