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문어발 확장’…숨막히는 중소기업_포커 다큐멘터리_krvip

대기업 ‘문어발 확장’…숨막히는 중소기업_그냥 포키쇼를 이기네_krvip

<앵커 멘트>

MRO 생소한 단어죠?

기업들이 회사의 유지 보수 운영을 위해 필요로 하는 각종 소모성 자재들을 의미합니다.

공구류부터 문구류 박스와 면장갑, 휴지 등이 망라돼 있는데요.

이런 MRO 시장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들이 잇따라 진출하면서 중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조현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종이 상자를 만드는 이 중소기업은 최근 납품을 해오던 한 기업과 거래가 끊겼습니다.

해당 업체가 대기업 계열사인 MRO 업체를 통해 제품을 납품할 것을 요구해왔고,

이 MRO업체가 기존 납품단가보다 최대 15% 가격을 낮출 것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녹취> "3,4개월은 MRO를 통해서 납품을 해 봤어요.결국은 손해만 더 나는 형국이 돼 가지고 거래를 그만하게 됐죠."

삼성 아이마켓코리아, LG 서브원, SK 스피드몰 등 대기업 계열 MRO 업체는 그룹 계열사에서 그룹 협력업체와 공기업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볼펜과 복사용지, 커피믹스에서부터 공구, 부품, 자재까지 취급제품은 20만 개에 이릅니다.

매출액도 3조 7천억 원에서 21조 원으로 10년 만에 5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인터뷰>한덕수(문구도매조합 명예이사장) : "거대기업들이 납품처에 침투를 하니까 뺏기면 자연히 판로가 줄어드니까 접을 수 밖에 없죠. 연쇄반응으로 소매상이 없어지고 도매상이 없어지고 이래서 위기라는 겁니다."

계열사의 지원 아래 급성장하는 대기업 계열 MRO 업체들.

그 성장의 그늘에는 납품시장을 빼앗기고 존폐의 기로에 내몰린 중소상공인의 그림자가 가려 있습니다.

KBS 뉴스 조현진입니다.

<앵커 멘트>

이들 중소상공인들은 지난해 이미 사업조정신청을 냈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으니까 오늘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집단대응에 들어갔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강조되고 있는 현실에서 마땅한 해결책은 없을까요?

이어서 정정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천5백여 업체가 모여있는 청계천 공구상가.

하지만 예전의 활발함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인터뷰>강진수(공구상 대표) : "점심 먹을 때 되면 칼국수 한그릇 먹고 답답하면 옆 가게 불러서 소주나 한 잔 먹고 그런 처지에요."

골목 곳곳에 대기업의 MRO 시장 진출을 반대하는 피켓이 보입니다.

대기업의 무차별적 사업침투에 반발하는 것입니다.

피해를 호소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들의 요구는 최소한도의 상생.

2차 이하 협력업체와 정부 공공구매, 골목시장 거래처만이라도 지켜달라는 것입니다.

정부가 중소기업만 할 수 있는 업종을 조속히 선정해 줄 것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녹취>김경배(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회장) : "중소기업 적합 업종과 품목 선정의 입법과소모성자재 납품업 지원에 관한 법률안 통과를 조속히 추진해 줄 것을 재촉구하는 바이다."

앞으로 대기업의 과도한 MRO 시장 진입을 억제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서 중소기업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소상공인들은 다음달 대한상공회의소앞 항의 집회를 시작으로 9월에는 10만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입니다.

KBS 뉴스 정정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