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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네..이번에는 파키스탄으로 갑니다. ‘신이 숨겨둔 땅’으로 불릴만큼 때묻지 않은 비경을 자랑하는 훈자 지역입니다. 그런데 훈자의 자랑거리는 빼어난 경관이 다가 아니라구요?

네.. 사람은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라죠.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바로 훈자입니다. 먹을 것, 입을 것도 풍족하지 않고 평생 땀흘려 일해야 하는데도 백 살 넘은 장수 노인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손은혜 순회특파원이 훈자 마을 사람들에게 장수과 행복의 비결을 물어봤습니다.

<리포트>

산맥 사이로 난 도로를 달리고 또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곳. 사방이 해발 2천 5백미터가 넘는 험준한 히말라야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 파키스탄 북동쪽 끝, 신이 숨겨둔 마을로 불리는 파키스탄 훈자 마을입니다.

히말라야 산맥을 병풍처럼 지고 앉아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는 할아버지. 올해 123살이 된 에브라힘씨입니다. 지붕 위에 올라가 수확기에 미리 따놓은 살구 열매를 말리고, 직접 도끼질을 해 장작을 준비하는 등, 할아버지는 백살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집안일과 농삿일에 열심이었습니다. 그 나이까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묻자, 할아버지는 자신은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며 손사레를 칩니다.

<인터뷰>에브라힘(123살) : “특별한 게 아무 것도 없어요. 그냥 여기서 나는 음식 먹고. 좋은 공기 마시고. 계속 일하고. 나같이 별 볼일 없는 사람 뭐하러 찾아와.”

하루 하루 살아있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여생을 어떻게 살아가고 싶을까. 할아버지에게 미래 계획을 물어봤습니다.

<인터뷰>에브라힘 : “이 늙은이한테 인생 장래 계획을 물어봐? 나는 항상 행복해요. 다만 점점 눈이 나빠져서 완전히 장님이 되기 전에 신이 생명을 거둬가는 그것 뿐이지.”

할아버지는 취재진이 떠나는 순간까지 집안일을 하느라 잠시도 쉴 틈이 없어 보였습니다.

훈자 지역에는 백살이 넘는 노인들이 수십명 넘게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장수의 비결이 소박하고 단순한 삶에 있다고 강조합니다.

방 안에서 조용하게 식사를 하고 있는 올해 120살의 사무엘 할아버지. 곡물가루에 물을 넣고 구워만든 자파티와 카레가 할아버지가 먹는 음식의 전부입니다. 식사를 마치면 바깥으로 나와 코란 경전을 보며 오후 일과를 보냅니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는 일상. 늘상 할아버지 주변을 맴도는 손자 손녀들 때문에 독서에 집중하지 못할 때가 더 많지만, 할아버지에겐, 그것 마저도 행복입니다.

<인터뷰>사무엘(120살) : “제가 행복한 이유는 사랑스런 아내와 가족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만큼 저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없지요.”

오후 나절, 산책에 나선 할아버지는 마을 회당에 들러 기도하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이 곳의 평화를 위해, 자신이 아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날마다 이렇게 간절히 기도를 드린다고 했습니다.

히말라야 산맥 속에서 아직도 19세기적인 삶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훈자 마을 사람들. 다른 파키스탄 사람들과 달리 유럽인의 외모를 지니고 있는 이 부족은 어디서 온 것일까. 기원전 4세기경 알렉산더가 이 지역을 점령한 뒤, 그의 부하들이 남아 이 부족의 조상이 됐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가설입니다. 이 부족은 오랜 시간 외부와의 접촉 없이 살아오다가, 지난 1978년, 히말라야 산맥을 관통하는 카라코람 도로가 생기면서부터 차츰 바깥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외부세계와 연결되는 도로가 생긴 뒤 훈자 지역 사람들의 생활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이 지역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전통과 문화를 지켜가고 싶다고 말합니다.

훈자 마을 사람들의 하루 일과는 소젖을 짜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들과 며느리, 손자 손녀 등 12명의 식구들이 함께 모여 사는 대가족.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부엌에 둘러앉아 가족의 식사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올해 76살이 된 레인나씨. 나이보다 젊어보인다며 그 비결을 묻자 웃음부터 터트립니다.

<인터뷰>레인나(76살) : “걱정이 없어서 그런가. 가족들이 다같이 있으니 걱정이 뭐 있나요. 난 걱정이 없어요. 걱정이.”

가족이 다함께 모인 아침시간.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인 압둘라씨에겐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인터뷰>압둘라(83살) : “난 여기서 어려서부터 자랐어요. 평생 여기서 농사 짓고. 가족들을 먹여 왔어요. 앞으로도 그럴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어요.”

오전 나절, 아이들이 일터와 학교로 가자 압둘라씨는 양과 염소를 먹이러 들판으로 향합니다. 압둘라 할아버지는 들판으로 향하는 동안 마을 사람들과 일일이 정답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들판에는 미리 나온 압둘라씨의 동생이 오빠를 기다리며 양떼를 먹이고 있었습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평생을 해 온 일. 매일 만나는 똑같은 사람들. 그들은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지는 않을까.

<인터뷰>사르나(78살) : “우리는 항상 이렇게 가축을 먹여 왔어요. 가축에게 풀 먹이고, 그 시간에 오빠와 만나고. 다른 삶을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다른 일상을 알지 못하기에,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본 적도 없다는 남매. 두 사람은 오전 내내 사과를 따고 양떼를 돌보며 분주하지만 평온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모두 다 각자의 일을 하고 있는 훈자 마을 사람들. 일을 마친 압둘라 할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열심히 볏단 손질을 하고 있는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너무 힘들어 보인다고 하자 할머니는 인간이라면 수고롭게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엘리자베스(82살) : “사람은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해요. 그게 신의 뜻이죠. 손이 다 닳을 때까지. 숨이 멎는 그 날까지. 그것이 우리의 의무죠. 신이 당신을 축복하기를.”

할머니는 거친 손으로 기자의 손을 잡고 몇 번씩이나 신의 축복이 함께 하기를 빌어줬습니다.

마을 사람들 노래 부르는 장면 마을 정기 모임이 열리는 시간. 일주일에 한 번, 이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함께 모여 마을 대소사를 의논하고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인 자리에는 어김없이 음악이 등장하고, 전통악기 반주에 맞춰 할아버지들이 노래 솜씨 자랑에 나섭니다. 이 마을사람들에게도 걱정이라는 것이 있을까.

<인터뷰>샤우만(마을 대표) : “저는 지금 행복합니다. 살아있어 행복합니다. 이렇게 동양에서 온 기자들을 보니까 정말 행복해요. 놀다 가세요. 그리고 꼭 다시 놀러오세요. 그게 제 소원입니다.”

가족이 좋아 가족과 함께 살고, 일하는 것이 즐거워 죽을 때까지 일을 하고, 곡식과 과일을 거둬 차린 단촐한 밥상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는 훈자 사람들. 욕심없는 단순한 삶 말고 다른 삶은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하는 인간의 꿈은 굳이 그것을 추구하지 않는 훈자 사람에게, 이미 현실이 돼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