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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찬 앵커 :

저희 KBS9시 뉴스현장은 오늘부터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면서 이웃들을 위해 작은 일이나마 몸소 실천하는 소시민들의 훈훈한 삶의 현장을 전해드리는 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호텔종업원으로 일하면서 빈 우유팩을 모아서 불우이웃들을 돕는 정순자씨 가족들의 작은 실천을 박찬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박찬욱 기자 :

호텔에서 2년째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정순자씨.

정씨가 하는 일은 침대보를 갈고 객실을 정리하는 일입니다. 하루 8시간의 근무를 끝내고나면 몸은 물먹은 솜처럼 피곤해집니다.

그런데 지난해 7월부터는 군무시간이 하루 2시간정도 더 늘었습니다.

업무가 끝난 뒤 호텔안의 식당과 제과점 등을 돌아다니며 남들이 버린 빈 우유팩을 모으는 일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여름 중학교에 다니는 딸이 학교에서 폐품을 이용해 불우이웃을 돕는다고 해서 시작한 우유팩 모으기.


정순자 (40세 호텔 종업원) :

여기 승무원 전용층이 있는데요 거기를 배정받아서 제가 거기서 근무를 하게 됐어요 거기 가니까 하루 6-7개씩 막 뒹굴어서 그냥 버려지는 거에요 정말 아깝고 이 귀한게…….


박찬욱 기자 :

처음에는 회사동료들과 상사들의 핀잔에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굴뚝같았습니다.

그러나 하루도 쉬지 않고 정씨의 수거작업이 계속되면서 이제는 집에서 모은 것을 갖다 주는 동료들도 생겼습니다. 물론 정순자 씨는 이런 작업을 이른 아침 업무를 시작하기 전이나 근무가 끝난 뒤에 합니다.

철저히 자기 시간을 쪼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순덕 (호텔 종업원) :

근무시간에는 안하지요 끝나고 조금 남들보다 조금 1시간정도 30분쯤 일찍 와가지고 그 시간 내에 하더라구요 그래 내가 아우님 이렇게 하며는 지장…….


박찬욱 기자 :

이렇게 모여지는 우유팩은 하루 평균 100여개.

호텔 지하주차장 정성스럽게 씻은 우유팩을 말리는 곳입니다. 고된 일과가 끝난 뒤 몸은 피곤하지만 정씨는 이곳에 쌓여있는 팩들을 볼 때마다 뿌듯한 느낌을 지을 수가 없습니다.

저녁 7시쯤이면 출판사에 다니는 남편이 함께 퇴근하기 위해 호텔로 들릅니다.

3-4일 동안 말려두었던 우유팩을 차에 싣고 경기도 평촌에 있는 아파트로 옮기는 일은 남편의 몫입니다.

처음엔 저러다 말겠지 하던 남편도 정씨의 끈질김에 요즈음은 이 일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식사를 마친 식구들이 거실에 둘러앉았습니다. 가져온 우유팩을 깨끗이 찢어서 묶기 위해서입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꼴로 하는 이 일에는 시아버지와 중풍으로 거동이 다소 불편한 시어머니 그리고 중학교에 다니는 딸도 자리를 함께합니다. 오늘은 학원에 간 아들 범열이만 빠졌습니다.

정씨가 혼자 하던 일을 온 가족이 거들게 되면서 대화가 많아졌고 자연히 사랑도 돈독해 졌습니다.


김덕창 (70세) :

집안에 대화도 자주할 수 있게 돼고 모든 것이 많이 가정적으로 돼고 화합하고…….


박찬욱 기자 :

일요일 아침 그러나 한주일 동안 밀린 늦잠을 잘 시간도 없습니다.

모아놓은 우유팩을 재생화장지와 교환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간 곳은 명동성당. 이곳 마당 한쪽에서는 일요일마다 자원봉사자들이 나와 우유팩 30개를 재생화장지 1개로 바꾸어 줍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러한 교환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서울 삼성동 비좁은 골목길에 서있는 초라한 3층 주택. 재생화장지를 바꿔든 정순자씨 가족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찾는 요양원입니다. 호텔에서 일하기전에는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빨래를 해줬는데 지금은 화장지에다 약간의 돈을 보태 전해 주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자신의 일에 충실한 정순자씨.

정순자씨와 가족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을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단지 자기의 삶의 현장 갈피갈피해서 이웃을 위해 작은 일이라도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뿐이라고 말합니다.


정순자 (40세 호텔종업원) :

지금 제가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얼마나 감사해요 그러니까 힘들게 생각 안하고 가족이 다 함께 같이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저희들 가족이 다 화합 일치돼서 다복하게 이렇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그런 지름길을 이 우유팩으로 인해서 터득한 것 같애요.


박찬욱 기자 :

KBS뉴스 박찬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