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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2002년 9월 1일(일) 밤10:40~11:25 / KBS1 ■취재 : 모은희 기자 monnie@kbs.co.kr ■제작 : 보도제작국 보도제작2부 (전화)02-781-4321 (팩스)02-781-4398 (인터넷)http://www.kbs.co.kr/4321 *모은희 기자: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들의 눈과 귀역할을 하는 견공들이 있습니다. 장애인들에게는 신체의 일부와 같은 존재이지만 병원이나 식당에서 출입을 거부당하는 등 홀대를 받고 있습니다. 제2의 신체로 불리는 장애인 안내견의 현실을 취재했습니다. *모은희 기자: 집 안에서 보기에는 평범한 애완견 같지만 밖에서는 시각장애인의 눈 역할을 하는 개입니다. 시각장애인 김예지 씨와 3년째 함께 살고 있는 안내견 창조입니다. 평소 개를 좋아하던 김 씨는 대학에 입학한 뒤 바깥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자 안내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됐습니다. *김예지(시각장애인): "보행하는데 많이 편해졌고요, 안전해졌고요. 그리고 안내견이라는 어떤 저를 위해서 일해주는 개 이상으로 창조가 저한테 주는 게 참 많거든요. 제 동생도 되고 친구도 되고 여러 가지 교감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져서 좋았고요." *모은희 기자: 학교에 갈 시간입니다. 창조는 근무 중임을 나타내는 옷을 입습니다. 계단이나 문턱 등 발에 걸려 넘어지기 쉬운 곳에서는 꼭 멈춰 섭니다. 앞에 장애물이 있을 때도 주인에게 알리기 위해 한 발 멈춰 섭니다. *모은희 기자: 김 씨는 시각 장애를 딛고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강의를 듣거나 피아노 연습을 하는 시간이 되면 창조는 비로소 안심하고 잠이 듭니다. *김예지(시각장애인): "제 시간이 늘어났고요, 자유로워졌고 친구들한테 도움을 덜 받게 돼서 훨씬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모은희 기자: 시각장애 안내견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계단 오르기나 장애물 피하기 등 기초 학습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시각장애인이 넘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계단이나 장애물을 발견했을 때 멈춰 서도록 훈련됩니다. 기초 학습이 끝나면 실제 도로에서 적응 훈련을 거칩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에스컬레이터 등 기계에 익숙해지는 법을 배웁니다. 훈련의 필수 과정 중 하나가 지하철 이용 훈련입니다. 대부분의 시각 장애인들이 버스가 아닌지하철을 통해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주인이 원하는 곳을 찾아 그 쪽으로 유도하는 것은 안내견의 중요한 기능입니다. 지하철 승강장, 추락할 위험이 있을 때는 주인의 명령을 거부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열차를 타면 빈 자리를 찾아 주인에게 안내합니다. 안내견은 절대로 다른 사람들을 물어 해치거나 짖지 않도록 훈련됩니다. *오은영(안내견 훈련사): "이 견이 공격성을 가진 개체라 그러면 다 나타낼 수 있는 것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0.1%라도 나타나면 저희가 다 탈락을 시킵니다. 그래서 바깥에서 보시면 안내견들이 위험하다고생각하지 마시고요, 굉장히 순하고 착해요." *모은희 기자: 이 학습이 끝난 개는 분양을 받게 될 장애인과 함께 훈련하며 주인의 성향을 익힙니다. 한 마리의 개가 사람의 눈 역할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은 만만치 않습니다. 2년 동안 8천만원의 돈을 들여 훈련을 계속하지만 최종 평가에 합격하는 안내견은 전체의 40%에 불과합니다. 10만 명의 시각장애인 가운데 개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사람 수를 감안하면, 분양되는 개의 숫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성진(안내견학교 과장): "400마리 정도는 안내견이 한국에서 활동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황인데 저희가 배출하는 견이 일년에 15마리. 현재 장애인 안내견을 육성하는 기관은 민간단체인 삼성안내견학교와 종교단체인 이삭도우미개학교 두 곳 뿐입니다. 주인이 잠든 사이, 바깥에서 인기척이 나자 개가 주인의 주변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주인이 잠이 깨 일어나자 개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주인을 인도합니다. 이 개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이 50대 부부를 대신해 귀 역할을 해 주는 보청견입니다. 외부와의 통신 수단인 팩시밀리에 문서가 수신되는 소리가 나면 개는 재빨리 주인에게 다가가 신호를 보냅니다. 방문객이 오자마자 직접 맞이한다는 것, 보청견을 키우기 전까지는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김주승(청각장애인): "옛날에 둘만 살고 있을 때는 아무리 밖에서 문을 두드려도 누가 오는지 몰랐는데, 개가 온 뒤로 사람이 방문하는 걸 알려줘서 좋고, 개가 앞에 와서 재롱도 떨고 그래서 재미있습니다." *모은희 기자: 보청견이 되는 것도 시각장애 안내견 못지 않은 지속적인 훈련이 필요합니다. 아기가 우는 소리를 들은 보청견이 주인에게 다가가 온 몸으로 신호를 보냅니다. 주인이 이것을 보면 개는 소리가 나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려 줍니다. *이형구(도우미개학교 소장): "청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이 아닌 가족들이 함께 생활하는 경우에 청각장애인이 아닌 사람이 청각장애인을 데려오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때 이런 훈련을 하게 되죠." *모은희 기자: 보청견은 전화벨 소리, 시계 소리, 초인종 소리 뿐만 아니라 압력 밥솥 끓는 소리 등 집안에서 나는 여러 가지 다양한 소리를 듣고 주인에게 알려주는 훈련을 받습니다. 지금까지 보청견을 분양받은 청각장애인은 모두 9명입니다.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합니다. 보청견 분양이 가능한 청각장애인은 천 명이 넘습니다. 개는 사람의 눈과 귀 역할을 해줄 뿐만 아니라 마음을 치유하는 역할도 합니다. 이 병원에서는 뇌졸중 환자와 치매 노인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치료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치료견을 어루만지고 함께 놀아주면서 환자들의 표정은 평소보다 훨씬 밝아졌습니다. *최윤(사회복지사): "거동이 불편한 환자분들이 여기 계신 분들의 대부분인데 그런 환자분들이 이런 프로그램을통해서 누워만 계시는 게 아니라 실제로 나와서 살아 있는 동물을 만나면서 우울했던 마음들이 많이 치료되는 것 같습니다." *모은희 기자: 현재 국내에서 안내견의 혜택을 받는 사람은 모두 1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개가 장애인과 환자들에게 무척이나 소중한 역할을 하지만, 안내견을 다시 반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성진(안내견학교 과장): "20여 두 정도가 회수가 됐는데 회수된 가장 큰 이유가 사회적인 인식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모은희 기자: 안내견을 홀대하는 사회에서 장애인이 갈 곳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시각장애인 한 명과 서울의 한 대학병원을 찾았습니다. 건물에 들어가기도 전에 경비원이 나와 가로막습니다. (경비원: 그거는 아니, 동물은 안돼요.) (기자:이건 애완견이 아니고 안내견이라..) (경비원: 안 돼요. 어떻든 들어가지 못하니까.) (기자: 왜 안 되는데요?) (경비원: 동물은 원래 병원 안에는 못 들어가. 강아지 안고 들어가는 것도 못 들어가게 하는데..) (장애인: 그건 애완견 문제고요.) *모은희 기자: 병원에서는 환자들 보호 차원에서 동물의 출입을 일체 금한다고 설명합니다. (장애인: 제가 얘랑 한 몸이나 마찬가지잖아요?) (병원 직원: 알러지성 환자들 많이 있기 때문에.. 안내견이 굉장히 중요한 입장이라는 건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출입을 우리는 삼가는 게 원칙이라는 거죠.) *모은희 기자: 하지만 안내견의 출입을 보장하는 체계적인 절차는 마련돼 있지 않았습니다. 식사할 곳을 찾는 것도 힘듭니다. 작은 식당은 차마 가 볼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유명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조차 안내견의 입장을 거부합니다. (레스토랑 관계자: 가축이기 때문에 털 같은 게 있잖아요. 에어컨 바람에 이동이 있으니까 그런 의도에서 그러거든요. 이게 안내견이고 애완견이고를 떠나서요.) *모은희 기자: 또 다른 대형식당도 거절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식당 관계자: 지금 강아지가 너무 커서 식사하시는 분들이 불편하실까봐요.) (장애인: 얘는 그냥 가만히 있어요. 아이들보다 더 안 떠들어요.) (식당 관계자: 그런 건 아는데요, 다른 분들에게 테이블마다 다니면서 저희가 의견을 못 물어보기 때문에요..) *모은희 기자: 택시를 타기 위해 차를 잡아 봤습니다. 운전 기사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택시 기사: 개를 태울 수 없다니까요.) (장애인: 이거 거부하시면 법에 저촉되거든요.) (택시 기사: 택시 기사가 개를 태울 수 없다고 한다고 법에저촉된다 그런 식으로 하면은 저희들은.. 개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장애인: 사람이에요, 얘는요. 사람의 역할을 해주는 거죠.) (택시 기사: 개는 태울 수 없어요. 트렁크에 태우려면 몰라도요.) *모은희 기자: 문전박대 당하는 안내견을 볼 때마다 주인은 마음이 아픕니다. *전영세(시각장애인): "안쓰럽죠. 왜냐하면 보람된 일을 하고 있는데 그 보람된 일의 어떤 그 만큼의 대우를 못 받기 때문에 안쓰러운 경우가 있죠. 거절 당했을 때." *모은희 기자: 장애인 복지법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안내견의 출입을 거부할 경우 2백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얘기를 해도 앞서 택시 운전사처럼 안내견을 끝까지 거절하기도 합니다. 백화점이나 서점 등 일반 상점에서도 안내견은 홀대 당하기 일수입니다. 안내견을 애완견처럼 다루는 것도 문제입니다. 귀엽다고 함부로 쓰다듬고 먹이를 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전영세(시각장애인): "유혹을 받으면 임무를 제대로 완수할 수 없어서 시각장애인들이 위험해질 수가 있기 때문에 그런 일들은 삼가셔야 하는 거죠." *모은희 기자: 안내견을 단순한 동물로만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이 장애인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강우진(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동물로써 대하는 어떤 선입견이라든지 혐오감은…이것을 장애인의 신체의 일부다라고 생각해 주시면 이런 일들은 줄어들 것입니다." *모은희 기자: 장애인 안내견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도 어느덧 10년이 됐습니다. 하지만 안내견을 바라보는 비뚤어진 시각은 아직도 그리 나아진 게 없습니다. 안내견은 장애인의 신체입니다. 그리고 외로운 장애인들과 언제나 함께 하는 삶의 동반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