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과 ‘한라봉 30만 원’_월계수 잎으로 돈 벌기_krvip

단통법과 ‘한라봉 30만 원’_스팀 포커 게임_krvip

<녹취> "이통사 판매점 점주 별다른 연락없이 그냥 (이통사로부터) 천 구백만 원이라는 금액이 날아온거죠..."

<녹취> "다른 매장에 가서 똑같이 파파라치짓 해와라. 그럼 몇 건은 또 그걸(벌금을) 없애주겠다...."

휴대전화 싸게 팔면 불법입니다.

단통법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불법 할인판매는 판을 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적발된 휴대전화 대리점은 이동통신사에 거액의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그런데 정작 판매 보조금을 주며 이런 불법 할인 판매를 부추기는 것도 이동통신사들입니다.

한편에선 불법을 부추기고 한편에선 불법했다고 또 벌금을 받는 휴대전화 대리점 영업의 불편한 진실을 취재했습니다.

경기도 수원에서 휴대전화 판매점을 운영하는 정 모씨.

지난해 KT로 부터 1900여 만원의 벌금을 물어라는 내용증명이 날아왔습니다.

휴대전화를 불법으로 할인 판매하다 파파라치에게 적발됐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일단 채증해서 나온게 내용 자체가 26만원 이상 할인을 해줬다해서 걸린건데..."

근거는 뭘까? 할인판매로 적발된 경우 건 당 2천만원을 물어야 한다는 각서가 화근이 됐습니다...

정 씨는 비슷하게 적발된 판매점 점주들과 함께 불공정계약이라며 맞섰고, 그러자 벌금은 100만원으로 줄었습니다.

<인터뷰> "언론에 얘기하지말고 조용히 있어달라... 벌금 다 면제해 주겠다."

인천에서 7년째 휴대전화 판매점을 해온 김 모씨.

역시 휴대전화를 할인 판매하다 파파라치에게 적발됐습니다.

<인터뷰> "일부러 상담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녹취를 하고 돈을 얼마를 더 달라는 식으로 얘기를 자꾸 하더라구요. 다른데는 얼마를 더 준다."

모두 10건, 그리고 SK텔레콤과 KT로부터 건당 수백만원의 벌금을 내라는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김 모씨 : "KT는 총7건이죠. 이쪽에서 환수금액으로 나온게 건 당 270만원 정도씩이니까 거의 한 2천만원 정도가 되죠"

KT측은 매달 줘야할 판매 수수료에서 이 벌금만큼을 차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그럼 12월 1월은 (판매 수수료를) 거의 못받으셨겠네요?) 거의가 아니라 아예 못받았죠. 수입이 전혀 없다고 보시면 돼요..."

한 건당 벌금 270만원은 어떻게 계산된 것일까?

한 건당 판매가격 위반에 대한 벌금이 200만원. 그리고 신고한 파파라치에게 물어줘야할 구상권 값 75만원씩이 더해졌습니다.

<인터뷰> "지금 뭐 줄이고 줄인게 건당 200만원에, 그 사람들(신고자들)이 포상금 받은 비용까지 저희가 내야한다고 하니까..."

그런데 김씨처럼 할인 판매를 하다 적발된 판매점마다 통신사로부터 은밀한 제안을 받습니다.

벌금을 깍아줄테니, 다른 판매점의 불법 할인 판매를 잡아오라는 것입니다.

휴대전화 판매점을 운영하다 이제 이른바 폰파라치를 하고있는 이 모씨.

<인터뷰> 이 모씨(폰파라치) : "(대리점 분들이 벌금 깍기위해서 직접?) 어떻게 보면 파파라치 하시는 분들은 거의 80%가 휴대폰 업종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판매점을 운영하다 파파라치에게 적발되느니 차라리 직접 파파라치를 하는게 낫다고 설명합니다.

<인터뷰> "(적발되면)월급 자체를 받아가기 어렵잖아요. 이걸 또 파파라치로 메우기 위해서... 한건하면 백만원 넘는 돈이 자기한테 수당으로 떨어지니까..."

누구보다 통신사가 이같은 파파라치를 부추깁니다.

SK텔레콤측이 지난 12월, 일부 대리점에 내려보낸 휴대전화 메시집니다.

LG유플러스측이 일시적으로 갤럭시 노트3에 대한 지원금을 최대 69만원까지 늘렸다면서 파파라치로 현장을 잡아오라고 권합니다.

엘지 유플러스 대리점의 경우 건 당250만원. KT건에 대해서는 200만원의 인센티브를 보장합니다.

팀별 최소 2건씩은 잡아오라는 지시도 덧붙였습니다.

<녹취> "판매하는 사람들한테 휴대전화 팔아라는게 아니고, 너 잡아오면 건당 100만원 줄께 150만원 줄께 이렇게..."

나가서 잡아오라... 만약 못잡으면, 누군가 제3의 파파라치로부터 적발된 실적이라도 사와야합니다.

이러다보니 휴대전화 할인판매를 적발한 실적을 사고 파는 홈페이들까지 생겨났습니다.

이 파파라치는 SK 4건 KT 8건의 신고 건을 팔겠다고 내놨습니다.

건당 40만원. 신고 포상금을 받은 뒤, 신고 건을 다시 판매점 점주들에게 파는 것입니다.

파파라치 신고 건을 판다는 한 파파라치를 만나봤습니다.

<인터뷰> 박 모씨(폰파라치) : "어디꺼 사시는 건가요? (KT, 그리고 LG것도 있나요?) 네네 엘지"

<인터뷰> "제가 신고센터에 신고를 하게되면 ID랑 비번이랑 있거든요 그걸 제가 알려드리면 그안에 자료랑 내용이 있거든요.."

판매점 점주들은 이렇게 구입한 적발 실적을 이통사에 제출하고 자신의 벌금을 탕감받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동통신사들은 왜 돈을 주면서까지 타사의 적발 실적을 모으는데 혈안일까?

<인터뷰> 이동통신사관계자 : "통신사에 과징금을 때릴 때 기준이 되기 때문에 그 금액은 매우 크죠 몇십억 몇천억 가기 때문에..."

이동통신사들이 만든 정보통신진흥협회. 파파라치 신고를 받고 포상금을 지급합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정보통신진흥협회 담당 팀장 : "저희가 늘 얘기하지만 이동통신사 본사에서 판매점이나 대리점한테 두건 세건 이렇게 적발하세요 라고 제시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그럼 (적발 건)을 왜 사는 겁니까? 돈주고?) 기자님 그걸 저한테 물어보실 사항은 아닌것 같구요..."

협회측은 단통법 관련 파파라치 적발 건수와 포상금 지급 액수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한번 보십쇼.얼마씩 지급하겠다..."

이 파파라치 포상금은 어디서 올까?

<인터뷰> 이동통신사 마케팅 담당 매니저 : "달마다 신고포상금을 내야하니까요 (그럼 그 돈(벌금)이 정보통신진흥원으로 가는거군요?) 그렇죠. 해당 금액만큼 환수한 금액을 카이트(정보통신진흥협회)에 보내는거죠. 그럼 카이트가 보상금을 지급하는거죠"

결국 판매점 점주등 파파라치들이 할인판매를 적발해 포상금을 타가고 적발된 판매점주들은 다시 이동 통신사에 벌금을 물고 통신사들은 이 벌금을 모아 협회에 주고 협회는 이 벌금으로 포상금으로 지급하는 셈입니다.

<인터뷰> 이통사 임원 : "(이렇게 벌금을 받고 있는 것을 방송통신위원회가 알고 있습니까? 신고를 하셨거나 허가를 받으셨습니까?) 그거에 대해서는 말씀 드리기 힘듭니다."

이동통신사들이 이처럼 물고 물리는 파파라치 게임을 하고 있는 동안, 그렇다면 불법 할인판매는 줄고 있을까요?

새 휴대전화를 직접 구입해봤습니다.

<인터뷰> 휴대전화 대리점 직원 : "지금 78만9천8백원에서 공시지원금이 25만3천 원이잖아요. 여기에 (대리점 지원금)3만7천원 페이백은 저희가 25만원까지는 지원이 가능해요..."

78 만원짜리 새 휴대전화에 이통사 지원금 25만 3천원을 빼고 대리점이 주는 지원금 3만7천원을 뺀 금액에 더해 페이백 다시말해 가입이후 몰래 25만원을 돌려주겠단 뜻입니다.

또다른 대리점. 단속을 피하기위해 역시 한달 뒤 페이백을 입금해줍니다.

<인터뷰> 휴대전화 대리점 직원 : "한달 개념이 고객님들하고 저희하고 신뢰가 중요한데, 저희가 장사한 지는 15년째예요. 25만원 (페이백)받아서 실질적으로 32만원에 사시는거잖아요"

할인가격은 매일 바뀐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게 뭐예요 뭐보고 하시는?) LG 유플러스의 정책. (LG에서 보조금을 주는거예요?) 어제보다 3-4만원 꺾였는데..."

최근에는 특정 고객들만 SNS에 모은 뒤 점조직처럼 할인판매를 알립니다.

페이백을 의미하는 은어인 '표인봉'이라는 단어를 한 휴대전화 사이트에서 검색해봤습니다.

표인봉-페이백을 준다는 글이 수천 건이 올라와 있습니다.

단속이 심해지면서 할인판매 메시지는 갈수록 암호처럼 변해갑니다.

그렇다면 대리점들은 무슨돈으로 불법 페이백을 해줄까?

이동통신사들은 타사 대리점 동향을 살피며 갑자기 리베이트를 내려보냅니다.

<인터뷰> 휴대폰 판매점주 : "갑자기 순식간에 이런식으로 (문자가)와요. 1월 29일 2시 접수분부터 50만원대 60만원대 리베이트가 나와버리면 저희도 (지원금을) 풀만 한거예요. (페이백을) 해주게끔 유도를 하는거죠"

결국 불법 할인판매를 잡아오라고 권하는 것도 이통사들이고, 불법으로 할인판매를 하라고 권하는 것도 이동통신사인 셈입니다.

<인터뷰> 이통사 가격 정책 담당자 : "저희회사는 페이백을 의도하고 리베이트를 많이 주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 시점의 재고동향이나 졸업입학이나 명절 시즌이라든가 그때를 기다려서(리베이트를 내려보내는 겁니다)"

할인판매를 했다가 통신사측에 벌금 2천여만 원을 낸 김씨는 최근에는 할인 판매를 완전히 중단했습니다.

그러자 손님이 뚝 끊겼습니다.

<인터뷰> "(전혀 장사가 안됩니까?) 절대 안됩니다. 절대. 아예 상담자체가 안됩니다. 요금제별로 공시지원금이 이만큼 나오니까. 이만큼 빠지겠습니다. 그럼 그냥 나가세요"

할인판매를 하면 불법이 되고, 다들 하는 할인 판매를 안하자니 영업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인터뷰> "파파라치 제도가 도대체 누굴 위한 것인지 모르겠어요. 어떤 명목으로 이걸 시행하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결국은 저희같은 소규모 사업장은 문을 닫고 그만하라는 얘기밖에 안되거든요."

단통법 시행 다섯달이 됐습니다.

정부는 시장이 점차 안정을 찾고 있다며 지켜봐 달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오늘도 불법 할인판매는 판을치고, 판매점 점주들은 파파라치가 돼 시장을 떠돌고 있습니다.