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5일) 대법원의 판결은 그동안 이어온 이혼 소송의 대원칙인 ‘유책주의’ 판례를 재확인한 것으로, 앞으로도 원칙적으로 잘못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 소송을 제기할 수 없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책주의는 부부 당사자 중 혼인관계 파탄에 대한 책임이 없는 쪽에만 이혼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5일 외도 후 별거하고 있는 남편 A씨(68)가 부인 B씨(66)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오늘 밝혔다.
다만 대법관 13명 중 6명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 유책주의 반대와 찬성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대법원은 "우리나라는 재판상 이혼 청구 제도 외에 협의이혼 제도를 두고 있어 유책배우자라도 성실한 협의를 통해 이혼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며 우리 법제상 굳이 유책주의를 버려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우리나라에는 보호받아야 할 일방 배우자를 보호하기 위한 아무런 규정이 없다"며 "이런 제도가 미비한 상태에서 파탄주의로 전환하면 상대방 배우자의 이익이 일방적으로 희생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반대 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혼인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혼인생활의 실체가 소멸됐다면 실질적인 이혼 상태라고 할 것이고 그에 맞게 혼인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파탄주의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 1976년 B 씨와 결혼한 A 씨는 1998년 다른 여성 C 씨와의 사이에서 혼외자를 낳았다. 이후 A 씨는 2000년 집을 나와 C 씨와 동거를 하다 2011년 B 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냈다.
1·2심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A 씨의 이혼소송을 기각했었다.
배오석 변호사는 “간통죄까지 폐지된 상황에서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 등이 마련돼 있지 않은 점등을 고려해 대법원이 유책주의를 유지한 것 같다"며 "오늘 대법원의 판결로 유책 배우자들의 이혼 청구는 허용하지 않는 기존 방침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문 전문 보기]
☞ 대법 “바람 피운 배우자는 이혼 청구 자격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